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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현주 Jan 13. 2023

도파민형 인간

The Molecule of More



“천재인가 미치광이인가” 이런 부제가 달려 있기도 하고 표지도 내 취향은 아니어서 사실 큰 기대 없이 읽었는데 예상보다 훨씬 흥미롭게 또한 유익하게 읽었다. 다소 복잡한 부분들을 단순화 시키는 경향은 조금 경계하며 읽으면 좋을 것 같기는 하다.


도파민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중독” 이라는 주제를 살펴보면서부터 이다. 중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신경 전달 물질이 바로 도파민이기 때문이다. 도파민은 우리가 끝없이 성공, 도박, 중독, 욕망,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속성이 있다.


내가 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르시시스트 성향의 사람들 역시 이런 중독, 도파민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나르들은 쾌락 도파민의 분비가 촉진되지 않으면 고통을 느끼기에 이를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들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들은 여러 가지 중독에 많이 빠져들고 잘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우리가 창의적이거나 지적인 작업을 할 때 이 도파민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금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들어내야 하기에 도파민의 만족하지 못하는 습성이 필요한 것이다. 음악가, 예술가, 연예인, 연구자, 교수 등 직업군이 도파민이 높은 편이고 조울증, 조현증, ADHD 비율도 높다고 한다.


저자들은 도파민을 “미래 호르몬” 이라고 설명한다. 현재에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끼는 다른 호르몬들과 달리 도파민은 오로지 현재에 존재하지 않고 미래에 다가올 것에 집중한다. 그러니까 항상 ”더 나은 것” 에 갈망하기에 행복감을 느끼기 힘들다.


도파민과 정치와의 연결성 부분도 흥미로웠다. 진보주의자는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에 도파민이 높고 보수주의자는 현재의 안정을 중시하기에 도파민이 비교적 낮은 편이라고 한다. 만족을 못하는 진보들은 바람이나 불륜, 성범죄 경향도 높다고 나오는데 학생 시절 진보 그룹에 잠시 속해 있으면서 느꼈던 이중성이 도파민으로 설명되는 부분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진보들은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며 정책은 잘 만들지만 실제 현재 시점에서 자원 봉사 활동 같은 것은 잘 하지 않는 편이라고 한다. 오히려 그런 구제 활동은 보수주의자나 보수주의적 기독교 등 종교인들이 더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도파민은 미래이지 현재 시점이 아니기에 지금 현실의 이웃에 발 벗고 나서는 것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주의자 보수들은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을 실제로 보면 더 도와주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바람, 불륜 등이 진보에서만 높게 나오는 것은 아니고 보수 색채가 강한 지역이 높게 나오는 경우도 있어 단정적으로 얘기할 것은 아니라고 언급한다. 너무 전통주의자들이라 조혼을 했다가 이혼하는 경우가 많아 그런 것 같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이런 일종의 일반화의 오류는 이 책의 전반적인 약점과도 연결되는데 도파민 외에 다른 중요한 남성 호르몬의 역할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던지, 나르시시즘에 대한 고찰이 약하다던지 이런 부분이 있다.


저자들은 도파민이 부정적인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인류에 공헌해 온 역할도 조명한다. 다만 현대 사회에서 지나치게 도파민 과잉이 되어 있는 상황은 주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도파민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그 자체의 미래나 비현실 지향에 갖혀 있지 말고 현재와 현실에 뿌리가 있어야 하는 측면에 대해 강조한다. 살아남기 위해 도파민 과잉 상태를 강요받는 오늘날 어떻게 이를 제어하느냐는 참 중요한 이슈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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