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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공장 Oct 09. 2023

혁명의 공간에서 책 출간 행사하기

#27 예상치 못한 일들의 연속 펀치!

처음으로 모르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 앞에서 책 행사를 진행하는 날이었다. Newington Green에 있는 종교 없는 교회에 초대 받아 갔고 일요일 전체 모임이 11시부터 진행되서 그 시간에 맞춰 가려고 계획했다.


9시 조금 전에 일어나 9시 15분쯤 나가면 10시 15분쯤 도착할 거고. 여유롭게 주변을 돌아다니면 되겠다, 라고 생각했건만, 9시 조금 전에 일어나 핸드폰을 체크하며 정신을 차린 뒤 한 편으로는 좀 더 자고 싶었고 왜 내가 깨어야 하는지에 관한 의문을 제시하고 또 한편으로는 내가 지금까지 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후회를 했다. 예를 들면 프린팅 그리고 홍보.


내가 하지 않았던 것, 그럼에도 최선을 다 할 것을 생각해보면 바로 내가 하고 있는 것을 종이에 적어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걸 하는 것이다. 알고 있었지만, 완벽주의의 내가 올라와서 당일이 되는 날까지 하지 않았다. 으윽. 꼭 짧지만 파워플하게 무언가를 적어야 할 것 같았고 동시에 정보가 다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서야 지금이 아니면 더는 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급하게 두 정거장 지나가는 기차 안, 갈아타서 약 9정거장 타고 가는 지하철 안에서 파일을 만들어봤다.

 

주변에 프린트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는지 찾아보려다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정말 없다는 걸 발견하고 (준비도 해야지, 밥도 먹어야지, 가는데 1시간이 걸리는데..)오늘 가는 곳의 그룹 채팅 방에 프린트를 할 수 있는 곳을 아는지 물었다. 이번에 배운 건 별것 아닌 것, 예를 들면 프린팅으로 혼자 끙끙 앓고 있다. 이런 작지만 중요한 일을 내가 하려고 끙끙 앓지 말고 최대한 진행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앞으로는 진행하는 사람들에게 적어도 하루 전에 이메일을 보내 놓고 나는 당일에 세션만 진행할 수 있게 하자. 


오늘 나는 딱 두 가지만 기억하기로 했다.
1. 최선을 다해 지금을 산다. 

2. 다음번 기회를 만들기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닉에게 문자를 보냈고 닉은 자기는 오늘 도와줄 수 없다면서 CJ나 데이비드에게 연락을 취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단톡방을 보니 데이비드가 무엇에 관한 거냐고 물었고 바로 데이비드에게 연락을 해서 프린트를 할 수 있는지 물었다. 이메일로 보내라고 했는데 그의 이메일을 몰라 물어보는 문자를 보낸 뒤 지하철을 탔다. 집에서 약 60분정도 걸리는 곳이었고 9시 45분쯤 나왔기 때문에 (gathering은 11시에 시작한다.) 서둘러 이동하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지하철 안에 있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지하철에서는 일부러 중앙에 앉았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19년도까지 내가 살았던 런던에서는 카페 안에서 노트북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을 겨냥한 thieves 들이 있었다. 그래서 최대한 가장 가운데 좌석에 앉으면 누군가 내 노트북을 뺏어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Highbury & Islington station에 도착해서 약 8분을 걸어서 버스를 타러 갔다. 버스 정류장에 가서 노트북을 열고 작업하다가 버스 한 대가 왔다. 서둘러 노트북과 가방을 잡아 일어서면서 한 손에는 폰으로 내가 타려는 버스가 맞는지 보려고 확인했다. 내가 타려는 버스가 아니다. 내가 타려는 버스는 1분정도 남았다고 해서 그냥 선 채로 버스를 기다리기로 했다. 1분 후. 버스가 안 왔는데 앱에서는 버스가 왔다며 다음에 올 버스는 10분 뒤라고 표시를 보여줬다. 내가 있던 곳에서 NU 까지는 멀지 않았다. 버스로는 3정거장, 걸어서는 아마 15분 정도일 것이다. 다음 버스가 안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동하면서 문서를 완성하고 싶은, 즉 나의 이동을 레버리지 하고 싶은 두 가지 마음이 공존했다.


결국 한 정거장을 걸어가서 정거장에서 다시 노트북을 꺼내 들고 문서를 수정하다가 버스를 타고 또 버스 안에서 문서를 수정하고 (사실 수정할 건 많이 없었다. 그간 메일을 보내던 것을 붙여넣기 했는데 너무 길어서… 적어도 한 장에 임팩트 있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냥 붙여넣기를 했을 때는 A4 2장이 되어버렸고 거기서 자르고 자르고 잘라도 1장이 채 되지 않아서 결국 글자 크기를 좀 줄이고 (그러면서 또 불편했다. 왜냐,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radically inclusive한 집단이어서 글씨 크기를 작게 한다면 어쩌면 아마도 작은 글씨를 읽을 수 없는 누군가를 배제한다는 기분이 들어서—그렇다, 이런 거 하나도 생각이 많다).


아주 들뜬 마음으로 도착해서 문에서 환영하는 두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나는 두 사람을 기억하지만 두 사람은 나를 기억하지 않고 (당연히 그럴 수도 있지 했지만, 동시에 0.2초동안 당황했다. 1차 당황) 내가 몇 년 전까지 이곳에 왔었고, 지금은 런던에 방문 중인데 다시 돌아와서 기쁘고 오늘 또 저자 방문 이벤트가 있어서… 라고 설명하니 한 분이 어떤 저자가 오냐고 물었다. (당연히 이런 질문이 있을 수 있지만 여기서 2차 당황 혹은 어택; 으윽) ‘저에요! 팬더믹동안 책을 썼어요’라고 대답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교회 건물이 내가 있던 마지막 몇 달 동안 renovation에 들어갔는데 공사가 끝난 뒤의 현대식으로 군데군데 바뀐 건물을 보니 신기하고 놀라웠다. 안에 들어갔다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당황해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다가 David를 찾아 부엌 쪽으로 갔다. Lindsey라는 여성이 부엌에서 차를 준비하고 간식을 준비하는 걸 보고 당신이 오늘 차 담당이냐고 했다가 서로가 서로를 이해시키지 못하는 대화를 하고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David 봤냐고 물어보는 순간 데이비드가 어디서 나타났다. 데이비드에게 인사를 하면서 프린트를 할 수 있냐고 물었고 그는 어딘가 occupied된 것 같은 상태로 나에게 따라오라고 했다.


자신의 이메일로 보내면 된다고 했고, 나는 하나만 더 하고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그가 내 컴퓨터를 보더니 그게 무슨 프로그램이냐고 자기한테는 워드나 pdf만 보내달라고 했다. 내가 워드라고 하니 그걸 프린트하면 잉크가 많이 들겠다고 말했다. 그제야 나는 내 워드 화면이 dark mode라는 걸 깨닫고, 프린트하면 원래대로 나온다고 내 화면만 그렇다고 했다.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했는데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메일을 모른다는 걸 몇 번이나 말하니까 그제야 노트북에 적어줬다. 데이비드가 자신의 이메일을 적는데 좀 오래 걸렸는데 알고보니 키보드가 영국식이 아니어서 시간이 걸렸다. 시간은 이미 11시가 지나있었는데 11시에 시작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맞다고 했다. 여유가 넘치는 그를 보며 내가 시간에 관한 압박감이 있다는 걸 인지했다. 사실 영국인이야말로 적어도 일에서는 on time하는 사람들인데 한 두 번 일요일 gathering을 운영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경험에서 나온 짬이겠구나 싶었다. (아니다, 그 당시에는 또 나는 왜 relaxing하지 못한 지, 내가 서둘러 왔던 것, 미리 프린트 할 것을 준비하지 못한 나를 자책하고 서둘러 하려고 했던 나를 낮춰 평가하는 생각들이 올라왔다) 여하튼 이메일을 적고 핫스팟을 켜서 메일을 보내고 자리로 가서 앉았다. 시작하고 조금 있다가 데이비드가 다시 와서는 아직 메일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고 다시 핫스팟을 켜서 보내줬다.


시작했고 그때 3번째 당황을 했던 것 같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오지 않았다. 사람들이 북적이던 것만 상상을 해서 못해도 6명은 오겠지, 하던 게 내 상상이었는데 여기서 크게 당황했다. 


오랜만에 오니 하나하나 새로웠다. 낯설면서도 낯익은 느낌. 처음 런던에 도착했을 때가 생각났다. 분명히 내가 잘 알던 곳이고 잘 알던 구성인데 동시에 그렇지 않다. 낯설었고 하나하나를 하면서 이랬었지, 맞다 우리가 노래도 불렀지, 완전 저 밑바닥에 있던 기억을 건드리는 기분이었다. 초반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인사하는 시간이 있었고 내 뒤에 앉은 두 명은 지난주에 처음 오고 이번이 두 번째라고 했고 내 앞에 앉은 사람은 나처럼 몇 년 (이 분은 2010년까지 옴) 오지 않았다가 몇 달 전에 다시 오게 됐다고, 사는 곳이 좀 먼데, 차를 끌고 와야 했다고 했다. 이 자리다, 싶어서 나는 오늘 책 이벤트를 running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그 시간에 choir가 있다고 한 번 Jen과 이야기 해보라고 했다. (Jen은 choir를 진행하는 사람)  (4 번째 패닉)


CJ가 와서 나에게 인사를 했고 그제서야 나는 CJ라는 걸 알았다. (‘난 네가 누군지 알아.’ 라고 했고, 여기서 내가 뭐라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조금 이상한 소리를 했던 것 같다. 나는 말을 할 때 사람들의 반응, 표정에 크게 반응하는데 CJ는 시종일관 무표정이었다., 여기서 5번 째 패닉) 그가 이따 공지를 할 때 자기가 할까 아니면 내가 올라가서 직접 할래를 물었고, 직접한다고 했다. 그가 가고 뒤에 있던 두 사람이 아, 이미 arrange된 거구나. 다행이야, 했다.


마지막에 즐거움과 슬픔을 나누는 시간이 있어 내가 나가서 오랜만에 돌아와서 기쁘다, 사람들과 연결 되어서 너무 좋다. 오랜만에 와서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의 슬픔과 기쁨을 나누고 책을 들고는 나에게는 몇 주 전에 책이 출간 됐다며, 이따가 세션이 있다 까지 말을 했다. (이 말을 하기 직전에 CJ를 보고 말할까 말까를 눈치 봤다. 물론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후에 나는 내가 아직도 다른 사람들에게 동의와 허락을 구하는구나 싶었다. 엄마 눈치보는 어린 아이 같다.)


마지막에 CJ 가 공지를 하면서 나에게 앞으로 나와 내 이벤트를 설명하라고 했는데, 내가 들어도 별로 가고 싶지 않게 이야기 했다. 무의식과 의식에서 완전히 지우고 싶은 모먼트여서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횡설수설하게 책이 무슨 내용인지 설명하고 (오늘 당신들이 본 모든 텍스트가 우주에 있는 어떤 공장에서 만들어지면 어떨 것 같아? 창의성에 관한 픽션이고 meditative, creative and magical writing session 이 있을 거다. 와주면 좋겠어) 굉장히 수줍은 내가 갑자기 나타나서는 수줍게 말을 했다. 내가 나한테 5번째 패닉했다. 도대체 수줍음이 어디서 갑자기 나타났는지!


끝나고 간식 타임이 됐을 때 몇몇 사람들과 이야기 했다. Helen, Mary와 조금 이야기를 했지만 연결되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내가 아는 사람들, 모르는 사람들, 그게 누구든 보이는 사람에게 종이를 주면서 


‘나는 오늘 여기서 하는 행사 뿐만 아니라 게릴라 북이벤트를 하고 있다. 혹시 주변에 가족, 친구, 동료들 중 관심 있는 사람이 있으면 알려달라. 나는 여기에 23일까지 있는다’


고 말했다. 3명 정도가 종이 맨 위에 있는 ‘나는 23일까지 런던에 있다’를 읽고는 그날 안된다는 말을 꺼내서 그게 아니라고 정정했다. 영국인 특유의 무언가를 거절할 때 말하는 것들이 있다. 너무 가고 싶은데 이런 것 때문에… 차라리 너무 가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알았어, 하든가, 나 못가, 하든가. 나이스하게 말하는 게 더 싫다.


헬렌과 이름 모를 어떤 여자와 이야기 하느랴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그래서 내 손에 있던 20장의 프린트물의 ¾~1/2정도가 남았다. 갑자기 방이 조용해지면서 사람들이 다 사라졌다. 그때 헐, 프린트물도 못 나눠주고 사람들이랑 말도 못해봤는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 또 당황 모먼트를 가졌다. (6번째)


그때였다. 진짜 아무도 안 올 수도 있겠구나 하는 느낌이 든 건. 당장에 choir 를 하는 방에 들어가서 연습을 방해하면서까지 사람들을 데려오고 싶을 정도였다. 뭘 어떻게 해야할까 보노보노 당황을 하고 부엌 주변을 어색하게 서성였다.


CJ가 오자 주변에 같이 남았던 사람들이 한 테이블에 모여 앉았고 내가 회의하는 거냐고 묻자, 이제 시작하는 거라고 했다. 난 인사도 없이 어색하게 위층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계단에 LGBTQ+관련 포스터가 붙어 있었는데 멋졌다. (7번째 모먼트)


Mary Wollstonecraft 메리 월스톤크래프트 룸 문을 여니 광활하고 깨끗하며 아늑한 공간이 나왔다. 


바깥 소음과 아래층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나를 위축 시켰다.

15분쯤 남았는데. 오늘 다른 이벤트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도 하고Advertisement가 제대로 안돼서 어쩌면 어쩌면 아무도 안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다 갑자기 이럴 게 아니지, 이 자체가 연습이야, 그냥 아무 것도 안하는 건 프로페셔널하지 않아, 하는 생각으로 일단 책상과 의자 배열을 했다. 그리고 책상 위에 내가 올려 놓고 싶은 것들을 디스플레이 했다. 책도 꺼내놓고, 내가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고 싶은 것도 꺼내고 방명록도 꺼냈다. 나름 세션을 준비하는 행위를 하면서 자신감이 붙었던 것 같다. 사람이 오든 오지 않든 내가 연습을 해본다, 한 번 모든 걸 준비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했다. 그리고 주변이 궁금해서 둘러보다가 부엌을 발견하고 캐틀에 물을 올렸다. 그리고 다시 돌아다니는데 계단이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문이 열리고 데이비드가 보였고 그의 뒤로 핑크 자켓을 입은 사람이 계단을 올라오는 게 보였다. 


와, 데이비드가 날 구해주러 왔구나, 싶었는데 그의 뒤에 있는 사람은 아드난이었다. 놀랐고 반가웠다. 데이비드는 단지 아드난에게 장소만 알려주고 떠났고 (다시 당황) 아드난과 둘이 남았다. 아드난에게 아마 네가 혼자일 것 같다고 말하면서 차를 마실려냐고 물었다. 이미 아까 테이블 준비를 하면서 relaxed되는 게 있었다. 이제는 완전히 host가 되어서 차를 offer 했다.


또 너무 다행인 건 Adnaan이 엄청 relaxing한 친구여서 그럼 잘 됐다, 이참에 연습하면 되겠다, 했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아드난에게 난 널 모른다고 생각하고 진행할 게 라고 말했고 그도 그래, 라고 답했다. 얼마나 걸리냐고 물었고 기차 시간이 있어서 2시에는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물어볼 때가 1시 6분정도) 원래는 10분까지 기다렸다가 시작하려고 했는데 그럼 바로 시작하자고 말하고 시작했다. 


책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고 (책과 나에 관해 설명하는 부분을 대본을 짜든 글로 써보든 연습해야겠다.) writing session으로 넘어갔다. 중간중간 빼먹은 이야기가 있지만, 그래도 그동안 글쓰기 워크숍, 강의, 세미나를 워낙 많이 진행해서 크게 어렵지 않았다. 질의 응답 (언제 practice를 하는 게 좋냐./ 실제 사용하냐 / 명상을 리드 많이 했었냐 등)까지 하고 나니 준비한 건 끝이 났다. 


글쓰기 세션도 좋았고 명상도 너무 좋았다면서 내가 하는 다른 명상이 있으면 꼭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후 방명록을 남기게 했고 / 종이를 주면서 설명했고 / 다음 행사도 알려줬고 / 연필과 스티커를 선물로 줬고 / 인스타그램이나 아마존에 리뷰를 남겨달라고 했다. 그러니 Goodreads에 프로필이 있냐고 물었다. 자긴 거기에 리뷰를 남긴다고 했다. 없다. 만들자!


세션을 진행하면서 마음속으로 아드난과 가는 방향이 비슷해서 같이 갈까 싶었는데 세션을 진행하면서 그리고 끝나면서 내가 가장 필요한 건 지금 이 모든 것을 기록할 거라는 게 있었다. 뭐가 효과적였고 효과적이지 않았는지 앉아서 바로 적었다.


한창 적고 있는데 사람들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 그들의 웃음 소리가 신경 쓰이는 동시에 나는 할 걸 하고 있어, 나는 이미 했어, 누가 나중에라도 올라와서 물어보면 나는 10분 전에 끝났어요 라고 해야지, 라는 게 있었다.


약 2시 30분? 38분쯤 됐을 때 아님 28분쯤 됐을 때 누군가 올라왔고 데이비드였다. 그는 놀라는 표정으로 날 봤고 나는 세션은 한 10분 전쯤에 끝났고 글을 쓰고 있었다, 라고 답했다. (무의식적으로 내가 준비한대로 말했다.) 


여기 있을 거냐고, 여기 있어야 하면 말하라고 했고, 나는 지금 가도 된다, 글을 쓰고 있었다, 하면서 대꾸했다. 


그와 Newington Green 공원으로 걸어서 Mary Wollstonecraft 를 위한 statue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눴고 초안을 제안한 사람이 크게 두 명이었는데 한 명은. Abstract art를 하는 여성 예술가이고 한 명은 이번에 5파운드의 왕을 디자인한 남성 예술가라며 데이비드 자신은 추상미술, 현대 미술은 Tate modern에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뉴잉턴그린 공원 주변으로 건물들을 하나하나 가리키며 교회 건물과 그 당시 목사가 살았던 건물이 어디있는지, 1700년대 초에 만들어 진 건물이라고 가장 오래된 건물이라고 말했고 그 뒤에 세워진 빅토리안 건물 등을 차례대로 설명했다.


오늘 책 이벤트를 Mary Wollstonecraft Room에서 진행했는데 그동안 그녀가 Newington Green을 주변으로 활동했다는 건 알았지만, 왜 New Unity에서 그녀를 기리는 게 중요한 지, 알지 못했다.

메리는 최초로 여성 권리를 주장했던 사람이다. 실제 NU 자리에 있던 교회에 다녔고 그래서 NU사람들에게 메리를 기리는 건 중요하다고 했다. 메리는 유명한 작가이기도 했다. 그녀의 딸은 프랑켄슈타인으로 잘 알려진 작가이기도 했다.


내가 메리에 관해 잘 모르자, 데이비드는 다시 건물로 들어가자며 다를 NU 건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리고 한 시간 반동안 그의 프라이벳 투어를 받았다. Newington Green을 중심으로 이미 1700년대에 지금을 기준으로 볼 때도 굉장히 라디컬하고 앞서간 생각을 한 사람들이 모였다고 했고 당시에는 종교 없는 교회가 아니라 카톨릭 교회의 한 종파였는데 교회 중 유일하게 프랑스 혁명과 스페인 혁명을 지지한 곳이여서 다른 곳에서는 교회가 불에 타는 등 교회에서 없애고 싶은 종파로 취급 당했다고 했다.


지금도 굉장히 힙한 곳인데 지금과 비교했을 때도 라디컬하다고 느껴지는 생각이 여기서 꽃을 피웠다고 했다.


내가 오늘 처음으로 책 이벤트를 한 곳이 사실 있었던 곳이 여성 권리, 등으로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공간이었고 유명한 여성 작가가 활동 했던 곳이라니. 참여자는 단 한 명이었지만, 메리 월스톤크래프트라면 신경 썼을까? 마침 진행 했던 방도 메리 월스톤크래프트 방이었는데 방에 그녀의 흉상이 있었다. 친구가 물어봐서 답을 해줬었는데 다음에 만나면 더 자세히 설명해줘야겠다고 느꼈다. 우리가 얼마나 중요한 곳에서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집에 돌아와서 친구가 남긴 리뷰를 읽으니 뿌듯했다. 오늘 했던 것과 비슷한 방법으로 글을 써보겠다고. 책도 읽고 리뷰 남기겠다고. 다음 여정 (또 나에게 예상치 못한 여러 모먼트를 줄)에서는 또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것들을 배울지 엄청 기대된다. (동시에 두렵기도 하다)


오늘도 끝! 자자! (현재시간 2시 27분 AM)





효과적이지 않았던 것:

·      같은 시간에 콰이어와 커미티 미팅이 동시에 진행됐다. 사람들이 오늘 그리 많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      몇몇 사람들과 이야기 하느랴 종이를 모두에게 나눠주는 걸 하지 못했다. 다음 번에는 나눠주는 것 + 한 곳에 종이를 display하는 걸 하자. 그리고 종이에 적힌 글자를 최대한 지운 뒤 한 눈에 들어오는 심플한 메시지만 넣자.

·      당일에 내가 말하기 전엔 사람들이 잘 알지 못했다고 했다. 홍보가 되지 않았다. 내가 당일, 혹은 어제나 며칠 전에 그룹 채팅 방에 글을 남길 수 있었는데 할까 말까 하다, 그리고 알아서 해주겠지, (사실은 뒤로 숨고 싶었다) 하는 마음에 남기지 않았다. 나만 생각해봐도 사람들은 remind해주지 않으면 알지 못한다. 뒤로 숨지 말고 적극적이게 알리자. 



효과적였던 것:

·      링크를 알자마자, 3명의 친구에게 보냈다. --> 다음번 링크는 무조건 모두에게 보내자. 누가 올 지 모른다. 알렉산드라가 올 줄 알았는데 그녀는 못 온다고 했고 올지 안 올지도 몰랐던 아드난이 와서 자리를 빛내줬다. + 담당자에게 최대한 홍보를 많이 해달라고 솔직하게 말하자.

·      시작 전 15분, 아무도 안 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하는 방식의 디스플레이, 준비를 했다. 이 행위 자체가 나를 다시 자신감 있는 상태로 만들었다.




엑셀과 숫자를 사랑하는 소설가로

유럽,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살았습니다.

코로나로 4년정도 국제여행을 하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들 보러 여행 왔다가

책을 내고 

외국에서 책 이벤트까지 하게 된 여정을 담았습니다.


워낙 매일 영화같은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 일상이라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떤 사람들을 만날지 무지 기대됩니다.


총 6주 동안 여행하고 있고

오늘은 27일째입니다.

남은 2주+의 여행동안

매일 글을 올릴 예정입니다. (**올라오지 않으면 독촉 부탁합니다)
 

정제되지 않은, 여행지에서 바로 전하는 진행형 글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생생한 스토리를 사진과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hyunju_writer


해외에서 이벤트를 준비하는 책이 궁금하다면: 

The Words Factory (영문 버전) 혹은 글공장(한글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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