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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공장 Sep 30. 2023

30대에 암 진단을 받는다면...?

#18 죽음의 관점에서 하루하루를 살기

오늘의 주제는 죽음이었다. 굳이 주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오늘 만났던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공통된 화제는 '죽음'이라고 할 수 있다.


8년 전에 나와 필리핀에서 근무했던 이본 (39)의 어머니는 유방암으로 양쪽 가슴 절제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지금은 다행이 완치가 됐지만, 그 과정이 편치 않았다고 했다. 


2년 6개월만에 전화한 대니 (38)는 항암 치료 중이라고 했다. 한차례 치료를 받았지만 효과가 없었고 10월 중순에 줄기 세포 이식 수술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내가 묵고 있는 캄 (39)의 어머니는 올해 1월 돌아가셨다. 약 3년 전, 캄의 딸 씨씨 (4)가 태어나고 3주 후 캄의 어머니는 암 2차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캄이 어머니를 떠나 보내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몇 년 전 할아버지를 떠나보내던 게 떠올랐다. (부모님께 아침에 바로 전화해야지!)


세 사람의 이야기가 모두 흥미로웠지만 오늘은 간단히 대니의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대니는 자신의 항암 치료 외에도 최근 어머니께서 치매 진단을 받으셔서 굳이 좋은 상황이라고 말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으로 단단히 자리가 잡힌 게 느껴졌다. 항암 치료도 할 겸 15년 만에 가족 집에 돌아왔다고 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게 좋다고 했고, 어머니는 자신이 항암 치료를 받는 걸 이해하기 어려워 하시지만, 그런 어머니와 함께 식사를 하고 시간을 보내는 게 좋다고 했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미래를 꿈꾸는 단계라고 했다. 상대는 런던에서 일하는 초등학생 교사로, 줄기 세포 이식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수술 전까지 만나지는 못하지만 매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했다. 항암치료를 하기 때문에 당장 아이를 갖지는 못하겠지만 아이를 갖는 것도 미래에 두고 있다고 했다.


고맙게도 현재 여행을 하면서 사람들을 인터뷰 중이라고 하니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줬다. 자신의 이야기가 어떻게 해서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용기와 영감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현재 행복을 주는 게 뭐냐고 물어보니, 대니는 매일 아침 일어났을 때 자신이 침대를 벗어날 수 있는 걸 아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하루 중 뭐가 특히 좋냐고 물어보니까 작은 것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고 중요하다고 했다. 가족들과 식사를 하는 것도 소중하고 친구들과 전화하면서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를 묻는 것도 소중하고 자기 혼자 책을 읽는 시간도 소중하고 그냥 매순간이 대단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죽음을 앞에 두면 모든 게 심플해진다는 걸 대니와 이야기하면서 느꼈다.


꿈이 뭐냐는 질문에 대니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지금의 순간을 사는 거라고 했다. 그게 행복하고 만족한 삶이라면서. 그러면서 이룰 수 없는 꿈이 있다고 말했다. 그게 뭐냐고 물어보니 한 메뉴만 파는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게 왜 이룰 수 없느냐고 물으니 자신이 생각하는 이 꿈은 일본의 30년지기 초밥집 장인처럼 하나만 완전 집중해서 마스터가 되는 삶이라고 했다. 오직 한 종류의 음식을 커뮤니티에 제공하는 것. 불가능한 이유는 자신은 한 가지만 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왜 그런지는 다음 번 전화에서 물어봐야겠다. 생각해놓은 메뉴가 있냐고 물으니 주저 하지 않고 '두부'라고 외쳤다. 콩의 질부터 어떤 물을 사용할 건지, 어떻게 요리할 건지 등 생각할 게 많은 음식이라고 생각할 리스트를 길게 읊었다.


대니는 지금의 소중함을 너무나도 잘 알았다. 죽음의 입지에 서서 세상을 살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정말 그렇게 살았던 건 채 얼마되지 않는다. 그와 전화를 하면서 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이곳에 와있길 잘했다고 다시 한 번 느꼈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만나고 교류하는 건 지금이 유일한 순간이다. 대니를 통해 지금의 중요함을 다시 느꼈다.


대니의 두부 요리를 먹어보고 싶다. 어느날 그가 두부 집을 열어 나를 환히 맞이 하는 걸 상상한다.



엑셀과 숫자를 사랑하는 소설가로

유럽,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살았습니다.

코로나로 4년정도 국제여행을 하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들 보러 여행 왔다가

책을 내고 

외국에서 책 이벤트까지 하게 된 여정을 담았습니다.

 

워낙 매일 영화같은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 일상이라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누구를 만날지 

무지 기대됩니다.


총 6주 동안 여행하고 있고

오늘은 18일째입니다.

남은 한달+의 여행동안

매일 글을 올릴 예정입니다. (**올라오지 않으면 독촉 부탁합니다)

 

정제되지 않은, 여행지에서 바로 전하는 진행형 글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생생한 스토리를 사진과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hyunju_writer


해외에서 이벤트를 준비하는 책이 궁금하다면: 

The Words Factory (영문 버전) 혹은 글공장(한글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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