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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공장 Oct 01. 2023

프로 여행러가 20대 여자 여행자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

#19 빡침 주의*** + 나의 가족과 파트너는 보지 마시오! 훠이 훠이

(직접적으로 내가 사랑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집중해서 사랑하기 위한 조언 세 가지)


20대의 나는 배낭 하나 메고 터키, 유럽, 멕시코, 동남아, 가나 등을 용감하게 혼자 돌아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면 운이 좋다고 생각했던 일도 있었고 (필리핀에서 살 때 택시 운전 기사한테 납치를 당할 뻔 한 적 있었다.)


뭣도 모르고 그냥 순수하게 사람을 믿었던 적도 있었고 (사실 모든 여행이 그랬다.)


무식하게 돈을 아낀다고 위험을 무릅 쓰기도 했고 (하... 참 일화가 많다)


몇 번 여행을 하다보니 좀 안다고 열심히 싸웠던 적도 있었다. (영국에서 인도로 출장을 가는데 비자를 문제 삼아 몇 번이나 비행기에서 쫓아내려고 했었다. 열심히 따지고 싸운 결과 결국 비행기 회사의 불찰이었던 걸로 밝혀지면서 비행기는 탔지만, 인종차별, 성차별, 나이 차별을 피부로 느낀 일이었다. 사과도 없었다.)


어제 오늘 황당한 일을 겪으면서 20대의 내가 겪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고 친구와 나누다보니 30대의 내가 20대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세 가지로 정리가 되었다.



(1)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는 '노'라고 할 것.


30대+ 여자 친구들과 얘기를 하면서 느끼는 건 '노'라고 해도 된다는 걸 크면서 배우지 못한 게 참 아쉬웠다. 누가 날 좋아한다고 할 때 그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줄까봐 아닌데 아니라고 못하고 누군가의 초대가 나는 불편한데 그럼 안될 것 같아 거절을 못했던 20대의 나. 만약 '노'라고 해도 괜찮다는 걸 알았다면, 내 인생과 여행은 좀 더 수월하고 편했을 것이다.



(2) 상대방과 나의 의도를 분명히 할 것


솔로 여성 여행자가 여행을 하다보면 여러 목적을 가지고 다가오는 이성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상대가 나를 이성으로 보고 마음에 드는 것 같은데 난 전혀 아니고 그럴 생각이 없다면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게 길게 보면 득이다! 물론 그 편이 더 안전하기도 하고.


예를 들어 누군가 나를 집에 재워주기로 했거나 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는데 상대방은 나에게 호감이 있어 제안을 했고 나는 전혀 그런 마음이 없는데 만난다면 곤란한 일이 생길 수 있다.



(3) 지금의 상황이, 기분이, 느낌이 맞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으면 털어놓고 물어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이상 있을 것.


1,2번에서 말한 것의 연장일 수도 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어떤 상황에서 불편한 느낌을 받는데, 상황에 따라 그 상황을 만든 상대 사람들에 따라 의도하든 의도치않든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 경우에 처하면 꼭 내가 예민 한 것 같고,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것 같고, 나만 이상한 것 같다. 바로 그 상황을 설명하고 내가 느끼는 게 맞다고 확인해줄 누군가가 있는 게 좋다. 덧붙여 이 사람이 내가 여행을 할 때 안전하게 잘 있는지 비상 연락망이 되어주면 금상첨화.


나의 경우 한 사람에게 연락을 길게 하는 편이 아니라, 그때 그때 문자/전화를 하던 친구, 최근에 만났던 친구가 이 역할을 맡았다.



어제 있었던 황당한 일은 1, 2, 3이 모두 다 사용했던 예이다.


현재 나는 과거에 거주했던 영국에 친구들을 보고 책 이벤트를 할 겸 와있다. 가까운 친구들이 놀러 오라며 숙박을 제안하면서 어쩌다보니 이번 여행은 100% 친구들의 집에서 숙박하며 지내게 됐다.


영국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책 이벤트를 할 생각에 몇 년 만에 페이스북에 들어가 영국에 오게 됐다는 글을 남겼고 그걸 본 몇몇 지인들이 연락을 해왔다. 황당한 일의 주인공인 H도 그 중 한 사람이다.


H는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친구 J의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J 자체가 워낙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고 J의 어머니도 개별적으로 알고 있어 J의 친구라면 일단 좋은 사람이라는 나의 편견이 있었다. (그렇다, 나는 사람을 무지 잘 믿는다;;;;)


H는 자신은 현재 바스에 산다며, 바스는 적어도 이틀 밤은 지내면서 구경해야한다고 바스에 오면 자신이 집에 재워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침대를 내가 써도 되고 아니면 같이 써도 된다고 했다. 여기서 '잉? 뭔솔?' 했었는데, 마침 일정을 정하면서 지인들 하나하나에게 전화를 하려는 계획이라 H와 전화를 하면서 이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봐야지 했었다. 다른 친구들과 전화하고 만나는 둥 내가 며칠 답장이 없어서 그랬는지, H가 먼저 문자를 남겼다.


'내 말은 그럼 우린 아마도 관계를 할 수도 있다는 얘기야.'


누그러진 표현으로 적었지만, H는 아주 노골적인 단어와 표현을 썼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그것도 영국인이, 여행을 하다 만난 아주 뜬금 없는 사람이 아닌, 내 주변에 이런 식으로 문자를 보내는 사람이 없었기에 난 순간 스팸인가 싶었다.


당시에는 기분 나쁜 감정이 올라오기도 전에 뭐지? 하는 어이없음이 더 크게 올라와서 문자가 스팸이 아니라는 걸 깨달을 때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다행이다! H를 만나기 전에, 바스에 가기 전에 이 사람의 의도를 알게 되어서 진짜 다행이라고 느꼈다. 사실 바스에 갈 지도, 굳이 자고 올 생각도 없었지만, H를 만나기 전에 이 얘기가 나와서 너무 다행이라고 느꼈다. H에게 가지 않겠다고 얘기하고 난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라고 문자를 적었다. 이걸로 H와 연락은 끝이겠구나, 싶었는데 더 어이없는 문자가 왔다.


'지금 관계를 하는 누군가가 있어?'


이것도 누그러진 표현으로 적은 것인데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 중에 이런 표현을 쓰는 사람은 처음 봤다.


1번, 그가 알바 아니다. 2번 이 문자들 자체로 기분이 상당히 나쁘다.


근데 그의 말투와 태도에서 그의 행동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고 위에서 말했던 3번, 나만 민감하게 느끼는 건가? 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마침 남자인 친구와 여자인 현지 친구가 있어 상황을 간략하게 말하니, 굉장히 이상하다고 과격한 표현으로 그를 묘사했다.


평소라면 이상한 사람을 만났네, 하고 연락을 하지 않았을텐데, 요즘 나는 내 마음을 솔직하게 다 말하고 그때그때 사람과 상황을 완결하는 연습을 하고 있어, 잘됐구나, 싶어 그에게 불편함과 기분 나쁨을 터놓았다. (또 카멜리아가 이상한 사람들이 부적절한 말을 하고 행동을 할 때 주로 사람들은 그들의 행동/말이 잘못됐다는 걸 알려주지 않고 떠나서 실제 자신의 말/행동이 잘못된 걸 인지하지 못한다고 했던 것에 이상한 정의감도 들었다. 내가 당신의 잘못된 점을 꼭 알려주겠어. 같은.)


자신을 믿어라, 괜찮다, 하는 좀 이상한 말을 문자로 말했고 문자로는 안되겠다 싶어, 전화를 했다.


난 그에게 문자가 불편했고 사과를 받고 싶고 널 만나지 않을 거고 너의 집에 가는 일도 없을 거다라고 했지만, H는 자신의 이야기만 했다. 여행을 하면서 생각이 바뀔 거라는 둥, 난 널 보고 싶으니 언제 만날까는 둥, 그럼 그냥 나를 믿고 오면 된다고. 자신의 친구 중에 같은 침대에서 잤던 어디에 사는 친구가 있다며, 런던에서 어떻게 오면 되는지, 역에서 만나면 된다는 둥 말도 안되는 뚱딴지 같은 말만 했다.


20대의 나라면 아닌 걸 알면서도 그냥 들어줬을텐데,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아니다. 난 H의 말을 여러 번 끊으면서, 이건 대화가 아니다. 넌 지금 네 말만 하고 있고 듣고 있질 않다. 난 이 상황이 더 기분이 나쁘다, 지금 이 대화로는 널 만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끊겠다, 라고 하니


그럼 다시 전화를 걸겠다고, 런던 가면 다시 전화 하자고, 그럼 내일 전화를 걸까, 하는 둥 진짜 말도 안되는 소리를 계속 했다.


아, 말이 통하지 않는 애구나 생각하고 전화를 끊고 수신 차단하고 친구를 끊었다.


완전 ㄸㄹㅇ였다! 전혀 그렇게 생기지 않았고, J의 친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근거 없는 신뢰가 있었는데, 되짚어보면 그가 J를 친구라고 부르기는 했지만, J가 H를 뭐라고 불렀는지는 전혀 기억나는 게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그가 J를 자주 거론했지만, 진짜 J가 그를 친구로 생각했는지도 의문이다. 친구가 아닐수도.



살다보면 그리고 여자 혼자 여행을 하다보면 별 이상한 사람을 다 만난다. 물론 좋은 사람이 훨씬 많다. 좋은 사람이 98명이라면 1~2명 정도 이상한 사람이랄까? 그렇지만 그 1, 2명의 이상한 사람이 가끔은 여행을 중도에 포기하고 싶게도 만든다. 다행히 그때마다 선한 에너지 레벨 1000의 사람들이 무더기로 나타나 날 행복한 여행의 길로 다시 인도해주긴 하지만.


다행히 이번 일로 위의 세 가지 조언을 정리하고 내 느낌과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연습을 할 수 있게 됐다. (연습한다는 취지가 아니었다면 이미 오래 전에 차단을 했을 것이다) 덧붙여 내 연락처 목록에서 이상한 지인 한 명을 제외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이상한 사람 한 명 만났으니 앞으로 선한 에너지 레벨 1000의 사람들이 기다려진다.



엑셀과 숫자를 사랑하는 소설가로

유럽,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살았습니다.

코로나로 4년정도 국제여행을 하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들 보러 여행 왔다가

책을 내고

외국에서 책 이벤트까지 하게 된 여정을 담았습니다.


워낙 매일 영화같은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 일상이라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떤 사람들을 만날지 무지 기대됩니다.


총 6주 동안 여행하고 있고

오늘은 19일째입니다.

남은 3주+의 여행동안

매일 글을 올릴 예정입니다. (**올라오지 않으면 독촉 부탁합니다)
 

정제되지 않은, 여행지에서 바로 전하는 진행형 글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생생한 스토리를 사진과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hyunju_writer


해외에서 이벤트를 준비하는 책이 궁금하다면:

The Words Factory (영문 버전) 혹은 글공장(한글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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