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땡스기빙 Thanksgiving 주간이다. 단어에서도 드러나듯이 하늘에서 주신 giving에 대해 thanks 하는 명절이다. 참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단어 선택이다.
땡스기빙 데이는 11월 넷째 주 목요일이다. 한국에서는 이 날보다 그다음 날인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가 유명한데 엄청난 세일을 통해 물건을 싸게 팔기 때문이다. 8월에 미국에 도착한 우리 부부가 물건 살 계획을 세울 때 당장 살 것인가 아님 블프에 살 것인가를 논의했을 정도니 그 의미가 적지 않다 할 것이다.
암튼 땡스기빙은 여러모로 많은 이들을 설레게 하는 주간이다. 미국인들은 땡스기빙 데이가 있는 한 주를 연휴로 쉬는 듯했다. 오랜만에 가족도 만나고 파티도 하면서 훈훈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땡스기빙은 코로나 때문에 예년과 다르게 진행되는 모양새다. 가족 간의 모임은 최소화하고 부모형제 위주로 단출하게 모임을 갖는 정도에 그치는 듯하다. 질병 하나가 사회의 모습을 이리도 많이 변화시킬 수 있다니 참으로 놀랍다.
최근 한국 뉴스를 보니 코로나가 다시 심상치 않게 번지는 것 같다. 내가 사는 일리노이주 역시 일일 신규 확진자가 1만 명을 넘길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조심 또 조심이다.
개인적으로는 학교에서 매주 코로나 테스트를 받고 있는 중이다. 대면 강의를 하나 듣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테스트를 받으러 갔다.
처음 병원에 도착하니 신분 확인을 먼저 했다. 그 후 검사실로 보내졌다. 검사실에는 우주복(?)을 입고 있는 간호사가 한 명 서 있었다. 나에게 앉으라고 하는데 외계인이 된 것 마냥 긴장이 되었다.
우주인은 나에게 라스트 네임과 생년월일을 물었다. 내 대답과 동시에 오케이라고 하더니 검사를 시작한다고 했다.
우주인은 책상에서 길쭉한 면봉을 꺼내더니 이내 내 왼쪽 콧구멍에 집어넣었다. 예상치 못한 빠른 동작이었다. 자네 펜싱 해볼 생각 없나, 라는 생각과 함께, 이거 생각보다 너무 깊숙이 집어넣는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그리고 집어넣은 면봉을 반시계 방향으로 두 바퀴를, 즉 720도를 정확히 돌렸다. 단 1도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솜씨였다.
그러더니 무표정의 우주인은 면봉을 다시 쑥 빼어 오른쪽 콧구멍에 집어넣었다. 예정에 없던 쌍코 채취에 놀란 나는 당황스러웠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역시나 깊숙이 집어넣고는 반시계 방향으로 두 바퀴를 돌렸다. 그리고 번개같이 면봉을 콧구멍에서 뺐다. 우주인은 빠르고 정확했다.
그런데 문득 저 면봉이 다음으로 내 입을 향해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뜬금없는 상상이 들었다. 예상치 못한 쌍코 채취가 가능하다면 입 역시 성역은 아닌 듯했다. 나는 우주인이 만약 내 양쪽 코에 넣은 면봉을 내 혀 가장 깊숙한 곳의 쓴맛을 느끼는 부분에 대면 난 짠맛을 느낄 수 없을 거야 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손에 땀을 쥐고 기다리고 있었다. 1초, 2초. 하지만 다행히도 쌍코 채취 면봉은 내 입이 아닌 검체 채취 통으로 들어갔다. 우주인은 안도하는 나에게 (너희 별로) 돌아가라고 했다. 나는 감사하다고 여러 번 절한 후 검사실을 나섰다.
그 이후로도 나는 매주 쌍코 채취를 당하고 있다. 물론 결과는 매번 음성이지만 언제까지 이 아픔의 릴레이를 계속해야 할지 모르겠다.
최근 다행히도 여기저기서 백신 개발 소식이 들리고 있다. 빠르면 다음 달부터 백신 접종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한다. 얼른 코로나가 정복되어 내년 추석과 땡스기빙에는 가족들이 둘러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코로나 검사로 코가 안 아펐으면 좋겠다. 코로나 OUT!
ps. 캠퍼스는 겨울로 접어드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