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준비
저녁을 먹고 청소 둘째날에 버리겠다고 한 쪽에 쌓아 놓은 옷들을 버리고 왔다. 굳이 내 손으로 집 한쪽에 쌓인 옷들의 무게를 느끼며 버리고 오지 않으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정리가 아무 의미 없는 그냥 매년 하는 연례 행사 같은 청소가 되지 않았으면 했다.
분명 영국에서 돌아오면서 느꼈던 감정들과 배웠던 것, 과거의 나로부터 해방이고 이제는 빈 도화지에 내가 그리고 싶은 것들을 그리겠다고 대청소 대변화를 마음 먹었는데 실제 행동을 시작한 뒤 하루가 다르게 좌절을 반복하는 걸 보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다만 그래도 이때를 대비(?)해 쌓아 놨던 뇌 과학 지식을 써먹자면, 대청소를 하면서 과거의 기억을 자극하는 시냅스가 자극되면서 강화됐고 그러기에 지금 필요 없는 과거의 물건들, 추억들, 기억들을 내 삶에서 제거를 하기에 더욱 강한 결단이 필요하다.
오늘 이렇게 답답했던 건 4시부터 5시 30분까지 외장하드 정리와 남은 USB들을 싹 다 정리해 보겠다고 야심차게 다짐했건만, 다행히 USB들은 2개는 버리고 두 개는 포맷을 해서 다시 쓸 수 있게 만들고 남은 한 USB는 사진 폴더 하나만 남기고 모든 걸 지워버렸지만, 비울수록 점점 저장 공간이 없어지는 노트북과 외장하드들을 보면서 내가 하는 일이 의미가 있는지, 아니면 단지 ‘정리’를 위한 ‘정리’를 하고 있는게 아닌지 회의가 들었다.
내가 바라는 건, 노트북에는 현재 사용하는 파일들만 있고 중요한 파일은 클라우드에, 외장하드에는 정말 필요한 파일들만 있어서 언제든 적재적소에 꺼내 쓸 수 있는 구조를 가지는 것이다.
어제 어쩌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메일에 들어가게 됐다. 무료로 쓰는 클라우드가 있는데 그곳에서 9월 말 날짜로 메일이 와있었다.
“본 서비스를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짧은 시일 내에 접속 하지 않으면 다른 사용자들을 위해 파일을 모두 삭제하겠습니다.”
‘짧은 시일?’
분명 영국에 있을 때 클라우드에 접속했던 기억이 있어 확인 차 다시 로그인을 해봤다. 모든 폴더는 그대로 있었다. 휴우. 그런데 모든 폴더의 저장 용량이 0이다?
혹시나 해서 휴지통 폴더를 들어갔다. 아무것도 없었다. 폴더를 하나하나 눌렀지만,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아직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폴더 제목만 보니, 멕시코에서 있던 모든 사진들과 대학원 강의 자료들이 다 날아갔다.
아쉬웠냐고?
신기하게도 아무 감정이 들지 않았다. 어떤 파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고 나에게는 기억하지 못하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처음 든 생각은 50GB를 벌었다, 하는 마음이었다.
외장하드와 노트북을 보다 보니, 큰 용량을 차지 하는 건 영상. 클래스유에 올린 강의 영상의 원본 파일, 다른 사람의 유료 강의 파일 등이 있었다. 내 강의 영상의 경우 지금 딱히 사용하는 건 아닌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고 다른 사람의 강의 파일의 경우에는 (지금은 거의 스트리밍으로 제공하지만, 여전히 파일을 주는 곳도 많다) 가끔 다시 들어가서 보는데 굳이 내가 파일로 가지고 있지는 않아도 된다. 유튜브나 네이버 블로그에 비공개로 올려놓고 볼까 싶지만, 다른 사람의 강의이기에 조심스럽다.
아, 그리고 난 어떤 포털도, 웹 엔진도 믿지 않는다. 지금 흥하는 앱이더라도 구글은 1년이 채 가기 전에 삭제하기 일수고, 싸이월드는 사라지고 한때는 잘 쓰던 페이스북을 더는 사용하지 않고, 10년정도 활발히 쓰던 인스타그램은 해킹 당해 삭제 당했다. 완전한 건 없다는 걸 알기에 … 같은 맥락으로 오늘 USB를 정리하면서 발견한 건데 같은 파일, 폴더가 클라우드, 메일, 노트북, USB, 외장하드에 걸쳐서 있더라. 다 지웠다. 파트너가 NAS를 구축하자고 말하지만, 일단 난 어디다 어떻게 저장할 건지를 생각하기 전에 일단 버리기가 먼저!
오늘 좌절로 느꼈던 건 중요한 파일들이 그동안 맥북/윈도우/USB/외장하드에 걸쳐서 복제되고 있었는데 있어도 너무 산재되어 있고 그 수가 많게 느껴져서 전혀 들여다보지 않았고 활용하지 않았다.
이걸 내가 일일이 골라서 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고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중복파일 제거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오늘 시간이 되면 프로그램을 돌려 외장하드를 싹 정리해 줄 생각이다.
여하튼 저녁 먹기 전에는 이랬고 오전에는 오늘도 예상보다 늦은 기상을 했다. 어제까지는 몸이 안 좋아서 더 자는 걸 선택했는데 아침에는 그냥 더 잤다. 7시에 전화가 있어서 전화를 하고 마지막에 상대방이 ‘더 자요~’라고 말한 것에 동의를 하고 그냥 다시 침대에 눕는 걸 선택해버렸다.
그렇게 8시 30분이 지나는 것도 보고 자다 깨다 생생한 꿈을 꾸다 9시 30분이 되기 전에 일어났다. 바나나 하나와 차를 마시며 프리라이팅을 하며 웜업을 하니 9시 55분. 어제 8시 30분에 시작하려던 일정이 1시간 30분가량 미뤄졌다. 실제로 영향을 받은 건 USB와 외장하드에 들어가는 시간. 원래는 아무리 못해도 7시간을 잡아 놓았는데 오늘 1시간 30분만 있게 됐다. 다른 일정들이 있어 더는 미루기도 어렵다.
10~12시 답변 준비 & 성취 리스트업
12~1 점심
1~4 직무 공부
4~530 USB&외장하드 정리
530~6 저녁
6~8 일지쓰기/브런치 쓰기
8~명상
이제는 몸이 회복됐으니 내일부터는 일정에 맞춰 일어나는 것에 애를 쓰기로 했다. 일어나지 못해서 딜레이 되는 일정은 더이상 없다. 끝나기로 한 시간에 끝나지 않으면 그냥 끝! 나의 기상과 할 일을 책임으로 가져가자.
어제 생각했던 대로 엑셀에 질문지와 성취 리스트, Competency, duties를 쭉 적어놓고 생각나는 것들을 적었다. 30분정도 한눈을 팔아버렸지만, 엑셀을 이용하기 정말 잘했다. 디테일한 것들까지 생각해봐야겠다. 그러려면 내가 어떤 일들을 했는지 그걸 어떻게 말로 표현할 것인지도 적어봐야겠다.
오후는 직무와 관련한 정보를 찾아 읽었다. 찾다 보니 끝도 없이 계속 읽을 자료가 나타나서 압도 당했다. 가이드라인은 왜 이렇게 많은 지, 똑같아 보이는 문서는 왜 이렇게 많은 지… 이미 팀은 엄청난 일을 엄청난 스케일로 하는 것 같은데 내가 인터뷰에서 공유하려는 나의 경험이 작게 느껴져 내가 이 직무에 맞는 사람인지 의심이 올라 왔다.
다행이었던 건 의심이 올라오는 걸 인지하자, ‘지금 하는 일의 요점은 내가 모르는 것을 안다, 면접을 준비한다, 다 알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하고 마음을 다 잡았다.
3시간의 직무 관련 공부시간 쉬는 시간마다 잠을 잤던 것 같다. 마지막 1시간은 Unit head와 면접에 들어오는 사람이 올해 7월에 쓴 논문을 읽었다. 초반에 같은 라인만 반복해서 읽고 있길래 노트를 펴서 중요한 걸 적으면서 읽었다. 지금까지의 상황과 어떤 행동이 앞으로 필요한지에 관한 글이었다. 그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요약처럼 느껴졌다. 다행히 논문은 딱딱한 법 문서보다 나에게 친숙(?)해서 그들의 홈페이지에 있는 문서들보다는 쉽게 읽혔다.
오늘은 직무 관련 공부하는 첫 날이었고 이 공부를 하는 이유는 (1) 프레젠테이션 준비 시간을 줄이고 배경 지식을 준비하기 위해 (2) 면접 자체에서 활용하기 위해 (3) 일을 하게 된다면 필요한 배경 지식 (4) 일을 하지 못하더라도 현재 관련 트랜드를 알 수 있다. 출판사에서 관련된 어린이 실용서를 써보자고 제안 왔었는데 그걸 미리 공부한다고 생각해볼 수 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무엇을 읽든 부담이 되지 않았고 모르는 정보를 알았을 때 전에 느낀 압도감이나 내가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런 느낌들도 단지 내가 습관적으로 행했던 거니까 지금부터는 아주 날카롭게 인지하면서 내려놓자!
앞으로 면접 관련해서 계속 필요한 것들을 적어보자면,
1. 직무 관련 읽기
2. 내가 지금까지 한 것들 자세히 찾아보고 돌아보기
3. Competency interview 형식으로 대답하기 준비
4. 예상 질문에 답해보는 연습
내일은 늦게 일어나면 그냥 얄짤 없이 다음 일과로 넘어갈 것이다! 7시에 일어나고 오늘 자정까지 명상 일정이 있는데 일정이 끝나고 빠르게 명상 리뷰를 글로 정리한 뒤 바로 취침하자! 내일 중간중간 낮잠을 또 자야겠다.
내일이 디지털 대청소의 마지막 날이다. 바야흐로 클라우드 정리. 구글 아이디가 3개인데 거기에 있는 폴더와 파일 정리를 할 예정이다. 생각만해도 짜릿하지만, 이것도 정말 막막하다.
토/일/월은 인터뷰에 있을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할 예정이다. 금요일 밤에서 토요일 새벽 쯤에 주제를 알려준다고 했고 월요일 저녁까지 보내야 한다. 월요일 저녁 때는 마지막 종이와 노트를 다시 한 번 버리고 대청소를 마무리 할 예정이다.
토/일/월/화/수는 다시 오지 않을 것처럼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후회 없이 공부하고 내가 살아온 것들을 인정하는 시간을 갖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