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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루즈 로트렉의 아버지는 나르시시스트였을까?

by 모현주


Was the father of Toulouse-Lautrec a narcissist?

어제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툴루즈 로트렉 전시를 보고 나서 그의 아빠가 나르시시스트 혹은 악성 나르시시스트는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좀 들었다.

19세기 아무리 유전학이나 근친혼의 위험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고 할 지라도 자신의 자식이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홀대하는 부모는 사실상 나르시시즘의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유전적으로 문제가 있는 자식을 보면서 오히려 자신의 문제일까봐 더욱 혐오스러웠던 것일까? 자신의 근친혼으로 인해 비롯된 문제이고 자식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전혀 이해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로트렉이 드나 들었던 곳이나 그가 즐겨했던 작업들이 기품 있는 귀족 가문이 내세울만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도 그의 뛰어난 재능과 인기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냉담했던 정서적, 경제적 학대는 이런 의심을 불러 일으킨다.

로트렉은 후에 자신에게 유일하게 소중한 사람은 어머니라고 이야기한다. 그녀는 매우 이해심 많고 동정심 많은 사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항상 악성 나르시시스트 곁에는 이런 감정 이입 잘하는 민감자가 있더라.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부모가 나르시시스트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도 상당히 어렵지만 인지한다고 해도 그것을 인정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로트렉이 끊임없이 그의 아버지의 인정을 갈구하고 고독해 했던 것이 좀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러한 정서적 공허감은 그가 알콜, 환락, 섹스 등에 중독되게 만들었고 편집증적인 망상 장애를 가지게 만들었다.

또한 유전적 장애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작은 키와 외모적 측면은 그가 정상성과 남성성과 관련해 열등감을 가지게 만들었고 소외시켰으며 심리적, 관계적 어려움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어려움들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그림에 대한 천부적 재능과 유머 감각이 있었고 어느 정도 탈출구가 되었으리라 짐작된다. 다만 아버지와의 심리적 거리를 좀 가질 수 있었다면, 어머니가 아버지를 좀 제어할 수 있었더라면 그가 훨씬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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