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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현주 Mar 21. 2024

하이네. 슈만. 시인의 사랑

: 시인의 사랑 혹은 이해




지난 일요일 선우예권님과 연광철님의 “시인의 사랑” 공연을 보고 아직 여운이 남아 있을 지금 이 책을 보면 좋을 것 같아 읽기 시작했다. 사실 책을 읽기 전과 읽으면서 조금 궁금했던 것은 과연 내가 이 책을 읽고 슈만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지게 될 것이냐였다. 무난한 인물도 아니기에 너무 깊이 알게 되면 뭔가 음악적 감흥이 더 깨질 것 같은 느낌도 있었다.


슈만과 클라라 부부의 관계에 대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바로 슈만이 자기 작곡해야 한다고 클라라가 집에서 연주를 하지 못하게 한 것이었다. 심지어 클라라가 연주하는데 슈만이 화를 내며 피아노 뚜껑을 쾅 닫아 버려서 그녀가 손가락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고.. 심각한 정신 질환이 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였기에 좀 충격적이었다.


그렇지만 나도 음악이나 글 작업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뭔가 현실적인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용히 작곡에 몰두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집에서 누가 끊임없이 피아노를 연습하면 방해되기는 했을 것이다. 이게 거의 200년 전의 이야기이니 요즘처럼 각 방마다 방음 시설이 가능했던 때도 아니었을 거고.. 그래도 어찌됐건 클라라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클라라에 대한 슈만의 사랑은 굉장히 유명한, 낭만적인 일화로 이야기되고는 한다. 아마 여기에는 드라마 서브 남주 느낌의 브람스가 등장해서 더 그러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것은 슈만이 진짜 사랑했던 것은 자기 자신이며, 또한 자기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한 하이네 시인이었다는 생각이다.


자신과 비슷한 입장에 있었다고 느낀 하이네 시인의 작품들을 한 줄 한 줄 연구하고 이면의 감정이 어떠했을 것인지 유추해서 정성을 들여 작곡한 슈만. “시인의 사랑”에서 중요한 것은 시인의 감정이지 거기에 등장하는 연인의 감정이 아니다. 슈만은 하이네 시인의 감정에 깊이 이입하며 세밀하게 가곡 작품들을 만들어갔다.

이런 생각이 더 강해진 것은 책의 마지막에 실린 “시인의 사랑” 연보를 보고 나서였다. 슈만은 1856년 2월 17일 하이네 시인이 프랑스 파리에서 서거한지 얼마 안되어 같은해 7월 29일 독일 본의 정신 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슈만은 하이네 시인에서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고 혼자만의 생각일지라도 깊이 이해 받는다는 느낌을 가진게 아닐까?


그래서 책을 덮으면서 다시금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사람은 어쩌면 사랑보다는 이해가 더 필요한 존재가 아닐까 하는.. 슈만에게는 자신을 이해해 줄 사람이 절실했다. 클라라는 슈만을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슈만과는 다른 성향이었다. 슈만은 자신과 비슷한 성향으로 느껴지는 하이네 시인의 작품들에서 깊은 감정적 이해나 위안을 느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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