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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현주 Feb 15. 2024

눈속임의 한류를 벗어날 수 있을까?



미국에서 인류학 박사 논문을 쓰고 있을 때였다. 인류학과 지도 교수가 한국 청년 세대 우울과 온라인 잉여 문화에 대한 논문 연구를 보며 이렇게 물었다. “한국은 자살에 대한 경각심이 전혀 없는거야?”


그 순간이 지금까지 선명히 기억난다. 저 질문에 내가 논문 연구를 하고 있는 중요한 이유가 담겨 있었다. 지구상에서 제일 우울한데 그걸 제일 무시하는 곳에서 인터넷, 게임, 팬질, 주식, 코인 등으로 버텨가는 청년들..


논문 필드 워크를 2011-2012년에 했고 논문 마무리를 팬데믹의 영향으로 더 연장되어 2021년에 했으니 시간이 많이 흐른 주제이지만 상황은 지금도 크게 변한 것이 없다. 세계 최고 자살률을 여전히 숨기기 급급해한다.


한국의 인터넷망 보급이 세계 최고이고, 한국 영상이나 게임이 세계적인 한류를 일으키고 있고, 케이팝 산업의 파급력을 외친다. 그 이면에 ”온오프 잉여 산업“의 세계 허브가 된 우울이 있음은 어떻게든 눌러버리려 한다.


유교 자본주의 특유의 집단주의와 능력주의로 개인을 억압하고, 술과 담배와 카페인과 게임 등으로 우울을 억누르며 버티고, 정신 건강 악화 지표가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데도 어떤 관심도 대책도 없이 방치하는 곳.


화려한 빛의 이면에 심연을 알 수 없는 어두움이 있는 한국을 보며 참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어두움을 어떻게든 이겨나가려는 움직임들이 만들어내는 빛들이 지금 한류의 원동력이다. 눈속임의 한류를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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