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로열 오케스트라, 선우예권 협연

by 모현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한국-덴마크 수교 60주년 기념 <덴마크 로열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에 다녀왔다! 선우예권님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 있기에 갔던건데, 진짜 프로그램 전반이 기대보다 훨씬 훨씬 좋아서 너무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지휘자였던 토마스 손더가드님 왜 이렇게 댄디하고 멋지신건지. 이 분 오늘 프로그램의 첫번째 곡이었던 카를 닐센의 열성 지지자라고 하신다. 그런데 닐센곡뿐 아니라 모든 프로그램을 매우 잘 이끌어 주신다는 인상을 받았다.

헬리우스 서곡은 약간 영화 배경음악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는데 관악기가 매우 부드러운 소리를 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곧 이어 피아노가 들어오고 선우예권님이 입장! 라흐마니노프 2번은 너무 인기있고 유명한 곡이지만, 특히 2악장을 들을 때 마다 자꾸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가 생각난다. 이 곡의 선율을 차용한 셀린 디온의 All by myself 가 OST로 매우 사랑받았었다.

오케스트라와 피아노 협연은 피아노의 사운드가 묻히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공연장이 크고 오케스트라 편성이 크면 피아노의 사운드가 상대적으로 잘 들리지 않는다. 클래식은 마이크를 안쓰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음향 좋은 공연장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오늘 같은 경우 덴마크 오케스트라의 풍부한 사운드와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이라는 큰 규모의 공연장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피아노 소리가 심히 작지는 않았다. 그리고 예권님 독주 부분도 많았으니까 즐겁게 들을 수 있었다.

오늘은 3악장도 와닿았던 같고, 선우예권 특유의 섬세한 라흐마니노프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앵콜곡으로는 라흐마니노프가 그렇게 좋아했다는 차이코프스키를 연주해 주셨다. 계절 - 가을 (10월) 테마 였는데 차분하면서도 아련한 그런 느낌의 연주였다. 예권님 덕분에 다양한 작곡가들과 오케스트라의 새 매력을 알게 되는 기쁨이 쏠쏠하다.

덴마크 로열 오케스트라는 이번 내한이 최초라고 한다. 그런데 너무 매력적이었다. 관악기 파트 특히 어쩜 그렇게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사운드를 지탱해주시는지 시종일관 감탄하면서 봤다. 이 오케스트라는 세계적인 악기들을 많이 소지하고 있다고 하던데 그런것도 역시 영향이 있는걸까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하였다.

특히 2부 공연이었던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라벨 편곡 버젼을 듣는데 소름 돋을 정도였다. 피날레 부분에는 큰 종까지 동원되어서 진정 풍부하고 화려한 사운드란 이것이다라는 느낌을 한껏 선사해주었다. 역시 라벨이다 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무소르그스키에도 관심이 가게 된 그런 공연이었다. 앵콜곡 마지막곡이었던 Champagne Galop 은 정말 신나는 곡이었다. 민속적이면서도 빠른 춤곡의 느낌을 주었고 첼로 주자들이 첼로를 한바퀴 돌리는 등 관객들의 아낌없는 호응을 받았다.

이제 곧 다가오는 2020년 선우예권님의 리사이틀과 다양한 협연들도 기대 중이다. 그리고 이번에 처음 내한 온 덴마크 로열 오케스트라도 앞으로는 좀 더 자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라벨이나 차이코프스키 같은 경우는 자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만, 오늘 연주된 닐센과 룸뷔에 같은 덴마크 작곡가들은 그렇게 흔하지 않은데 너무 좋게 다가온 그런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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