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utcracker and the Four Realm
영화는 한국 개봉 첫날 봤는데 리뷰를 이제서야 쓴다. 굉장히 오랫동안 기다려 온 영화 중 하나이고, 다음 기대작은 얼마 있으면 개봉 할 "메리 포핀스" 신작이다. 두 작품 다 예/복습 차원에서 책으로 읽기도 했고, 책이나 영화 혹은 발레 작품 등 서로 다른 버젼들을 비교해가며 읽거나 보는 재미가 있었다. "호두까기 인형과 네 개의 왕국"이 가장 주목 받았던 이유 중의 하나는 이 작품의 발레 버젼의 영향력 때문이었겠지만, 다른 이유를 꼽자면 아마도 발레리나인 미스티 코플랜드가 출연하여 발레를 선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의 여주인공은 메켄지 포이이지만 실제적으로는 미스티 코플랜드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이니 말이다.
미스티 코플랜드는 아메리칸 발레 씨어터에서 사상 최초로 수석 무용수로 발탁된 아프리칸 아메리칸이다. 2015 년에 그녀가 마침내 수석 무용수가 되었을 때 세계는 그녀의 성공에 찬사를 보냈고 축하를 보냈다. 아마도 그녀는 전세계적으로 환영을 받은 최초의 아프리칸 아메리칸 수석 무용수일 것이다. 그녀의 소식은 인터넷으로 접할 수 있었지만 그녀의 작품을 실제로 접할 기회는 없어서 이번 디즈니의 "호두까기 인형과 네개의 왕국"에 거는 기대가 좀 컸다. 그렇지만 실상 영화 가운데 나오는 발레씬은 크게 감동적이지는 않아서 좀 실망을 하고 있던 차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그녀의 춤이 나오는데 넋을 잃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직 이 영화를 못 본 주위 사람들한테 꼭 엔딩 크레딧까지 자리를 지키라고 당부하기도 하였다.
영화 속에 나오는 미스티 코프랜드의 발레씬은 어딘가 아동의 눈높이 혹은 고전적인 백인 발레의 프레임에 메여있는 느낌이 들었다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그녀의 의상과 춤은 영화가 끝나고 현실의 세계에서의 그녀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다. 좀 더 길게 보고 싶었고 아쉬워서 자리를 뜨기가 힘들었으나 다른 작품들에서의 그녀의 활약을 지켜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극장을 빠져 나왔다. 디즈니 영화 버젼에서 또하나 새로왔던 것은 미스티 코플랜드 뿐 아니라 호두까기 인형 병정 역시 백인이 아닌 제이든 포오라나잇이 그 역할을 맡았던 것이다. 디즈니가 백인 발레리나 혹은 백인 프린스의 공식을 깬 것은 신선한 시도가 아니었나 싶다. 또한 1940년에 발표 되었던 디즈니 오케스트라 영화인 "판타지아"의 발레 버젼이라는 느낌도 받는 등 여러 측면에서 새롭다는 느낌을 주었다.
다만 이 영화를 실제로 보고난 관객들의 평들은 크게 좋지 않았던 것 같다. 화려한 트레일러로 기대감이 너무 높아져 있던 탓도 있는 것 같은데, 실제 작품은 대체적으로 너무 아동들의 눈높이에만 맞춘 것이 아니냐는 평도 있었고 디즈니 영화 중 가장 지루했다는 평도 눈에 띄었다. 개인적으로도 위의 평들에 동의를 하는 측면이 있다. 아마도 팀 버튼 감독의 디즈니 앨리스 시리즈 정도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던 나와 같은 관객들에게 이번 호두까기 인형은 확실히 좀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또한 원작 소설인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대왕" 혹은 발레 버젼인 "호두까기 인형"의 스토리와 비교해 봤을 때 영화 버젼에서 수정되거나 추가된 내용들이 있는데 그게 그렇게 큰 감동으로 다가온 것 같지는 않다. 예컨대 클라라와 그녀의 엄마인 마리와의 이야기나 슈가 플럼 요정과 마더 진저의 결투 같은 플롯들이 잔잔한 감동이나 깨달음 이상의 무엇을 주지는 못했던 것이다. 이는 아마도 소설과 발레 버젼에서의 드로셀마이어 백작과 호두까기 인형 병정의 캐릭터들의 분위기나 매력이 잘 보여지지 않았기 때문인 듯 한데 그 부분이 좀 아쉬웠다. 하지만 미스티 코플랜드의 매력을 (짧지만)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였음에 감사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wXeU38Ydq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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