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0년 마지막 날이다.
지나고 나면 기억되는 해가 있고 그냥 잊혀져가는 해가 있다. 굵직한 사건이 있는 해는 많은 이들에게 기억된다. 1988년 올림픽, 1997년 IMF, 2002년 월드컵, 2007년 서브프라임 등처럼 말이다. 아마도 저 해들에 더해 2020년은 많은 이들에게 코로나라는 세 글자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제발 2021년은 그냥 잊혀져가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
TV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으로 유명해진 마크 테토(Mark Tetto)라는 미국인이 있다. 그가 작년 새해에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이 있는데 내게는 꽤 큰 울림을 주었다. 다음은 그중 일부이다.
"12월 31일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새해맞이 샴페인 토스트를 하기 위해 파티에 가서 자정이 되는 순간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그리고 뉴욕의 타임스퀘어에서 펼쳐지는 새해맞이 카운트다운과 공연을 직접 관람하거나 TV로 시청한다.
연말연시와 관련된 내 모든 추억도 12월 31일에 있었던 일이지 1월 1일에는 없었다. 바로 이것이 처음 한국에서 보낸 새해가 내게 흥미롭게 다가온 이유다.
미국의 새해전야제 파티들은 과거지향적인 것 같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이라 그해에 누릴 수 있는 남아 있는 기쁨을 끝까지 쥐어짜내려는 느낌이다. 한국의 새해맞이 해돋이 구경은 그 반대다. 미래지향적이고 희망에 가득 차있다. 용기와 희망으로 한 해를 일찍 맞이하는 것이요, 새해에 떠오르는 태양처럼 불같은 주홍빛에 잠긴 얼굴과 크게 뜬 눈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다.
나 역시 이젠 일출을 감상하며 2019년을 맞이하고 싶다. 끝나가는 한 해의 마지막 순간에 집착하며 매달리는 대신, 한국을 감싸며 떠오르는 새해의 태양에 희망과 다짐을 투영하며 진취적인 자세로 한 해를 시작하고 싶다."
미국인이 직접 한국어로 쓴 글이고 거기에 통찰력도 훌륭하기 때문에, 이 사람은 거의 사기캐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한국어 네이티브들에게 부끄럼 +10을 선물하는 당신이란 존재는..
암튼 용기와 희망으로 맞이한 2020년이 아쉽게도 마무리되어 간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와 싸우느라 국민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가 고생한 한 해이다. 모두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언제까지 2020년에 머무를 수는 없다. 우리 앞에는 새로운 2021년이 주어져있다. 누구도 알 수 없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그야말로 올뉴 새해이다. 앞서 마크 테토의 글처럼, "한국을 감싸며 떠오르는 새해의 태양에 희망과 다짐을 투영하며 진취적인 자세로 한 해를 시작"한다면 우리에게 더 밝은 미래가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 믿는다. 희망에 가득찬 2021년을 기대해본다.
2021년 신축년,
모두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