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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공장 Oct 07. 2023

인디언 기우제의 마음으로

#25 결국 결과는 난다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내 머릿속에 그려 왔던 꿈이 있었다. 내가 영국에서 근무하던 곳 옆에 있던 멋진 서점에서 사인회와 행사를 진행하는 것. 


한창 영국에서 살 때는 작가의 꿈이 없었다. 하루는 출근을 하면서 서점 건물을 빙 둘러싸고 줄을 서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어린이와 어른들이 가슴에는 책을 품에 안고 비가 와서 추운 아침 서점 건물을 빙 둘러 다른 건물까지 줄 서 있는 풍경. 누군가를 보기 위해 줄을 서 본 적 없는 나로서는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작가가 되고 시각화 명상을 하다 내가 그 서점에서 사인회를 하는 장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책 사인회를 한 번도 가본적도 없어 사인회가 어떻게 생긴 줄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날 이후로 작가로서 영국 서점에서 책 행사를 하는 게 이루고 싶은 꿈 중 하나가 됐다. 꿈을 하나의 장면으로 만들어 보이는 곳에 놓으면 더 빨리 이루어진다고 해서 영국 서점에서 책 이벤트를 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만들어 여기저기에 프린트해 놓았다.


올해 초 누군가 그걸 보더니, 영국 서점에서 책 강연회를 하는 건 지금이라도 내가 원하면 할 수 있다고 했다. 그의 말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으면서도 동시에 그의 말뜻을 한 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말은 말 그대로 내가 원한다면 영국 서점에서 강연회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놀랐던 이유는 나는 사실 서점에서 단순히 이벤트를 여는 걸 꿈꿔오지 않았다는 걸 그 한마디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고 많은 서점 중에 하필 그 영국 서점에서 사인회를 하는 장면을 상상한 건 단지 내가 그곳에서 사인회를 하는 걸 꿈꿨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사인회를 하는 장면이 현실이 되길 원했던 건 (1) 이미 책이 출판되어 (2)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아 (3) 그 멋진 서점이 날 초대했고 (4) 굳이 사람들이 줄을 서서 나를 보러 이벤트에 왔을 거라는 전제를 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 꿈을 꿨던 당시 내가 정말 원했던 건 (1) 책 출간 (2) 많은 사람에게 사랑 받기 였다.


당시 나는 조급했다. 조급함은 불안과 불신에서 나왔는데, 시간은 계속 가고 통장 잔고는 줄어드는데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결과니 기미니를 떠나, 문제는 내가 날 믿지 못했다.


조급함으로 다가가니 신중하지 못했고 오히려 원치 않는 결과들만 맞이했다. 출간 날짜는 이유 없이 미뤄지고 출판사는 연락이 안되고 결국 계약 파기를 하면서 작년에 출간되기로 했던 원고는 갈 길을 잃었다.


어느날 조급함을 버리니 이상하게 원하는 결과들이 내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왔다. 든든한 지원군들이 생기고 다른 원고 계약을 맺으면서 더불어 이전 원고까지 같이 계약이 됐다. 심지어 일러스트 작업도 개인적으로 팬인 작가님이 맡게 됐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생기고 있다. 여행하면서 잘 하지 않는 왕복으로 비행기를 끊으면서 돌아가는 시간에 대한 인지는 확실했다 (총 6주). 원래도 하루를 48시간처럼 꽉꽉 채워 살고 있었는데 영국에서의 하루는 마치 72시간인 것처럼 이 사람도 만나야지, 저기도 가야지, 글도 써야지, 원고도 수정해야지, 이벤트도 해야지, 정신이 없었다.


결국 

1. 여행을 매일 기록해 브런치에 에세이를 올린다,

2. 책 행사를 최대한 많이 (30회+ 이상) 다양한 환경에서 해본다. 

로 목표가 단순해졌을 때는 이미 한 주가 지나가 있었다. (5주 남음)


조급함이 올라왔고 그러자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했고 2주간 아무것도 안 한 채 자책만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3주 남음)

(정정하겠다. 아무 것도 안하진 않았다. 다만 한다고 한 걸 하지 않았을뿐.)


그리고 이번주!


화요일에는 한다고 했던 연락을 여기 저기 돌렸고 

                    수요일에는 다시 좌절이었으며

목요일에는 다시 회복하고 열심히 행동하고

금요일에는 비로소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결과만 따지고 보면 (1) 영국 서점에서 (2) 강연과 책 사인회를 한다, 는 나의 꿈은 이미 이뤘다.

(3) 내 책으로 긍정적 영향을 받은 사람들, 의 꿈도 이미 이뤘다.


오늘 한 분과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그동안 내가 해오던 활동이 모두 짜맞춰지는 경험을 했다.

이번에 난 지금까지 내가 국내외 강연을 하면서 전하던 내용, 글쓰기 워크샵을 진행하면서 했던 활동, 책 행사에 가서 했던 활동을 하나로 합쳐,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책 행사를 기획했다. 이걸 한 눈에 알아보시고 너무 좋은 기회와 시도가 될 것 같다고 약 2주 정도 남지 않았지만, 얼른 만나 시간을 잡아보자고 자정에 가까운 시간에 답장을 남겨주셨다. (쓰면서 다시 깨달았다, 시간이 정말 얼마 없구나! 조급하다는 마음 보다는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내가 과거부터 바라왔던 서점에서는 아니지만, 오히려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멋진 장소에서 책 행사를 할 수 있게 되어 너무 기쁘다. 그동안 계획대로 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만났던 기적같은 인연, 벌어진 말도 안되는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당당하게 들어갔다가 퇴짜 맞았던 서점을 나와, 마법처럼 만난 서점에 인연이 되어 책 행사를 할 약속을 잡고, 


세인트 루이즈에 있는 한 서점에서 연락이 왔고 우연히 같이 일하던 동료가 그곳에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돼 만나러 갔다가 서점을 들리게 됐고, 메일로 연락했던 매니저는 휴가를 가고 없었지만 부매니저와 차를 마시며 인연을 맺고 그 덕에 마침 다음 날 에덴버러 지점에서 진행하는 영어덜트 판타지 책 이벤트에 초대 받아 가게 되고,


친구들에게 도움을 구하는 걸 연습하다 10년 지기 친구가 내가 자기 인생에서 몇 안되는 영감이라며 무엇이든 돕고 싶다며, 자신이 다녔던 대학교 학과장들에게 연락을 돌려 나를 연사로 추천하고,


호스트 해주는 친구가 며칠 혼자 있고 싶다고 해서 갔던 다른 친구 네 집 플랏메이트가 내 책과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중고등학교에 연사로 데려오려고 학교를 설득하는 등 (우연찮게 친구의 플랏메이트가 학교 교사였다)


결국 내가 행동을 멈추지 않으면 어떻게든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더 좋은 방법으로 결과는 난다는 걸 몸으로 느끼고 있다.


남은 2주 + 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 지 상상도 안된다.


두근두근



엑셀과 숫자를 사랑하는 소설가로

유럽,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살았습니다.

코로나로 4년정도 국제여행을 하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들 보러 여행 왔다가

책을 내고 

외국에서 책 이벤트까지 하게 된 여정을 담았습니다.


워낙 매일 영화같은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 일상이라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떤 사람들을 만날지 무지 기대됩니다.


총 6주 동안 여행하고 있고

오늘은 25일째입니다.

남은 2주+의 여행동안

매일 글을 올릴 예정입니다. (**올라오지 않으면 독촉 부탁합니다)
 

정제되지 않은, 여행지에서 바로 전하는 진행형 글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생생한 스토리를 사진과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hyunju_writer


해외에서 이벤트를 준비하는 책이 궁금하다면: 

The Words Factory (영문 버전) 혹은 글공장(한글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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