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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현주 Feb 02. 2020

인터넷 문화 연구의 어려움



내가 대학원에 다니면서 주로 연구하던 주제들이 청년, 젠더, 문화, 감정, 인터넷 등이었는데 어느것 하나 일반인들이나 기존 세대들과 대화가 쉬운게 없었다.

특히 인터넷 문화 같은 경우 요즘에나 되서 조금 나아진거지만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정말 무시 당하기 일쑤였다. 심지어 미국 박사과정 코스워크 할 때, 연구 펀딩 지원을 했었는데 아주 인상적인 커멘트를 받기도 하였다. "인터넷 연구하는데 무슨 돈이 필요한가?" 라는 어이없는 말이었다. 사실 좀 그 이후의욕 떨어져 펀딩 지원을 중단하기도 했다.

국내외 워크샵이나 학회 발표할 때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항상 이걸 어떻게 전달해야 좀 잘 될까를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특히 약간 나이가 많아도 이해를 잘 못하고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은 것을 너무나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소통불가 상황을 알기 때문에 연구를 시작한거라 어느 정도 예상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힘이 빠지긴 한다.

지난번에 한국 연예인•아이돌 스캔들관련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던 파이낸셜 타임즈 기자를 얼마 전에 동네에서 만나 점심 먹으며 이야기를 했었다. 인터넷 관련 연구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하길래 편히 만나 연구에 대해 이런저런 대화를 했다. 그런데 기자도 80년대생이라 그나마 좀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내가 공부한 쪽들은 아무래도 문화 인류학이나 문화 연구라 그나마 아카데미아 중에서도 보수성이 덜하다고 한 곳이지만 이런 곳들에서도 내 관심 주제들은 여전히 조금은 낯선 어떤 것들이다. 미국 같은 곳에서도 그런데 한국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어떠겠는가. 인터넷 관련 사건, 사고 참 많은데 시선들은 아직도 너무나 보수적이라 이 갭이 때로는 정말 무겁게 느껴진다.

내가 향후 아카데미아에서 연구를 계속하게 될지 안하게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서는 어떤 장소에 있던 연구를 계속 하게 될테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젠 그렇게 보수적인 학계에서 조차도 인터넷 이슈를 무시하지 못하게 되기 시작하는거 같긴 하다. 아직은 갈 길이 많이 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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