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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영화관에서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았다. 감동적이고 재밌었다. 어느 정도 픽션은 있겠지만 내용은 더할 나위가 없었다.
오전에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오후에 아이맥스나 음향시설 좋은 영화관에서 한번 더 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영화가 몇이나 있을까.
퀸의 음악은 감미롭고 섹시했으며 프레디 머큐리의 인생은 너무나 극적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드는 생각들을 간단히 정리해본다.
1. 퀸 Queen
'여왕'이라는 뜻의 퀸 Queen 은 어쩌면 불경스러운 그룹 네임일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영국에는 진짜 여왕님이 계시기도 하니까.
1952년 왕위에 오른 엘리자베스 여왕과 1973년 데뷔한 퀸, 그래서 그룹 퀸은 영국에서는 '두 번째 여왕'으로 불린다고 한다.
퀸은 전신이었던 밴드 '스마일'이 해체된 후 구성원이었던 브라이언 메이 Brian May, 로저 테일러 Roger Taylor 와 새로운 보컬 프레디 머큐리 Freddie Mercury 가 모여 결성한 그룹이다. (이후 베이시스트 자리에 존 디콘 John Deacon 이 합류하며 팀이 완성되었다)
1973년 첫 번째 앨범 <Queen>으로 데뷔하였고, 1975년 4집 <A Night at the Opera> 가 성공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 후 누구나 들어본, 멜로디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노래들이 연이어 탄생하게 된다.
<Bohemian Rhapsody>, <Somebody To Love>, <We Will Rock You>, <We Are The Champions>, <Don't Stop Me Now>, <Love Of My Life>, <Another one Bites The Dust>,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Under Pressure>, <Radio Ga Ga>, <I Want to Break Free>
제목은 몰라도 들어보면 다 아는 노래들일 것이다. 7080세대는 직접, 그 이후 세대는 광고나 드라마를 통해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노래들이 영화 내내 흘러나와 마치 뮤지컬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오랜 기간 왕성하게 활동하던 퀸은 1991년 프레디 머큐리 사망으로 사실상 활동을 중단하게 되었다. 이후 나머지 멤버들이 헌정앨범 발매, 추모공연 등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퀸의 공식 해체는 없다.
2. 보헤미안 랩소디 Bohemian Rhapsody
퀸 Queen 의 대표곡으로 프레드 머큐리 작사/작곡이다. 1975년 발표한 정규 앨범 수록곡인데 이 곡을 통해 퀸은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
이 노래는 "Mama, just killed a man" 이라는 가사로 시작된다. 번역하면, "엄마, 나 방금 한 남자를 죽였어요"이다.
당연히 한국에서는 금지곡이었다. (이 곡 포함 여러 금지곡 때문에 1984년 퀸의 첫 내한 공연이 무산되었다는 소문도 있다)
저 정도 가사로 왜 금지곡일까 의문이 생긴다면 다음 가사를 들어보면 절로 이해가 된다.
"Put a gun against his head, pulled my trigger, now he's dead" 번역하면, "그의 머리에 총을 대고 방아쇠를 당겼어요. 지금 그는 죽었어요"이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총길이가 5분 55초에 이르는 꽤 긴 곡이다. 따라서 당시 많은 이들이 곡이 너무 길어서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 예상했었다. (3분이 맥시멈이라고 인식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매니지먼트였던 존 레이드 역시 같은 의견을 표명하며 반대를 했다(영화에서도 이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퀸은 이를 무시하고 발매를 강행하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아카펠라, 오페라, 발라드, 하드록 등 전혀 다른 장르를 결합하는 혁신적 실험에 대중들은 환호로 답해주었다.
퀸은 투어로 인한 방송 출연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뮤직비디오를 찍었고 이는 세계 최초의 M/V로 기록되고 있기도 하다. 뮤직비디오 역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고 많은 작품에서 이를 패러디하기도 하였다.
< 보헤미안 랩소디 뮤직비디오 링크 : https://youtu.be/fJ9rUzIMcZQ >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가장 중요한 레퍼토리였다. 어쩌면 보헤미안처럼 어느 곳에서도 속해있지 않고 방랑했던 그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노래이지 않나 싶다.
“우리는 부적응자를 위해 연주하는 부적응자들이다. 세상에서 외면당하는 사람들, 어디엔가 속하지 못하고 마음 쉴 곳 없는 사람들, 그들을 위한 밴드다”
다채로운 페르소나를 가진 그들을 잘 표현하는 노래, 그래서 퀸 역사의 가장 앞을 차지하는 대표곡이다.
3. 프레디 머큐리 Freddie Mercury
프레디 머큐리는 퀸의 리드보컬이다. 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멤버이기도 하다. 4 옥타브를 넘나드는 음역대와 폭발적인 무대 퍼포먼스는 그만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사실 프레디 머큐리가 곧 퀸이나 다름없었다. 이는 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어쩔 수 없이 프레디 머큐리를 중심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복잡한 혈통의 이민자, 양성애자였다. 우리는 그의 삶 자체를 날 것 그대로 마주함으로써 퀸의 음악 속에 흐르는 외로움, 기쁨, 사랑, 분노 등의 감정을 직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들은 퀸의 음악에 나름의 해석을 더할 수 있게 된다.
영화는 성 정체성의 혼란, 인간관계의 실패, 멤버들과의 갈등을 통해 퀸과 그의 음악이 어떤 과정 속에서 탄생했으며 그 속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잔잔하게 그리고 단단하게 보여주고 있다.
공항에서 수하물을 나르던 이민자 출신의 파로크 불사라가 어떻게 프레디 머큐리가 되었고 그 후 퀸이 어떤 과정을 통해 슈퍼밴드가 되고 왜 그들이 결별하게 되었는지를 아는 순간 퀸의 노래는 그 이전과는 다르게 들려지게 된다.
1975년 라이브 에이드 Live Aid 공연은 프레디 머큐리의 인생을 알고 난 후 비로소 그 의미를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 공연 내내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프레디 머큐리의 모습 속에 담긴 진심을 우리는 진정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당시 공연 실황 링크 : https://youtu.be/ktYlzVYQbwY >
에이즈로 투병 중이던 프레디 머큐리는 1991년 에이즈 투병 중이라는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였다. 그리고 하루 뒤 자신의 집에서 폐렴 등의 합병증으로 숨을 거두었다.
그의 나이 45세였다.
이방인이자 방랑자였으며 외로움 속에 살았던 그이기에, 2018년 전 세계 수많은 그의 팬들이 그를 다시 기억하고 추모하고 있음을 안다면 하늘에서 너무 행복해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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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반부를 장식하는 1985년 라이브 에이드 공연은 20분 정도 진행되었다. 당시 실황을 비교해보면 거의 완벽하게 재현한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이 공연을 보며 많은 감동을 얻었다고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한 곡 한 곡 끝날 때마다 아쉬웠으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나오는 노래에 또다시 귀를 기울이는 많은 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프레디 머큐리의 퀸을 다시 만날 수 없겠지만 그들의 삶과 음악을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