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이라는 위험

by 소티

스타트업에 와서 가장 놀랐던 점 중 하나는, ‘확신에 가득 찬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스타트업이 다루는 사업은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업계에는 유독 확신에 찬 사람들이 많았다.


그 확신의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하나는 “이 사업은 무조건 잘 될 거예요”라고 외치는 불도저형,
다른 하나는 “그건 제가 보기엔 절대 안 됩니다”라고 단언하는 맥커터형이다.


두 유형 모두 내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스타트업이라는 유동적인 환경에서 특히 납득하기 힘들었던 건 맥커터형이었다.


이들은 자신의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누군가의 아이디어나 새로운 시도를 ‘절대 안 된다’고 단정 짓는다. 물론 이는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나오는 인사이트일 수도 있다.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조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약 4년 동안 스타트업 현장에서 지켜본 결과, 많은 ‘확신에 찬 사람들’은 그 확신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지 않았다.
그들의 예상이 빗나갔을 때는 “그렇게 될 줄은 몰랐지” 또는 “와, 이게 진짜 되네?”라는 말로 상황을 포장하고 떠났다. 그들이 남긴 문제를 묵묵히 정리하면서 때때로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정작 그들의 ‘맥커팅’이 아니었다면 도전해볼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때마다 아쉬움이 남았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배운 중요한 태도는 이것이다.
‘내가 모르는 세계가 분명히 존재하며, 내가 가진 지식은 언제나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확신보다는 관찰과 실험, 섣부른 판단보다는 현장과 고객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것.


그게 스타트업이라는 불확실성 속에서 배워야 할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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