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 이야기

작은 아씨들 무비 아트북

by 모현주



이렇게 정식으로 무비 아트북을 사서 본 건 처음이었는데 굉장히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겨울 왕국도 사실 좀 사고 싶긴 했는데 너무 일러스트 위주일 거 같아서. 그런데 작은 아씨들의 경우 작가나 사회문화적 배경에 대해 좋은 정보들을 담고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루이자 메이 올컷의 반쯤은 자전적인 소설 <작은 아씨들> (1868) 을 읽고 감명을 받고 주인공 조에 호감을 선언한 많은 유명 인사들이 있다고 한다. 글로리아 스타이넘, 시몬 드 보부아르, 힐러리 로댐 클린턴,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그리고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 킹 역시 팬이라고 한 적이 있다.

이 영화를 제작한 여성 감독인 그레타 거윅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한 뚜렷한 제작 방향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 (1929) 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여성들의) 지적 자유는 물질적인 것에 달려 있다' 라는 것이 그것이었다. 사실 버지니아 울프의 이 책 역시 작은 아씨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듯 하다. 여성으로서 지적 활동을 한다는 것, 그리고 여성들은 왜 돈을 벌기가 힘든가에 대한 생각들이 두 작품 모두의 요지이다.

올컷의 부모님들은 그 당시로서는 상당히 급진적 혹은 히피적 가치관을 가졌다고 한다. 특히 아버지인 브론스 올컷은 좀 독특했는데 19세기 미국의 사상 개혁 운동인 초월주의를 지지해서 가족들을 데리고 서른번 넘게 이사하며 유랑하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또한 프루트랜즈 Fruitlands 라는 자급자족 유토피아 공동체를 설립했지만 1년 만에 망하고, 이후 평생 돈버는 일을 안하겠다며 가족들을 경제적으로 궁핍하게 만들었다.

루이자 메이 올컷과 그의 자매들은 급진적 부모 사상과 생활 방식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아버지에 대해 그렇게 긍정적이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나치게 이념에 빠져서 현실 관념도 없고 가족을 경제적으로 방임했으니 말이다. <작은 아씨들>에서 조의 어머니가 조에게 분노라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이런 배경을 알고 보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이 무비 아트북에서 인상적인 글이나 사진들이 꽤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세 여성 제작진 중 한 명인 로빈 스위코드의 인터뷰였다. 그녀는 작은 아씨들이 가족 생활에 관한 진실을 직면하게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형제자매는 서로 싸운다는 것, 서로에게 폭력을 쓰기도 한다는 것, 부모가 자신의 문제로 자식을 방치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은 죽기도 한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책에서 가장 각색이 많이 된 인물은 바로 작가의 아버지인 브론스 올컷이 아닌가 싶다. 작품에서는 아버지인 마치씨가 목사로 남북 전쟁에 나가서 가정을 돌보지 못했다고 나온다. 그렇지만 남북 전쟁에 간호사로 나간 것은 작가 자신이었다.

무비 아트북인만큼 영화 제작 과정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다. 에이미의 유럽 생활 씬에서 등장하는 크림빛 망토를 빈티지로 수작업 한 이야기, 영화가 보스턴에 있는 실제 올컷의 집 및 스튜디오에서 촬영된 이야기, 로런스 가족이 보내 온 핑크빛 민트 아이스크림 제작 및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 등등.

내게 작은 아씨들은 오랫만에 인생 책, 인생 영화를 동시에 업데이트 하게 해 준 소중한 작품이다. 여러모로 고마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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