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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공장 Oct 04. 2023

이번주 이메일 500개를 보내는 게 목표입니다만

#22 영국까지 와서 하루종일 집에 틀어박혀 이메일을 보내는 이유

누구도 내가 해야 할 일을 대신 해주지 않는다. 나한테 중요한 일이라도 다른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대하기를 기대하지 말자. 가족들도 파트너도 친한 친구들에게도 자신들만의 일이 있다. 아무리 어떤 게 나한테 중요한 일이여도 당장 출근해야하고 아이를 봐야하고 고지서를 내야하는 다른 사람들은 쉽게 까먹기 일상이다.


얼마나 내가 행동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해왔는지를 봤다. 사실 더 이것저것 하면서 좌절하고 깨져야 여행 에세이로써는 더 재밌을텐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지금은 뭐라도 써봐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재미가 없다.


오늘은 나의 어이없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드디어 3주만에 행동을 하게 됐다. (첫 주에 바짝 행동을 하는듯 싶었으나 하지 않았다)


이미 과거에 영국에 살았던 것 때문에 대학, 관공서, 병원부터 영국 전역에 네트워크가 있는데도 내가 가진 무기를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메일 보내고 싶지 않아 으으으’의 공간에 숨어 있었다. 두려움의 공간에서 나와 메일을 쓰겠다고 결단, 30초 걸릴 줄 알았던 이메일 작성에 60배인 30분이 걸리고 1명한테 보낼까 10명한테 보낼까를 고민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었다. 


그러면서 나와 전화를 하겠다는 사람들의 메시지는 내 일과를 망가뜨리면서 받아주고 있으면서 글을 쓸 시간이 없다, 메일을 보낼 시간이 없다, 이제 곧 돌아갈텐데 약속 잡기 어려울텐데 등의 핑계 속에 있었다.


책 행사를 하려면 가장 선행되어야 할 것은 부탁을 하고 알리는 것이다. 어제 막 런던에 내려와서 파트너와 전화를 하는데 이메일 보내야 할 것들이 있다고 하니, 그런 건 집에 와서 해도 되지 않느냐고 빨리 한국으로 오라고 했다. (그의 보고 싶다는 표현이다)


영국까지 와서 줌하고 메일 보내야 되겠냐고 했을 때 영국까지 와서 줌을 하고 메일 보내는 게 전혀 아깝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난 친구들을 봤고 직접 연결됐고 게다가 도전에 글까지 쓰고 있으니, 대박이다. 

난 원래 ‘이런 사람이야’가 아니다. ‘원래’라는 건 없고, 난 지금보다 더 당차고 대담했다. 그냥 물어보고 부탁하고 그게 나한테 자연스러웠다. 나를 작게 만드는 내 내면의 말들, ‘그럼 안돼’, ‘내가 물어보면 저 사람은 날 이렇게 생각할거야’ 등을 듣는 게 아니라, 그 말을 거슬러가면서 그냥 하자. 생각이 올라오기도 전에 먼저 행동하게 연습하고 실행하자. 

지금 밖에 없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해보자. 지금/오늘/이순간이 아니면 이제 끝이 난다. 그럼 뭐가 먼저일까? 박물관/뮤지컬? Vs 메일 하나라도 더 보내고 하나라도 더 전화하기? 후자를 택했다. 


그동안은 용기가 안나서 메일을 보내지 못한다고 했는데 머리를 띵 맞는 질문을 받았다.


그래서 용기가 어떻게 생겼는데? 어떻게 용기가 생기는데? 


추상적인 것들로 뭉뚱거리는 게 아니라, 팩트를 체크해야한다. 내가 그래서 했냐, 안 했냐, 얼마나 했냐, 몇 시간 했냐.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들에 시간을 많이 쏟아야 한다. 만약 에세이를 내는 게 중요하면 에세이를 쓰는 데 시간을 더 많이 쏟아야 하고 영국에서 하는 행사를 짜고 메일을 보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래서 결국 3주만에 내 책 행사를 호스트 해달라고 연락처를 모으고 메일을 보냈다.


박물관 2곳과 도서관 116개를 리스트업했다. (총 1시간 52분 투자; 2시 5분~4시 7분)


팟캐스트 1곳과 유튜버 11 명, 총 31개의 도서관, 21개의 주소에 이메일을 보냈다. (1시간 11분 소요; 4시 8분~5시 19분)


리스트업을 하면서는 졸렸다. 하는게 재밌을 때도 있었고 지루하고 그냥 기계처럼 하기도 했다. 기계처럼 하다보면 졸렸다. 체력이 낮은 걸까, 날씨 때문인걸까, 잠을 더 자야 하는 걸까 (일찍 자야) 아님 그냥 리스트업 하는 게 나른했던 걸까. 여하튼 이번주 그게 뭐든 500개 리스트업은 가능할 것 같다. 리스트업하면서 도서관이나 내가 연락을 취하려는 곳에서 이미 비슷한 행사를 하고 있다는 걸 보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메일 보내면서 이 자신감은 더 커졌다. 제안하는데 좀 더 대담해지기도 하고, 하면서 계속 업그레이드가 됐다.  지난 번 메일보다 매력적여져가고 구조가 잡힌다. 3군데 답장을 보내고 새로운 기회와 연결을 하려고 하니까 더 재밌었다. 영국인들 정말 메일 확인 빠르다! 오후 늦게 보냈는데 6시 전에 칼답이다.


약속이 하나둘 잡히고 사람들을 만날 시간이 제한되니까 이제 사람들을 만날 시간이 물리적으로 없다는 게 보인다. 이젠 만나면 여럿이서 같이 만나야겠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보는 것 / 독자와의 만남의 시간을 많이 갖는 것 / 내가 더 많은 곳에 제안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에 절대적으로 시간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래서 매일 6.5시간을 쓰기로 했다. 


12~2PM: 리스트업 + 정리/통계

2~3PM: 메일 보내기 + 정리/통계

930~10PM 하루 업데이트 및 질문

10~1AM 하루 정리 글쓰기 


지금은 현지시간 새벽 2시 11분 이다… 글쓰는 시간을 확실히 더 늘려야겠다.



엑셀과 숫자를 사랑하는 소설가로

유럽,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살았습니다.

코로나로 4년정도 국제여행을 하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들 보러 여행 왔다가

책을 내고 

외국에서 책 이벤트까지 하게 된 여정을 담았습니다.


워낙 매일 영화같은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 일상이라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떤 사람들을 만날지 무지 기대됩니다.


총 6주 동안 여행하고 있고

오늘은 22일째입니다.

남은 약 3주의 여행동안

매일 글을 올릴 예정입니다. (**올라오지 않으면 독촉 부탁합니다)
 

정제되지 않은, 여행지에서 바로 전하는 진행형 글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생생한 스토리를 사진과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hyunju_writer


해외에서 이벤트를 준비하는 책이 궁금하다면: 

The Words Factory (영문 버전) 혹은 글공장(한글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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