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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공장 Nov 16. 2023

나에게 헌신하기 위해 꼭 해야할 것들

아직도 버리고 있다. 다음주까지도 버리기는 이어진다 쭈욱! + 인터뷰

일~월 캠핑을 다녀왔고 월~수 감기 기운으로 많은 걸 멈췄다가 다시 기록을 시작한다. 영국에 있는 동안 하루 워드에 매일 매일의 기록을 담은 일지를 적었고 약 10일 정도 시차 적응하느랴 쓰지 않고 일주일 런던에서 쓴 에세이 투고하느랴 적지 않았는데, 오늘 일련의 일을 겪으면서 무엇을 하든 앞으로 일지를 매일 쓰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동안 추가된 일정이 있다. 인터뷰 준비!


영국을 가기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나이 제한에 걸리지 않는 어떤 job 공고를 봤다. 한 6년 정도를 언젠가 한 번 지원해야지 했던 일이었는데 매년 지원하지 못했다.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영어 성적 제출이 필수라고 적혀 있는데 매번 확인할 때마다 영어 시험을 볼 충분한 기간이 되지 못했다. 이번도 다르지 않았지만... 마감 하루 전날 영어 성적 결과가 나오는 시험이 공고를 본 바로 그 다음날까지 접수라는 걸 확인하고 바로 접수하고 접수 후 2~3일 후에 영어 시험을 봤다.


짧은 시간, 최신 문제집을 사서 모의 문제를 풀고 자신 있는 상태로 들어갔지만, 당일 날 완전 죽 썼다. 그래도 몇 년만에 시험을 본 게 어디냐며, 행동을 한 나를 위로했고 이번에도 영어 시험 점수가 없어서 접수를 못 하겠네, 하며 혹시 모를 서류를 준비했다. 


며칠이 지나고 영어 성적 결과가 나오는 날. 실망하지 말자, 라며 결과를 눌렀는데 거의 만점?! 


처음 본 시험이기에 홈페이지에서 테스트 점수가 나왔는 줄 알았다. 와우!!! 


행동해서 보길 잘했다.


영어 시험 결과를 동봉해서 서류 접수를 끝내고 허둥지둥 출판 준비해서 영국을 갔다. 영국의 마지막 주 쯤 메일이 왔다. 1차 면접을 통과했으며 간단한 5분짜리 줌 면접이 있을 예정이라고... 


5분 면접??? 


5분동안 면접이 있다는 곳은 처음이었다. 간단하게 언어 능력을 본다그래서 그런가보다 했고 입국 바로 다음날 오전 9시 면접이었는데, '말만 할 수 있으면 됐지, 5분인데 뭐,' 라는 마음으로 인터뷰 시간과 날짜가 가능하다고 회신했다.


5분 인터뷰 당일.


시차와 그동안의 피로가 쌓였는지 정신 차리기 어려웠지만, 인터뷰 10분, 20분 쯤 전에 일어나 줌에 미리 접속했다. 약속된 시간이 되었는데 창은 켜지지 않고 대기하라는 문구만 켜졌다. 


2분정도 지나도 변화가 없자, 이상이 있나 전화 번호를 찾고 있는데 접속 되면서 면접관들이 보였다.


정장 차림의 3명의 면접관들.


첫 질문은 왜 지원했는지 말하라고 했다. 


허걱. 언어 능력 테스트라면서요... 진짜 인터뷰였다니.... 정신을 차리려고 미세하게 머리를 흔들었지만, 집나간 정신은 돌아오지 않는다. 한 질문이 끝나니, 다음 질문이 이어지고, 점점 더 심오한 질문이 연속됐다. 중간에 내가 한심해서 헛웃음이 나오더라. 죄송하다고 하면서 시차 적응 중이라고, 무슨 설명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그럴 정신조차 되지 않았다. 


끝나고 나니 3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허탈했다.


단순히 말을 할 수 있는지를 보는 줄 알았는데 다시 메일을 보니, 역량 검사도 같이 있다더라. 5분이라는 시간에 현혹되어서 역량 검사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언어 능력 평가만 보고 만만히 봤던 내가 잘못한 일이다. 저녁쯤 정신을 차리고 부랴부랴 내가 생각하는 답변과 함께 구구절절 설명하는 메일을 보냈다. 


그 정성이 통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언어 능력 평가였는지, 비몽사몽했던 내 뇌가 생각보다 대답을 잘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월요일에 2차 면접을 보게 됐다는 메일을 확인했다.


 금요일 저녁 때 메일이 왔는데 캠핑에서 돌아온 월요일 오후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메일을 확인했는데 역시나였다. 확인한 순간 미리 확인할 걸이라는 마음이 올라왔지만, 결국 월요일에 확인해서 편안한 주말을 보내고 올 수 있다는 결론을 얻으니 마음이 편했다. 금요일에 프레젠테이션 토픽을 줄테니, 유럽 시간 월요일 오전 9시까지 파워포인트 제출, 다음주 화요일 혹은 수요일 오전에 면접을 볼 것이니 가능한 날짜를 월요일(=메일을 읽던 그 날) 까지 알려 달라고 했다. 적어도 메일을 월요일에 확인해서 다행이다!


이메일에는 친절하게도 인터뷰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어떤 면접관이 들어오는지에 관해 적혀 있었다. HR에서 한 명이 들어오고 라인 매니저가 될 사람과 부서의 시니어 과학자가 한 명 들어온다, 총 1시간동안 인터뷰가 진행될 것인데 (1) 10분 프레젠테이션 (2) Motivational, technical and competency-based questions를 볼 것이라 했다. 53페이지가 되는 인터뷰 준비 팁이 적힌 파일을 함께 보내주었다. Technical을 묻는다고 하니, 역시 직무에 관한 자세한 공부는 필요하겠다!!


이미 짜여진 일정이 있고 준비할 것이 많을 거라는 생각에 수요일에 면접을 보기로 결정했다. 동시에 내가 일을 마지막까지 미루려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아냐, 화요일보다는 수요일이 낫다!



가장 먼저 내가 해야할 모든 일들을 리스트업했다.

첨부파일 읽기

직무기술서 읽기

인터뷰 관련 경험 예시 리스트업

2분 파워쉐어링 준비

직무 관련 공부

프레젠테이션 내용 준비

프레젠테이션 만들기

프레젠테이션 발표 준비


그리고 각각의 활동이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 지 대략적인 계산을 해서 다음주 수요일까지 계획했다. 월요일, 화요일은 53페이지가 되는 첨부파일을 읽고 직무 기술서를 읽으며 웜업을 했고 오늘은 관련 경험들을 리스트업하며 2분 정도의 답변을 준비했다. 현재 듣고 있는 세미나에서 2분 파워쉐어링이라고 세미나 하기 전 후 달라진 점들을 나누는 연습을 하는데 그 연습에서 이야기를 듣는 상대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생생하게 나누는 연습을 시킨 것이, 글을 쓸 때도, 이번 인터뷰를 준비할 때도 많이 도움이 됐다.


문서에 있는 예상 질문들에 혼자 답해보고 글을 짤막하게 작성해보며, 어려운 질문이라고 표시해놓은 것은 오히려 답하기 쉽지만, 자주 묻는 질문이라고 적혀있는 것들은 대답하기 어려웠다. 내일은 이 질문들 위주로 준비하면서 엑셀에 에피소드들을 자세히 적어보겠다고 마음 먹었다.


오늘은 어제보다는 몸이 좋아졌지만, 아침에 일어날 때는 몸이 아직 완전히 나은 것 같지 않은 것 같아 일부러 더 잠을 청했다. 10시에 일어났고 아침 먹고 씻으니 10시 40분 정도가 되었다. 시간을 보지 않고 느긋하게 시작했는데 40분 정도가 걸리다니, 좋다!


오늘의 계획:

11~1230 인터뷰 관련 경험 리스트업

1230~230 2분 답변할 수 있게 준비

230~330 식사

330~ 수업 미팅

6~7 저녁

7~10 맥북 & 외장하드 블랙 정리

10~12 일지 / 브런치 쓰기

*매 45분마다 15분씩 쉼!



수업 시작 전과 시작해서 한동안은 오늘 수업을 하는게 맞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유는 이미 앞으로 돌아오는 한 주의 일정이 세팅이 되어있고 할 일이 정해졌는데 수업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몸을 완전히 회복하고 수업하는 게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지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고 미루지 않았던 건 전화를 해서 점검을 하든 수업을 하든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미 정해놓은 것을 생각과 느낌 때문에 수정하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랬다.


수업을 하면서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을 하면서 다시 선택의 공간으로 가려고 하는 걸 봤다. 인지한 순간 하기로 한 결정을 다시 지지하고, ‘그렇다면, 내가 가장 잘 활용할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했다. 


이번 수업 때는 그동안 내가 애를 쓰면서 힘겹게 시간을 보냈고, 그게 아닌 내가 가장 보내고 싶은 이상적인 하루대로 살아보는 걸 하고 싶다는 것을 봤다. 나는 자동값으로 나를 힘들게 하고 지치게 하는 일정을 짜고, 내가 원한대로 힘들고 지친 하루하루를 보냈다. 


요즘 계속 인지하는 나의 일습관이 ‘해야만 한다’라는 의무감으로 가져가는 것과 ‘모두 다 하려고 한다’는 것, ‘나를 자책하는 말 습관’. 일정을 더 비우라는 말도 머리로는 알겠는데 비우는 첫 날 절대로 버릴 수 없는 노트들을 마주할 때와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 나를 도와주지 않는 나의 습관들을 정말 놔줘야 새로운 나로, 자유로운 나로 가는데, 놓으면 나를 잃어버릴 것 같아서, 그러면 절대 안될 것 같아서 그러지 못한다.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시간을 보내는 걸 세팅하기로 했다. '더' 하고 싶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욕심이 나는 건 사실이지만, 지금처럼 하루하루를 살다가는 오래 가지 못한다.


내가 바라는 하루는 그리고 내가 바라는 나는 여유 있게 아침을 먹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하루 종일 원고를 쓰고 밖에 나가서 산책도 하고 오후에 3시 이후에는 메일 확인도 하고 외주 작업이나 글 쓰는 게 아닌 다른 일들도 하고 근데 내가 바라는 것은 결국 대부분의 시간을 글만 쓰는 삶이다. 그동안 무언가를 하면서 앞으로 해야 할 다른 일들과 이미 했지만 완결 짓지 못한 일들에 얽메어 있었는데, 결국 내가 지금 필요한 것은 조금 더 덜고 정말 나에게 중요한 일들만 하는 것이다. 결국은 다시 돌아가 선택!


런던에서 그렇게 내가 언제, 누구와, 무엇을, 어디서 할 것인지 모든 건 선택이라는 걸 얻고 다시 선택하지 않는 삶으로 돌아왔다. 아니다, 완전히 돌아가지 않았다. 다시 지금 연습하면 된다. 오늘 저녁을 먹으면서 프리라이팅을 시작했다. 청소를 하다보니 그림그리기에 관한 것도 있었는데, 매일 일어나서 30분동안 창작 시간을 가질 것이다. 런던에 가기 전, 출판을 준비했을 때부터 정말 가지고 싶었던, 필요했던 시간이다. 오늘 적으면서 이미 나에게 필요한 것들이 눈에 보였고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커피 타임이 그런 시간이겠지만, 나에게는 long hand writing time!  몇 달 간, 나와 만나는 시간이 없이 하나의 할 일에서 다른 할 일로 뛰어다녔던 것 같다. 내면이 지쳐 있었다. 이젠 그렇게 만들지 말고 중간중간 쉬고 놀며 할 것들을 하기!


아! 런던에서 강연한 곳들에 메일을 보내야한다! 계속 미루고 있다. 놀자, 쉬자를 적는데 계속 할 일들이 생각나는 건 내 뇌의 자동값인가보다.


7~10시에는 외장하드 블랙과 맥북을 정리했는데 맥북은 이제 다 됐다. 외장하드는 내일 마주 치우기로 했는데 일정이 조정되면서 USB 정리하는 시간이 사라졌다. USB 정리할 것이 약간 남아있다. 내일 외장하드 치우는 시간에 USB 빨리 치우고 중요한 것만 외장하드로 옮기고 바로 백업 시키자. 


많이 지웠다고 생각했는데 맥북 용량은 그대로인 것 같다. 과거에 만들어놓은 온라인 강의 녹화본이 약 30GB 혹은 그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걸 외장하드로 모으고 지워야겠다. 


아, 정말 내가 가지고 있어야 하나? 필요한 건가? 윽. 잘 모르겠다. 만드는 데 막중한 시간이 걸렸다. 일단 가지고 있고 싶다!


외장하드를 정리하면서 느끼는 건, 중복되는 사진도 많고 필요없는 사진도, 중요하지만 아무것도 활용하지 않은 사진/파일도 정말 많다! 오늘 약속한 3시간동안 치우기는 했는데 워낙 파일이 많아서 그냥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다. 계속 버리는 게 가능해졌다. 내일도 모레도 다음주 목요일도 미친듯이 버려야겠다.


나에게 헌신하기 위해 빈 공간을 일단 만들어주자. 시간도, 물건도, 추억도, 과거도, 책상도, 종이도, 모두 빈 공간이 생겨야 이제 나에게 충분히 헌신할 수 있다.



#요약


'해야만 해'라며 짐으로 가져가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걸 또 발견했다. 해야만 하는 건 없다. 

결국은 다시 나의 선택. 늘 결정할 수 있다. 내가 언제 끝낼 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언제 쉴 것인지, 내가 모두 결정할 수 있다.

뭐든 나에게 힘을 주는 방향으로. 나를 억압할 필요도 없고, 내가 한 결정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가보자.

일지는 앞으로 계속 쓰는 걸로. 이게 다 훗날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일지는 시간이 없을 때는 채팅방에 적은 것을 복붙해서 거기서부터 적은 것들이 많았는데 나에게 힘이되는 방향은 무엇? —> 뭐든 다 활용하기!!

이번주는 인터뷰 준비에 완전히 헌신하자. 남김 없이 완전히 준비해보고 끝내자.

창작. 꼭 필요한 시간이니 매일 30분 식사 시간에 넣자. 프리라이팅으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자.

지금 발목이 다쳐서 운동을 못해 체력이 영 꽝이다. 의사의 자문을 받아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운동을 할 수 있는지 정하고, 적어도 상체 운동만이라도 가능한 것들을 찾아보자.

남은 시간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건 창작 활동이다. 도움 받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자주 질문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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