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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에서 신화로 성장한 겨울왕국 2

by 모현주



겨울왕국 2편은 1편에 비하면 "Let it go" 와 같이 확 잡아끄는 OST가 없어 보이고 줄거리도 마찬가지로 약간 잔잔해진 편이지만 전편과 다른 무수한 매력이 있다.

일단 OST 부터 생각해보면 1편 앨범은 너무나도 유명한 엘사의 파워풀한 테마 "Let it go"와 안나의 사랑스러운 테마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이 두 축을 이루며 인기를 끌었지만 앨범 전체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안들었다. 그런데 이번 2편 앨범은 전반적으로 다 완성도가 높다. 우선 세개의 타이틀곡, 즉 엘사 테마인 "Into the unknown", 자매 테마인 "Show yourself", 안나 테마 "The next right thing," 모두 그녀들의 내면적 고민과 성숙을 잘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타이틀송보다 전체적인 영화의 분위기를 잡아주는 엘사 엄마의 자장가송 "All is found"가 좋았는데 숨겨져 있던 엘사의 정체성인 신화적 분위기를 가장 잘 드러낸다.

2편의 줄거리가 지향하는 것은 또한 "Show yourself"에서 잘 이야기되고 있는듯 하다. 엘사처럼 세상에서 자신이 뭔가 다른것 같고 속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기 쉽다. 그렇지만 자신 혹은 자신의 세계에 대해 알아가고 찾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을 어느정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1편에서 엘사는 고통을 겪으며 조금씩 자신의 다름 (마법) 을 인정하게 된다. 2편에서는 알려진 것과는 다른, 과거의 진실을 발견하고 위기를 겪지만 이를 극복하며 자신과 같이 마법을 가진 이들을 만나게 된다.

남성 중심 영화 재현의 오래된 관습들을 많이 깨고 디즈니 최고 인기작 중 하나로 당당하게 자리잡은 이 Frozen 시리즈는 디즈니 최초의 여성 감독인 제니퍼 리의 데뷔작이다. 월트 디즈니는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을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을 1940년대부터 만들고 싶어했지만 줄거리나 캐릭터 등 많은 수정을 거쳐 영화화되기까지 6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1편의 악역이었던 한스는 사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을 기리는 의미로 이름을 따온 것이며, 원래 엘사는 자기애적이고 반사회적인 인격장애자 남성 (안나의 엑스인 한스 역시 마찬가지의 유형이다) 게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악역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Let it go"라는 곡이 너무 밝게 나오기도 했고, 여성들의 질투나 경쟁이라는 기존의 구도를 깨기 위해 엘사와 안나를 자매애나 여성적 리더쉽의 표상으로 만들었고 이는 겨울왕국 신드롬의 가장 큰 요인이 된다.

2편을 보고나서 많은 이들이 2편의 주인공이 안나라는 느낌을 받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안나의 사적이고 공적인 성장이 두드러지긴 하지만 여전히 겨울왕국은 엘사의 위태해 보이지만 경이롭기도 한 성장기를 잘 보여준다. 그렇지만 1편에 비해 2편의 엘사의 성장기는 좀 더 세밀한 관심을 필요로 한다. 마법계의 진실은 이제서야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고 엘사는 서서히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자신의 세계가 어디인지 알기 시작한다. 사실 안나 역시 원작에서는 우울증에 시달리는 어두운 캐릭터였다고 하는데 최종에서는 매우 밝은 캐릭터로 색을 바꾼 것이라 한다. 올라프와 함께 겨울왕국에 따듯함을 불어넣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2편에서는 1편에서의 사랑을 갈구하고 의존하는 모습을 넘어서서 엘사 못지 않은 리더쉽을 선보인다. 안나의 남자친구인 크리스토프는 매우 안정적이고 충실하지만 용기를 내는데 어려움을 겪는데 그 또한 점점 자신의 연인을 위해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는 일을 해내게 된다.

엘사는 성인 여성들뿐 아니라 여자 어린이들에게 특히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그녀의 패션 또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엘사가 하늘색 의상을 입는 것은 사실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데 기존의 남자 어린이의 색으로 여겨진 푸른색, 하늘색을 가져온 것이다. 핑크와 스카이블루라는 색상의 젠더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겨울왕국에서 엘사의 감정은 색으로 잘 드러나는데 파란색은 행복, 빨간색은 불안과 공포, 노랑은 분노를 나타낸다. 또한 그녀의 모션은 발레보다는 현대적인 무용수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한다. 사실 2편의 그녀의 의상은 드레스로 보기 쉽지만 레깅스에 언발란스 스커트를 입은 형식이다. 이 또한 다소 컨템포러리적인 발레리나 혹은 무용수의 느낌을 선사한다.


https://youtu.be/a1HL26K1nL0

https://youtu.be/md7dK5-qv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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