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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서민서패밀리 Dec 31. 2019

겸허한 생각


사람들은 본인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착각 속에 살아간다. 자신만의 우주 속에서 살면서도, 그것이 모든 이의 우주를 대신하는 것처럼 말이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는 다음의 내용이 나온다.


애플파이를 만드는 데에는 밀가루, 사과, 설탕 조금, 양념 조금 그리고 오븐의 열이 필요하다. 하지만 파이의 재료는 설탕이니 물이니 하는 분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분자는 다시 원자들로 구성된다. 탄소, 산소, 수소, 그 외의 원자들이 파이의 재료가 되는 분자들을 구성한다. 그렇다면 이 원자라는 것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는가? 수소를 제외한 나머지 원자들은 모두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졌다. 그러고 보니 별이 우주의 부엌인 셈이다. 이 부엌 안에서 수소를 재료로 하여 온갖 종류의 무거운 원소라는 요리들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다. 별은 주로 수소로 된 성간 기체와 소량의 성간 티끌이 뭉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그 수소는 대폭발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수소 원자는 코스모스가 비롯된 저 거대한 폭발 속에서 태어났던 것이다. 애플파이를 맨 처음부터 만들려면 이렇게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칼 세이건처럼 애플파이 하나를 가지고도 빅뱅에서 출발하는 사람도 있다. 그깟 애플파이가 뭐라고 말이다.


"내 존재의 참을 수 없는 우수함"에 경종을 울리거나, 혹은 반증을 찾고 싶을 때 언제든 서재에서 뽑을 수 있는 탑티어 책이라면 단연코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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