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내용은 제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한 것입니다. 모두에게 다 맞는 내용은 아닐 겁니다. 작성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미국 대학원 지원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영어 점수(Toefl, GRE)라면, 그다음은 CV 작성이다. CV는 Curriculum Vitae의 약자인데, 학문적 내용이 많이 담긴 이력서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력서의 틀은 정해져 있지 않다. 본인의 마음에 드는 틀로 만들면 된다. 하지만 백지에서 처음부터 시작하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잘 된 이력서를 자신에게 맞게 변형하는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아래의 첨부 파일은 하버드 대학교에서 예시로 든 Resume와 Cover letter이다. 여러 학생들 것을 취합한 것이므로 내용과 형식이 제각각이다. 본인이 마음에 드는 형태를 따다가 쓰면 될 것 같다. 물론 저것들도 절대적인 정답은 아니다. 본인에게 맞는 것만 취사선택하면 된다.
다음은 내가 CV를 작성하면서 느낀 것들을 토대로 만든 팁이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모든 내용은 MS WORD를 기준으로 작성하였다)
1. 글자체는 Times New Roman, 글자크기는 11-12, 줄 간격은 1.5-2, 총페이지는 3-4p가 적당하다.
일반적으로 학교에서는 특별히 글자체나 크기 등을 정해주지 않는다. 따라서 스스로 형식을 정해야 한다. 위에 제시한 기준은 내가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낸 결론이다. 아마 첫 시작으로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글자체의 경우, Arial, Calibri 등 고딕체로 바꿔서도 해보았으나 내 기준으로 뭔가 전문성이 좀 안 느껴졌다. Times New Roman 은 격식 있게 보이기도 했고 편집 후 출력해보면 깔끔하게도 느껴져서 결정하게 되었다. 이건 취향을 좀 타는 문제라서 작성과 수정을 반복하다가 본인에게 맞는 글자체를 찾으면 그걸 쓰면 된다.
글자크기는 너무 작을 경우 가독성이 많이 떨어진다. 특히 10 이하로 할 경우 편집할 때는 모르지만 실제로 출력해보면 매우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다. 이는 입학위원회 교수님의 짜증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처음부터 11-12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 이왕이면 12로.
줄 간격은 1.5-2 내외로 하면 된다. 줄 간격이 너무 넓을 경우(2 이상)에는 휑하게 느껴지고, 너무 좁을 경우에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흑(글자)과 백(여백)이 조화를 이루려면 개인적으로는 1.5-2 정도가 적당해 보인다. (리포트의 경우 Double-space 가 보통이라면 CV는 좀 자유롭게 느껴졌다)
총페이지는 3-4p가 알맞아 보인다. 물론 학교에서 limit을 정해주면 그대로 하면 된다. 다만, 일반적으로는 page limit이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저 정도 선에서 마무리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쓸데없는 내용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감점이 될 수도 있다.
2. 자신의 강점이 명확하게 드러나야 한다.
CV는 목차도 형식도 정해진 것이 없다. 따라서 자신에게 맞도록 편집해서 작성하면 된다. 특히, 자신의 강점이 명확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실 이력서는 그러려고 작성하는 것이다. 그냥 학교에서 내라고 해서 내는 게 아니다. 내용 하나하나에 전략을 담아 완성해야 한다.
목차는 보통 Education, Employment, Extracurricular Activities, Volunteer Experience, Fellowships, Personal Interest 등으로 나눈다. 여기서는 Education과 Employment의 팁과 예시를 보여주겠다.
(1) Education: 학부 또는 석사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얻었고 배웠는지가 정확하게 드러나야 한다.
Seoul University Seoul, Republic of Korea
Master of Public Administration Mar. 2010 - Feb. 2014
Thesis: A Study of Regulatory Avoidance and Circumvention
Advisor: James Choi., Ph.D.
Course Work: Quantitative Analysis, Research Methods, Policy Evaluation, Management
GPA: 4.0 / 4.3
Daejeon University Daejeon, Republic of Korea
Bachelor of Public Administration Mar. 2001 - Aug. 2009
Course Work: Mathematics, Calculus I, II, Microeconomics, Macroeconomics
Scholarship of Fall 2008 (full tuition)
GPA: 4.1 / 4.3
위의 예시를 보면 석사에서는 졸업논문을 작성하여 졸업을 했다는 점을, 학사에서는 Quantitative 관련 과목을 많이 들었고 장학금도 수여받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본인의 전체 학점이 높다면 강조해서 쓰면 된다. 내 경우 학점이 별로 좋지 않기 때문에 적지 않았다 ㅎㅎ 약점은 은근슬쩍 숨기는 것이 좋다. (근데 어차피 public transcript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영원히 감출 수는 없다 ㅜㅜ)
(2) Employment: 현재까지 경험한 professional career를 통해 내가 leadership을 어떻게 발전시켰고 어떤 능력을 개발하였으며 어떤 성과를 냈는지가 분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첫째, 회사, 부서 혹은 직위 변동 별로 적되 세부 내용은 중요한 내용만 적는다. 설명이 너무 많으면 가독성도 떨어지고 핵심이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다.
둘째, career path를 통해 개인의 발전과정이 보이도록 작성한다. 고용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커리어를 통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셋째, 직무범위 / 성과 등이 계량화(quantification) 되어야 한다. 미국 사람들이 보기에 한국의 직급, 직위, 직무가 모두 낯설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내가 가진 직위 및 내가 해낸 업무 성과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계량화를 통해 정확히 설명해줘야 한다. 한국에서야 중앙부처 과장이 높은 직위인 줄 알지만 미국 사람들에게는 그저 많은 직업 중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예산 규모는 얼마이고, 밑에 통솔하는 직원은 몇 명 있으며, 프로젝트의 경제적 효과는 얼마인지 "계량적", "가시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넷째, 기간은 년, 월까지 구체적으로 적어주어야 한다. 기간을 연도 단위로 적어주면 얼마나 일했는지 명확하지 않으므로 최소 월까지 적어주어 얼마나 일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White House Gyeonggi-do, Republic of Korea
Director, Finance Team Jan. 2019 - Present
Led the Finance Team, which consists of 9 public officials
Made a settlement of accounts on the White House's budget of 2018
** The total budget of 2018 is 348 billion Korean won
White House Gyeonggi-do, Republic of Korea
Deputy-Director, Finance Team Jan. 2017 - Dec. 2018
A member of the Finance Team
Participated in the National Assembly's review of the settlement of accounts
위의 예시를 보면 2017년과 2018년에는 회계팀의 팀원으로 2년간 일했고, 2019년에는 승진하여 과장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팀원일 때와 달리 9명의 팀원을 리드하여 2018년 결산을 주도했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다. 결산액은 3,480억 원으로 그 규모를 알 수 있다. (달러가 아닌 한국 화폐로 적어주는 것이 정확하다)
이런 식으로 전체 career를 나열하면 된다. 그러면서 쭈욱 읽어보면 이런 능력이 있고 이렇게 승진을 했고 리더십을 어떻게 발전시켰는지를 committee가 느끼도록 하면 된다. 이력서는 개조식으로 된 개인의 자서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부끄러워할 것 없이 있는 그대로 자신을 뽐내면 된다.
3. CV는 객관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CV를 보는 사람이 누구인가? 대부분이 미국인이다. 그들은 한국에 대해, 혹은 한국 정부에 대해 단 하나의 정보도 없을 수 있다. 세계 9위 경제 대국이고 Samsung, Hyundai 가 있으며 BTS, Hyunjin Ryu, Heungmin Son을 보유한 대한민국을 어떻게 모를 수 있냐고 해봤자 소용없다. 어쩌면 그들이 한국을 잘 아는 게 더 이상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한국 상황을 전혀 모르는 미국인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이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미국인에게 proof reading을 받는 것이다. 그렇게 검토를 받으면 미국인에게 익숙한 구조 및 내용으로 CV를 작성할 수 있다. 이건 매우 효과적이므로 꼭 해보길 권한다.
하지만 미국인 친구가 항상 있는 것은 아니니 우선은 자신이 최대한 객관적으로 작성해보아야 한다. 스스로를 타자화하여 비판적으로 읽다 보면 내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다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여러 번 반복해서 스스로 고친 다음 다른 사람에게 여러 차례 review를 받는다면 처음보다 훨씬 더 객관적이고 간결한 CV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CV 초안을 작성하고 아는 미국인에게 보내준 적이 있다. 당시 CV에 fake news라는 단어가 있었는데 거기에 "?" 표시가 되어 왔고, T/F라는 단어에도 역시 "?" 표시가 되어 왔다. 우리가 많이 쓴다고 해서 미국 사람들도 당연히 많이 쓸 거라는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각 나라 간 제도가 매우 다르므로 이럴 경우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여주는 것이 좋다.
물론 그들 역시 우리의 CV를 보면서 최대한 guess 해보려 노력하겠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고 오히려 잘못된 정보로 오인할 수도 있으므로 사전에 그러한 위험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4. CV를 매일 확인해야 한다.
내 CV 폴더를 보면 draft 마지막 수정 회차가 24회이다. 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 읽어보고 수정을 했다. 볼 때마다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끔씩 수정할 내용이 나왔고 그럴 때마다 내용을 고쳤다.
제일 집중적으로 고쳤을 때는 추천인 고민할 때와 에세이 작성할 때였다.
먼저, 추천서를 부탁하면서 추천인에게 CV를 전달하는 이유는 그 안에 적힌 내용을 담아달라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교수라면 Education 부분에서 추천의 내용을 담을 것이며, 직장 상사라면 Employment 부분에서 칭찬할 내용을 찾아내 추천서를 작성할 것이다. 역진적으로 생각하면 내가 CV를 작성할 때 추천인이 무엇을 강조해줘야 하는지가 이미 담겨 있어야 한다. 따라서 추천인 고민하는 과정에서 CV를 꽤 많이 수정하게 된다.
다음으로, 에세이 쓸 때 CV 내용을 상당히 많이 보완한다. 나중에 에세이 작성 TIP 부분에서 언급하겠지만, 에세이에 등장하는 나의 여러 주장들을 뒷받침할 근거가 CV에 담겨 있는 것이 가장 좋다. 예를 들어, "나는 개발도상국에서의 봉사 경험을 통해 인류애가 가장 중요한 삶의 가치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국제기구에 가서 가난한 아이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싶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꿈을 이루기에 현재까지 나의 Career는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다. 따라서 국제관계 부분에서 Top school인 당신의 학교에 진학하여 관련 내용을 공부하여 내 Career goal을 성취하고 싶다." 이것이 에세이의 내용이라면 당신의 CV에는 개발도상국 봉사 경험이 Volunteer Experience 부분에 적혀있어야 하며, 현재까지 해당 Career Goal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가 Education과 Employment, 혹은 Extracurricular Activities에 나타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 이게 내 꿈이니까 도와줘 라고 말한다면 아무도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위 두 가지 과정을 고치며 많은 내용이 수정되었다. 그러면서 최종본은 처음과는 상당히 많이 달라져 있었다. 내용을 많이 고쳤기 때문에도 그렇겠지만, 추천서, 에세이를 고려하면서 고치다 보니 CV가 마치 나의 성장앨범처럼 하나의 서사를 가지고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대학원 지원서류가 꽤 많은데, 내가 마지막 순간까지도 review 하면서 업데이트를 미룬 서류가 CV 였다. 끝까지 붙들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이게 최선일까를 많이 생각했으며 한편으로는 내가 volunteer나 academic experience를 좀 더 많이 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도 많이 남았다. 하지만 그게 내가 살아온 인생인걸 어쩌겠나 ㅎㅎ
CV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해보았다. CV가 워낙 개인적인 서류다 보니 개인마다 생각이 다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랬다. 다만, CV를 오랫동안 작성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좋은 팁이 될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 몇 가지 내용을 적어보았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