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현주 Nov 13. 2021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다면 행복할까?



75년생인 영국에서 태어난 메트 헤이그는 20대 초반 절벽 끝에 서서 생을 마감하려던 순간, 자신의 우울증과 불안 장애를 깨달아 서서히 건강을 회복하며 소설과 동화를 쓰기 시작하고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마음 건강에 대해 여러 작품을 써왔고 이는 자신의 삶의 문제에 대한 직면이자 성찰의 작업이기도 했던 것이다.

책은 죽기로 결심하기 스무 일곱 시간 전의 노라 시드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 시간은 바로 자신의 반려묘인 볼테르 혹은 볼츠가 마당 앞에서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사실을 평소 알고 지내던 의사인 애쉬에게 전해 들은 시간이다. 안그래도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던 노라는 이 이후로 짧은 시간에 연쇄적으로 그다지 좋지 않은 일들을 연쇄적으로 겪는다. 이를테면 자신이 오래 일하던 악기 판매점에서 해고를 당한다던가, 하나 있던 피아노 레슨에 늦어서 짤린다던가, 이웃 노인에게 약을 사다주던 봉사까지 이제 하지 않아도 된다며 거절당한 일 같은 것 말이다.

그녀는 죽기로 결심하고 행동에 옮기지만 어쩐지 그녀가 눈을 뜬 곳은 이상한 도서관이었다. 거기엔 자정 0시 0분으로 시간이 멈춰 있고 어렸을 적 자신에게 친절했던 도서관 사서인 엘름 부인이 있었다. 바로 이 곳에서 이 책의 모든 이야기와 모험들이 시작된다. 그 곳에 있는 수많은 책들은 그녀가 살아오면서 했던 모든 후회들이나 혹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가능했을 무수히 많은 삶들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 하나의 책을 골라 펼치면 바로 그 삶을 삶아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그녀에겐 자신이 럭비 선수를 하다 부상을 당해 평생을 후회해 왔으며 딸에게 수영 선수로 성공해야 한다며 압박하는 나르시시스트 아버지가 있다. 그리고 그녀가 나중에 도서관 여행을 하며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트라우마로 결혼 이틀 전 파혼해서 평생 죄책감을 가지고 있던 구 남친 댄 역시 가스라이팅을 하던 나르시시스트 혹은 악성 나르시시스트였다. 그녀가 책을 선택할 때 댄이 나올 때마다 얼마나 짜증이 나던지;;

그녀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서 자신이 꿈꿔왔지만 이루지 못했던 수많은 삶의 선택지들의 실상을 방문해 본다. 이를테면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올림픽 수영 선수, 댄과 약속했던 한적한 마을에서의 펍을 하며 사는 삶, 오빠와 함꼐 하던 밴드가 슈퍼 스타가 되어 셀럽으로 사는 삶, 환경과 동물을 보호하며 빙하학자로 사는 삶, 자신에게 평송 관심있던 의사인 애쉬와 결혼하고 자신의 학부 전공인 철학을 계속 공부해서 교수가 되는 삶 등 말이다.

그렇지만 저자 자신에게 실제로 일어났고 또한 실제로 해낸 일, 바로 자신과 다른 이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삶에 대한 관점을 바꾸게 만들어주는 저자가 되는 삶은 책에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사실 저자의 지금 삶은 어떨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후회나 슬픔, 불행이나 결핍이 아예 없는 삶이란 없다. 하지만 자기 자신이나 삶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정말 무수히 많은 것들이 바뀔 수 있거나 혹은 굉장히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책의 주인공인 노라 시드도 약간 초민감자, 엠패스처럼 보이는 면이 있어 이해가 잘 됐던 것 같다. 역기능 가정에서 자라난 자녀들이 겪는 문제들이 잘 드러나기도 하고, 나르시시스트나 심리 문제, 실존 철학, 심지어 양자 역학, 슈뢰딩거의 고양이, 평행 우주론 등에 관심 있는 분들도 재밌게 있을 수 있는 그런 책이지 않을까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챙김 명상에의 입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