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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서민서패밀리 Sep 13. 2020

5. Zoom in Chicago


Zoom 요즘 대세다. 줌이 뭐지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현재 미국  교육에 있어서는  없이는 아무것도 진행이 안 되는 상황에 와있다. 줌은 온라인 화상회의 시스템을 말하는데 학교, 회사, 공공기관을 막론하고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업무 표준으로 자리 잡은 코로나 시대에, 안전을 보장하면서 업무효율까지 높일  있는 줌이 뉴노멀로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덕분에 미국 대학원에 다니는  역시 웹 세미나에서 수업까지 모두 줌으로 진행하고 있다. 며칠  준서 초등학교 학부모 모임이 있다길래 어디서 하나 봤더니 어드레스에  웹주소가 적혀 있었다. 속으로  했지만 코로나 시대에 이런  그냥 어쩔  없는 변화인  같다. 개인적으로 2020 올해의 단어를 꼽으라면 코로나 다음으로 줌을 꼽을  같다.

암튼 요즘  생활의  이상이 줌이다. 줌으로 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느새 줌에 익숙해진  모습을 본다.

수업은 어느 건물  호실에 직접 가는 것이 아니다. 그냥  웹주소를 주소창에 입력하기만 하면 된다.  웹주소가 없으면 강의에 들어갈  없다. 따라서  기억해야 한다.  컴퓨터 메인화면 메모장에는 강의, TA, QnA,  세미나를 위한  웹주소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https://uchicago.zoom.us/j/98495304608?pwd=M1VVK0N6amEyTlVSVitjc1lGM0ZtUT09  이런 식이다. 이런 거를 긁어서 복사, 붙여넣기 하고 입장하면 나와 같은 상황의 학생들이 한가득 모여있다.

수업 중에 궁금한 점은 직접 채팅으로 물어본다. 보통은 들어와 있는 모든 구성원이    있는 공개채팅이지만, 특정인에게만 몰래 채팅을 보낼 수도 있다. 한국의 귓속말 기능 같은 거다. 그래서 가끔 수업의 내용은 진지한데 웃으면서 타자를 치고 있으면 대체로  기능을 사용하는 경우라고 보면 된다. 물론 재밌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있을 수도 있다. 어차피 내가 화면으로  보고 있는지는 아무도   없다.

수업 진행 중에 소규모 토론이 필요하면 강사가 브레이크아웃룸으로 인원을 쪼개어 보낸다. 60 강의를 10개로 쪼개면 5-6명이 소회의실에 각각 배정된다. 느닷없이 소회의실에 모인 학생들은 하이 가이즈로 시작해서 주제별 토론도 하고 구글 doc으로 공동 과제도 작성한다. 근데 분명히 랜덤으로 돌리는  같은데 맨날 만나는 애들만 만난다. 물론 그래서  친해진다. 그러다 다시  강의실로 돌아오라는 명령이 오면 바이 씨유 하면서 헤어진다. 인생사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고 했다.

수업이 끝나면 물리적으로 이동할 필요가 없다. 주소창에 다음 수업  웹주소만 복사, 붙여넣기 하면 된다. 따라서 허경영 씨가 주장하는 순간이동이 가능하다. 아침부터  수업 끝나고  수업으로, 또다시 다른 수업으로 접속과 나가기를 반복하면서 캠퍼스를, 아니 온라인 강의실을 온종일 누비게 된다.

다만 아쉽게도 방과 후에   하기 위해 따로 만나는  따위의 낭만은 없다. 온라인이기도 하지만, 서로 시차가 나기 때문이다. 어떤 친구는  잠에서 일어나 수업이 끝나고 나면 하루를 시작해야 하고, 어떤 친구는 수업을 듣고 나면 자정이  되어가는 시간이라 곧바로 자야 한다. 시카고대 근처 하이드파크 뒷골목 파전집에 가서 마셔라 마셔라 하고 싶지만 그럴  없다.

 수업을   넘게 하다 보면 대충 캐릭터 강한 아이들도 나온다.

수학 수업을 듣는  학생은 지속적으로 채팅창에서 아이패드로 수업하는 조교의 배터리를 걱정한다. 보통 수업할  강사가 본인의 화면을 공유하면서 진행하는데,  수업에 40% 시작해서 3% 끝난 게 화근이었다. 이후  학생은 수업보다 조교 배터리에 관심을 집중한다. 배터리를 100% 시작하면 today no battery issue라고 하고, 60% 이하인데 충전 안 하고 있으면 no charging? 이라고 쓴다. 충전 안 하는데 20% 이하로 떨어지면 조용히 혼자서 채팅창으로 카운트 다운을 한다. 19%, 15% 이런 식이다. 분명 수업을 진행하는 조교도 채팅창을 보고 있을 텐데 미동도 하지 않고 수업을 진행한다.  같으면 충전을  만도 한데 곤조로 버틴다.  정도 수준까지 오면 내가 수업을 듣는 건지 배터리 전쟁을 관전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이다. 암튼  오늘도 그랬다. 정말 만나보고 싶다.

아이를 안고 수업을 듣는 학생도, 지속적으로 친구를 데려와 같이 수업을 듣는 학생도 있다. 집이 너무 지저분해서 내가 가서 치워주고 싶은 학생도 있다. Anyway 재밌다.

 수업에 익숙해져도 사회적 동물인지라 사람이 그리운  사실이다. 직접 만나서 같이 대화하고 아이 컨택하기를 모두가 고대하고 있다.  겨울은 어렵더라도 내년 가을에는 모든 동기들을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났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코로나가 끝나야 한다. 정말 간절히 백신의 빠른 개발을 기대한다.

(2020. 9. 11.)

ps. 동기들이랑 파전집 같이 못 가서 한인마트에서 냉동파전 사서 구워 먹음. 한국사진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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