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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공장 Oct 03. 2023

우주가 온 힘을 다해 도와줄 때

#21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결정하는 것을 좀 오래 끄는 편이다. 과거보다는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가끔씩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날 보면 답답할 때가 있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행동을 할 지 하지 않을지 결정을 내리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나를 보며 그런 내가 답답하고 싫어지기도 했다.


되돌아보면 오늘이 그런 날이 아니었을까. 굳이 영국까지 와서 재밌게 날아다니기도 모자랄 판에 내가 하려던 것을 단지 사람들에게 연락하는 게 귀찮고,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볼까봐 두렵고,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미루고 하지 않으려고 숨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사실 모든 건 내가 선택한 것이었다. 내가 선택해서 영국에 왔고 익숙하지 않은 (1) 사람들에게 부탁하기 (2) 매일 하루를 글로 정리하기 (3) 내 이야기를 써서 브런치에 올리기를 하기로 결정했으며 매일매일 사람을 만나고 이벤트를 준비하고 글을 쓰고 일을 하는 등의 어마어마한 스케줄을 자발적으로 정해 밀어붙이고 있었다.


그동안 남긴 기록들, 한다고 하고 하지 않은 것들, 내가 꿈꾸는 지금과 영국을 떠날 때의 나의 기분을 보다보니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려면 좀 더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고 쉼이 필요하고 머릿속 공간이 필요했다. 그게 가능하려면 내 현재 존재와 느낌, 상황을 선택하고 내가 결정하는 게 선행되어야 했다. 


그러면서 깨달은 건 ‘내’가 친구들을 만나고 ‘내’가 이벤트를 개최하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려고 왔는데, 친구들의 일정과 시간에, 사람들의 선호도에, 남들이 보는 나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맞추려고 하는 걸 확인했다. 맹목적으로 나를 따르라 하는 태도는 안되겠지만, ‘내’가 ‘내’ 삶을 살겠다는데 내가 결정하고 내가 그 결정을 최고의 결과로 만드는 데 기여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가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아이들과 지내다가 주변이 조용해져서? 좀 더 따뜻한 런던으로 내려와서?


머릿속이 어수선하고 내 삶이지만 끌려 다니는 느낌이 들었는데 갑자기 정리가 되고 심플해지는 걸 느꼈다. 그러고 나니 신기한 일들이 벌어졌다.


줌 미팅의 소그룹 모임에서 누군가를 인롤하고 임파워하고 있었고 그게 끝나기가 무섭게 지난주 음성 메시지를 남겼던 영국 랜막 센터에서 전화가 와,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 내 인트로 행사를 돕겠다고 했다. 생각지도 못하게 기차역 앞에서 45분 통화를 했는데 짧을 수도 있는 통화에서 전화를 하고 누군가를 초대하고 묻는 건 내 생각만큼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또한 나는 사람들을 임파워 하는 데에 헌신이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인지했다.


그 길로 오늘 내일 내가 묵을 알렉산드라라는 친구네 집에 갔고, 논문 주제를 찾느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그녀에게 여러 가능성을 여는 질문을 제안했고 그녀는 두려움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화와 즐거움을 찾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알렉산드라의 플랏메이트, 프란이 집에 왔고, 프란이 내가 쓴 책 이야기를 꺼내 책을 직접 보여주면서 짧은 설명을 했다. 책 이벤트를 어떻게 하려고 계획 중이라고 하면서 학교 교사라는 걸 들었다, 학교에도 컨택 할 예정이다, 라고 말하다가 프란의 학교에서 책 이벤트를 하는 걸로 이야기를 나눴다. 


교장샘과 도서관 담당 샘에게 내일 당장 물어보겠다고 했고 3주 안에 학교가 쉬기 전 그리고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일정을 잡아보겠다고 했다. YAH!!


알렉산드라에게 인트로를 초대했고 선뜻 초대에 응해줬다. 다른 사람들에게 전화하고 제안하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인지하고 이본에게 전화를 걸어 인트로에 초대했고 너무 좋다면서 선뜻 초대에 응했다. 나아가 내년 4월쯤 가족들과 한국에 오겠다며 일정을 짜보겠다고 했다. 


학부 때 언어를 전공하고 국제 보건 영양학 석사를 하고 현재 다시 대학에 돌아가 산파를 전공하는 알렉산드라의 앞으로의 꿈과 커리어 비전을 들으며 요리를 했고 그녀의 최대 관심사인 연애 이야기와 내 지난 연애 이야기를 공유하고 나니 잘 시간이었다.


영국 팟캐스트에 보냈던 이메일에 거절의 답장이 왔는데, 다른 기회로 만들 것들을 적어 만나자고 메일을 보냈다. 메일을 매우 귀찮아하고 두려워하고 쓰기 싫어하는 내가 메일을 쓰지 않고 미룰 이유는 많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메일을 쓰지 못할 것 같았기에, 프란에게 학교에서 할 책 이벤트 관련 내용을 잔뜩 매력적으로 적어 보내고 이번주 일요일 종교 없는 교회 커뮤니티에서 할 책 이벤트 관련 홍보 내용을 적어 메일 답장했다.


아직 답장하지 않은 메일/문자들/밀린 인스타그램 등도 그냥 짧게라도 그때그때 완결해야겠다.


내가 결정을 하고 나니, 조금 덜 억지로라도 행동을 하게 됐고 행동을 하니 바로 날 도와줄 사람들이 나타났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을 하자. 그렇게 뿌려 놓은 씨가 수확이 될 순간이 있을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개인적으로 마스터할 것:

하루 중간에 쉼을 갖기

매일 자기 전에 기록하고 하루를 완결하기

전화/메일 보내기의 기계가 되기

초대의 기계가 되기

바로 솔직하게 내 상황/감정/생각을 커뮤니케이션 하기


효과적이었던 것:

바로 솔직하게 내 상황/감정/생각을 커뮤니케이션 했다

그냥 전화 버튼을 눌렀다.

프란이 선생님이라는 걸 기억하고 이야기 했고 바로 책을 설명하면서 내 포부와 연결 고리를 이야기했다. (윔블던의 한 학교에서 public engagement를 했고 그를 통해 이야기의 힘을 봤고 학교에서도 책 이벤트를 하고자 한다)


내일 할 것:

NU 단체 방에 문자 올리기

S 답장 + 모든 답장

발목을 잘 돌보고 실내에서 쉬기



엑셀과 숫자를 사랑하는 소설가로

유럽,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살았습니다.

코로나로 4년정도 국제여행을 하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들 보러 여행 왔다가

책을 내고 

외국에서 책 이벤트까지 하게 된 여정을 담았습니다.


워낙 매일 영화같은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 일상이라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떤 사람들을 만날지 무지 기대됩니다.


총 6주 동안 여행하고 있고

오늘은 21일째입니다.

남은 3주동안

매일 글을 올릴 예정입니다. (**올라오지 않으면 독촉 부탁합니다)
 

정제되지 않은, 여행지에서 바로 전하는 진행형 글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생생한 스토리를 사진과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hyunju_writer


해외에서 이벤트를 준비하는 책이 궁금하다면: 

The Words Factory (영문 버전) 혹은 글공장(한글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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