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폰 사용자다. 3GS 부터 사용했으니 그 기간만 거의 10년이다. 그 사이 4s, 5s가 내 손을 거쳐갔고 현재는 6s가 놓여있다. 맥북 1대와 아이패드 1대도 가지고 있으니 난 애플의 노예임이 분명하다.
아이폰 6s는 애플의 실수라고 부를 정도로 잔고장이 없다. 작년에 배터리 무상교체받은 후로는 새 것 같이 잘 사용하고 있다. 최근의 업데이트 이후에도 속도가 느려지지 않았다. 이 말은 즉슨 새로운 제품을 사야 할 유인이 더 이상 없다는 것이다.
다들 스마트폰 성장에 정체가 오고 있다고 한다.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스마트폰 패러다임을 뒤흔들 폼팩터 form factor 의 변화가 필요하다고도 한다.
오늘 새벽 삼성 갤럭시의 언팩 unpack 행사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다. 과연 삼성이 폴더블폰으로 스마트폰의 폼팩터 혁신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을까 다들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삼성은 어느 정도 혁신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 갤럭시 Fold 언팩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VYLJLxKBhSU >>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반도체 세계 1위에 이어 폴더블폰 선두주자의 면모를 세계에 내보였다는 점은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아이폰은 곧 혁신"이라는 오래된 신화를 깨뜨림과 동시에 삼성이 스마트폰 업계의 게임 체인저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제는 삼성을 상징하는 초격차 전략이 반도체를 넘어 스마트폰에까지 닿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베스트셀러 <초격차>의 저자인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이 요즈음의 삼성을 본다면 격세지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래는 그의 책에 나온 이야기다.
2004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사장에 취임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핀란드 노키아가 세계 휴대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기에 노키아에 직접 찾아가 삼성 반도체 제품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이때 뜬금없이 미국 애플의 개발 책임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당시 애플은 그저 컴퓨터 회사였기에 컴퓨터 디바이스 관련 문의려니 했다. 그런데 컴퓨터 디바이스가 아닌 모바일 디바이스 CPU에 대한 문의를 했다. 이상했지만 이유도 모른 채 시제품을 보내줬다. 그리고 설계 수정 후에 납품까지 성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애플에서 행사 초대장이 왔다. 행사장에 찾아갔고 반도체 공급 업체 대표 자격으로 맨 앞줄에 앉아있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어떤 제품인 줄 모르고 있었다.
곧이어 스티브 잡스가 등장했고 그는 그 날 역사적인 첫 번째 아이폰을 소개하였다. 2007년 1월의 일이었다.
<<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키노트 동영상 : https://youtu.be/DIKbwNJpP9I >>
애플의 아이폰이 나온 지 벌써 12년이 지났다. 그동안 스마트폰의 혁신은 온전히 아이폰을 통해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폰이 아닌 다른 폰을 통한 혁신은 없었다. (카메라 2개, 커다란 스크린, 지문인식, 무선충전 이런 것을 혁신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폰 iPhone 은 인터넷 Internet 과 전화기 Phone, 그리고 아이팟 iPod 을 합한 것이다. 이것은 이전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던 것이었다.
이후 삼성을 비롯한 후발주자들이 아이폰을 따라 비슷한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갤럭시가 대표적이었다. 늦었지만 Fast-Follower 전략을 통해서라도 따라잡아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 12년을 천천히 살펴보면 아이폰을 따라잡기 위한 삼성 갤럭시의 수많은 노력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아이폰 유저로서 단언컨대 단 한순간도 혁신의 측면에서 갤럭시가 아이폰을 앞섰던 적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아이폰이 아닌 갤럭시를 사야겠다는 생각도 든 적이 없었다. 그런 스마트폰 생태계에 삼성이 어쩌면 처음으로 혁신적인 상품을 애플보다 먼저 내놓은 것이다. (물론 아이폰 판매량 감소로 애플이 사업을 재편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서 폴더블폰에 아예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388662)
여기서의 혁신은 단순히 힌지 hinge 없이 잘 접힌다는 하드웨어적 특성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갤럭시 폴드는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던 스마트폰 Smartphone 과 패드 Pad 를 하드웨어적으로도 그렇고 소프트웨어적으로도 결합시켰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결합이 여기에 그치지 않고 노트북, TV, 스마트워치, 자율주행차 등 디스플레이가 달린 모든 기기의 혁신으로 연결될 수 있기에 더 큰 의미를 가진다 할 것이다.
물론 삼성도 여기에 만족하면 혁신에까지 이를 수 없을 것이다. 얼마나 확장성을 가지고 이종 기기들을 결합해 나가느냐에 따라 단순 개선을 넘어 산업의 미래를 손에 넣을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폴더플폰은 그저 하나의 단서일 뿐이다.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 금방 카피 제품을 만들어낼 중국 사이에서 삼성이 어떻게 게임을 변화시켜 나갈지 앞으로가 더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