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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푼젤과 신데렐라 이야기 (넷플릭스)

- 신데렐라와 나르시시스트 계모 스토리

by 모현주



최근에 본 넷플릭스 영화 두편. 넷플릭스에 들어가면 한참을 뭐 볼지 고민을 한다. 어차피 보는 장르는 대부분 로맨틱 코미디나 애니메이션, 판타지, 인디나 예술 영화 정도인데도 그 비슷비슷한 아이들 중 무엇을 볼까 고민이 되는 경우가 많다.

라푼젤 스토리를 대충은 알고 있지만 제대로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서 일단 라푼젤을 보기로 했다. 최근 열심히 본 겨울왕국 전 디즈니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게 바로 이 그림 형제 라푼젤에 기반을 둔 Tangled (2010) 라는데 생각보다 호응은 많이 받지 못했고, 큰 기대 안했던 Frozen 1 (2013)이 엄청 인기를 받았다고 들었던 것 같다.

라푼젤을 보는데 자꾸 엘사가 떠올랐다. 디즈니는 이미 이 때부터 캐릭터 비쥬얼화에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었던거다. 라푼젤의 긴 머리를 매 씬 마다 표현해 내는 일이 엄청 힘들었을텐데 정말 세심함에 감탄했다. 라푼젤의 계모는 정말 악역의 전형이고 나르시시시스트 혹은 나르코패스 엄마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또한 영화의 남자 주인공인 플린은 겨울왕국2에 앞서 많은 사랑을 받은 알라딘을 떠올리게 만든다. 고아에 좀도둑인데 공주를 만나 위기를 헤쳐나가며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며 해피엔딩을 맞는 것도 같다.

라푼젤 자체는 큰 흥행을 하지는 못했지만 이후 작품들에서 디즈니는 라푼젤에서 보이기 시작한 시각 기술적 진보나 스토리를 보강해서 큰 성공을 하게 된다. 겨울왕국 2의 비주얼 이펙트나 알라딘의 4D 이펙트는 놀라울 정도였고, OST 부분에서도 상당히 심혈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었다. 라푼젤의 스토리는 우리가 아는 전형적인 동화 (남자에 의한 공주 구출)의 플롯인데 아마 이런 전형성 때문에 좀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인상을 받았을 수는 있다. 물론 그 남자가 왕자는 아니고 착한 좀도둑이었지만 말이다. 알라딘의 자스민이나 겨울왕국의 엘사 모두 라푼젤보다는 훨씬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두번째로 A Cinderella Story:
Christmas Wish (2019) 는 얼마 전 개봉한 넷플릭스 신작이다. 보고 나니 그리고 부제의 느낌이 왠지 다른 넷플릭스 인기작들처럼 2, 3편이 나올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넷플릭스에는 크리스마스 테마 영화들이 상당히 인기가 있는 편인데 아마도 그 시즌이 주는 분위기가 한 몫하고 있는 것 같다.

여자 주인공인 캐서린 (캣)은 싱어송라이터를 꿈꾸지만 산타랜드에서 요정 알바를 하고 계모와 언니들의 구박을 받으며 지낸다. 어느날 동네 최고 부자 가문인 윈터가든의 미남 아들 도미닉 (닉)이 산타 복장을 하고 가업인 산타랜드에서 알바를 하게 된다. 요정과 산타로 변장한 둘이 처음에는 서로의 정체를 모른채 친해진다는 내용이다. 캣의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중에 조금씩 나오면서 약간의 반전이 있고, 남자 주인공인 닉도 인디 밴드 매니저이기에 영화가 음악이나 뮤지컬 영화 느낌이 있다.

지금 보니 라푼젤과 크리스마스 이야기 둘 다 계모가 나오는 이야기이다. 나쁜 계모의 밑에서 고생하다가 여자 주인공이 결국 사랑, 꿈, 행복을 찾는다는 그런 신데렐라 플롯에 기반하고 있다. 이처럼 사실 신데렐라라고 하면 신분상승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은데, 보다 중요한 것은 병적으로 이기적 목적을 가진 나르시시스트/나르코패스 계모의 존재가 아닌가 싶다. 또한 신데렐라는 원래 좋은 가문이었는데 아빠의 죽음과 계모의 구박으로 인해 신분이 떨어져 있는 것이니 신분 상승이라기보다 회복이라 보는게 더 맞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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