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igin of the rich
당신은 집을 가지고 있는가?
누구나 집은 있다. 전세든 월세든 자가든, 심지어 풍찬노숙하는 경우에도 형식적 집은 존재한다.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생활의 3요소인 의식주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자신의 몸을 누일 집이 필요함은 누구나 알고 있다. 다만 내가 궁금한 것은 '소유하고 있는 집이 있는지' 여부이다.
나는 아직까지 집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결혼 4년 차에 2돌 된 아기도 있는데 아직 내 소유의 집이 없다. 물론 대부분의 또래 친구들도 전세를 살고 있고 나 역시 그러하기에 그에 대해 문제라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집 살 돈이 없으니 전세 사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 '집 소유'에 대한 문제의식이 갑자기 생기기 시작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체감하면서부터다. 솔직히 전세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집 값에 큰 관심이 없다. 오직 전세금 상승에만 관심이 있다. 2년 만기 시에 집주인이 나가라고 하지는 않을까,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하지는 않을까만 걱정한다. 집 값은 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세 만기가 다가오고 또래 친구들 한 두 명이 집을 마련하면서 나 역시 집을 사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야겠다가 아니라 괜찮을까 정도였다. 스스로 깨달아서 생각한 것이 아니라 주변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우선 집 근처 아파트 가격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근처 좋아 보이는 A아파트, B아파트, C아파트를 중심으로 알아보았다. 역시 생각보다 비쌌다.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는다면 살 수야 있겠지만 원리금 상환을 생각한다면 좀 무리가 돼 보였다. 하우스 푸어 유령이 나를 보며 손짓하는 것 같았다. 그래 그건 아니지. 그러다 원래 이렇게 비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시세를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네이버 시세 추이를 클릭하였다. 헐, 순간 멈칫했다. 잘못 봤나 싶었다. 경제학에서만 보던 우상향의 공급곡선이 그려져 있었다. 아파트 가격은 원래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오르는 건가? 순간 당황하여 같은 지역의 다른 집들도 찾아보았다. 역시나 였다.
베네수엘라도 아니고 내가 모르는 사이 우리나라에서 하이퍼 인플레이션이라도 발생했었나? 등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무척 당황스러웠다. 내가 생각하던 그림과 달랐다. 좌뇌가 서서히 활성화됨을 느끼고 있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KB부동산 통계정보에 접속했다. (블로그 검색하다 주워들은 곳이다)
평균 주택 가격 추이를 클릭했다. (2013년 12월은 내가 결혼하고 전셋집에 들어온 때이다)
2013년 12월 서울 주택 평균 가격은 4억 8,375만원이고 전세 가격은 2억 9,368만원
2017년 6월 서울 주택 평균 가격은 6억 1,755만원이고 전세 가격은 4억 2,869만원
4년도 안되어 서울 주택 "평균"가격이 1억 3천만원 넘게 상승했다.
2013년 12월 경기도 주택 평균 가격은 2억 7,129만원이고 전세 가격은 1억 7,632만원
2017년 6월 경기도 주택 평균 가격은 3억 2,380만원이고 전세 가격은 2억 5,491만원
경기도 역시 4년도 안되어 주택 "평균"가격이 5천만원 넘게 상승했다.
수도권만 그런 것 같아 전국을 검색해보았다.
2013년 12월 전국 주택 평균 가격은 2억 6,160만원이고 전세 가격은 1억 7,117만원
2017년 6월 전국 주택 평균 가격은 3억 2,360만원이고 전세 가격은 2억 3,914만원
수도권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전국 주택 "평균"가격도 6천만원 넘게 상승했다.
집 가격이 저렇게 오르는 동안 내가 전세 생활하며 얻은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주택을 매수했다면 지불해야 하는 비용(취득세를 비롯한 주택 취득에 필요한 비용 + 담보대출 이자비용 + 재산세 등)을 아껴서 얻은 저축 금액일 것이다. 계산해보니 대략 5천만원 정도가 되었다. 중간에 아기를 낳아 외벌이를 꽤 오래 했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꽤 큰 지출을 한 거에 비하면 나름 많이 모은 듯했다.
나는 전세를 살면서 그 돈은 묶여 있었지만 새로이 5천만원의 돈을 저축할 수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런 나의 결정은 정말 올바른 판단이었을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알다시피 당연히 아니다. 경기도에 평균적인 주택을 한 채 샀었다면 저축액인 5천만원만큼 주택 가격이 올라있었을 것이고 서울에 샀다면 그보다도 많은 1억 3천만원이 올라있을 것이다.
결국 현시점에서 내가 새로이 집을 매수한다면 결혼 당시보다 더 비싸게 주고 사야 한다. 덜 먹고 아껴 쓰면서 3년 6개월간 5천만원을 저축했지만 그 돈은 고스란히 아파트 매도인에게 넘겨주어야만 했다. 물론 수도권 핵심지역은 1억 이상 올랐으므로 저축액에 대출을 더해 매도인에게 주어야 한다.
결혼과 동시에 집을 샀더라면 저축은 조금 줄어들었더라도 주택 가격 상승분을 고스란히 가질 수 있었다. (물론 매도해야 차익실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당시에는 부동산에 1도 관심이 없었거니와 왜 그래야 하는지도 몰랐었다.
또한 당시는 2012년 유럽 금융위기 여파로 아파트 가격이 바닥을 치던 때였다. 2013년부터 조금 올랐으나 여전히 아파트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었다. 당시 위례지구 A3-8블록 에코앤캐슬(현재 롯데캐슬) 보금자리주택(공공분양)이 미분양되어 선착순 분양을 받기도 했던 때였다. (현재 시세차익은 3억 정도 된다.)
지금 보면 당시가 바닥이었지만, 워낙 부동산을 모르고 있었기에 그것을 볼 능력이 없었다. 일본의 부동산 가격 폭락과 인구감소론이 합쳐져 부동산에 대한 부정적 소문이 횡행하였기에 당시 집 살 생각을 갖는다는 것은 정말 용기 있는 일이기도 했다. 만약 당시 아파트를 산다고 했다면 주위에서 모두가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만시지탄이다. 그때 그랬었더라면, 왜 안 했을까라고 후회해봤자 소용없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공부하고 경험해야 한다. 즉시 부동산 카페에 가입했다. 부동산 관련 개인 블로그에 친구 추가도 했다. 책도 샀다. 미친 듯이 읽었다. 지난 4년간의 뒤처짐을 만회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물론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결국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앞으로 이 매거진을 통해 하나 둘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고 공유하려고 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이는 사실(fact)이다.
최근 화두인 4차 산업혁명의 핵심적인 내용 중 하나는 "노동보다 자본의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토마스 피케티 역시 "21세기 자본론"을 통해 이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 역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소득을 노동에만 묶어두기보다는 자본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에게 있어 자본은 부동산이 될 것이다. 미래 변화에 대비하는 최소한의 준비로 나는 부동산을 공부하려 한다. 부동산이라는 자산의 보유는 내게 있어 물가 상승에 대한 대비이고, 그 자산에서 나오는 월세는 노후를 위한 준비가 될 것이다. 예측되지 않은 변화로 인한 위험을 예방하는 차원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남들이 부동산으로 돈을 벌더라 에서 출발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시작하면 근시안적(myopic)이 되고 조급해지기 쉽다. 길게 보고 천천히 가야 한다. 향후에는 목표를 세워 꼼꼼히 지켜나가려 한다. 물론 이는 스스로에게 구속력을 부여하기 위해서이다.
목표가 없는 삶이란 얼마나 공허한가.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배처럼 외로울 것이다. 이럴 때 낮에는 해를 밤에는 북극성을 기준 삼아 나아갈 방향을 정해 꾸준히 나아간다면 어느 순간 뭍에 도착한 본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곳이 희망의 땅 아메리카일 수도 있고 버려진 무인도일 수도 있다. 설령 무인도에 도착했더라도 낙심할 필요는 없다. 거기까지 가는 동안 많은 경험이 쌓였기에 목표를 수정하여 다시 나아가면 된다. 인생은 원래 그런 거니까. 실패를 통해 한 발짝 나아가다 보면 더 멀리 갈 수 있을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