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삼청동 갤러리 투어가 하고 싶어서 검색하다 갤러리 현대에 가보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예약제였지만 평일 낮이라 그런지 예약하지 않고도 관람이 가능했고 무료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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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현대 50년 Part 2" 였는데 본관에서는 한국 실험 미술 선구자들의 작품들이 있었고, 신관에는 보다 젊은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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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은 금지되어 있었으며 개인적으로는 신관 작품들이 더 좋았던 것 같다. 본관의 작품들은 작품 자체보다는 작업 방식이나 퍼포먼스 기록 느낌이 더 강했다. 신관에서 좋았던 작품들은 이반 나바로의 설치 작품이나 김성윤, 유근택, 도윤희, 김민정님 회화 작품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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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현대 관람을 마치고 바로 옆에 있는 금호 갤러리의 "김보희 개인전 Towards" 에도 들려 보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았던 전시였다. 관람비는 5천원 정도였는데 학생 할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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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희 작가가 보다 유명해진게 트럼프 방한때 접견실에 이 작가의 그림이 렌탈로 걸려져 있어서 그렇다고. 그리고 회화 스타일도 요즘 미술계에서 핫한 데이비드 호크니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호크니와는 조금 다른 김보희님만의 스타일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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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희 작가는 2000년대 중반부터 제주에 내려가 사는 중이며 3년 전 이대 교수를 정년 은퇴하고 보다 활발한 작품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그 은퇴 직후인 2018년에서 2020년까지 3년간의 작품들인데 작품수가 꽤 많아서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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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많이 다루지만 작가의 체험, 상상, 시점을 더한 호크니의 방식을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들이 있었다. 색채나 형태, 구도 등을 다룸에 있어서 고갱 혹은 큐비즘을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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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지만 사실의 재현이라기보다 작가의 이야기로의 초대라는 점에서 호크니와 김보희 작가가 같이 떠올려지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김보희 작가에게 자연은 어떤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반영해주는 중요한 메타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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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김보희 작가의 작품들은 얼핏 보면 서양화 같지만 묘하게 동양화의 감성을 담고 있다. 채도 혹은 구도 등에서 서양화 같으면서도 동양화 같은 느낌을 동시에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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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작품들을 보면서 정말 작가가 그 풍경 안에서 느꼈을 감정들을 관객들이 같이 받을 수 있다는 느낌이었다. Towards 시리즈도 좋았지만, 꽃을 정밀히 구상해 낸 Love 시리즈도 정말 좋았다. 바다를 그린 작품들에서는 명상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마크 로스코가 떠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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