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권의 부동산 책을 읽다 보니 몇 가지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중 하나가 "정부와 맞서지 마라"였다.
우리는 국가라는 체제 안에서 국민으로 살고 있다. 근로 또는 사업을 하며 세금을 내고 있다. 그리고 그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를 가지고 있다. 정부는 법과 예산에 따라 정책을 실행한다. 그러한 정책은 국민과 경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 정책 역시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부동산에 관한 정부의 태도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에 관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을까. 부동산 친화적일까 아닐까. 중요한 문제이나 대통령의 마음속에 들어갈 수는 없으니 추측만이 가능하다. 몇 가지 사례에서 그 힌트를 얻어보자.
첫 번째 사례, 힐링캠프 문재인 대통령 후보자 출연 당시 청약통장 에피소드 (2012년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인권변호사 하던 시절에 수입이 변변치 않다 보니 자기 집이지만 그리 좋지 않은 집에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그의 아내가 청약 저축 통장을 가입한 것을 보고 문재인 대통령이 노발대발하며 당장 해약하라고 했다고 한다.
청약 저축 통장은 집이 없는 사람을 위한 것이고, 혜택을 봐야 하는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 따로 있다고 하면서 말이다.
두 번째 사례, 청와대 기업인 맥주회동 중 에피소드 (2017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은 구본준 LG 부회장을 보더니 대뜸 "피자 CEO라는 별명이 있지 않으냐"라고 물었다. 구 부회장이 소통 강화를 위해 2011∼2014년 직원들에게 피자를 선물하면서 생긴 별명이다. 피자 케이스에 격려 메시지를 남기며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로 배달해 이 기간 피자를 받은 LG전자 직원은 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이 "직원 단합과 사기를 높이는 효과가 있겠다"며 "우리도 피자 한 번 돌리자"라고 즉석에서 제안했다. 한 참석자가 "피자만 말고 치킨도 보내달라"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을 잡아주면 피자 한 판씩 쏘겠다"라고 받아넘기기도 했다
첫 번째 사례로 유추해볼 수 있는 사실은, 부동산 특히 집은 자기가 살 집 한 채를 소유하는 데 그쳐야지 돈을 벌기 위해 주택을 여러 채 소유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 사례로 유추해볼 수 있는 사실은, 현재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있고 따라서 이것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종합적으로 추측해 볼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은 다주택자 중과세와 부동산 가격상승 억제이다.
분명히 집권 내내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남, 잠실 등 소위 부자 동네의 아파트 가격 폭등은 빈부격차 심화로 비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럴 것으로 보인다. 2012년 힐링캠프 출연 당시, 본인의 공적인 꿈을 빈부의 차를 줄이는 정치를 하는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부동산 가격상승 억제의 방법론이다. 현재 정부는 과세나 청약제한, 전매제한으로 부동산 가격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결국은 수급을 조절해야 한다. 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줄여야 한다. 그러면 가격은 반드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을 위해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오늘 대기업 총수와의 대화 내용인 "부동산 가격을 잡아주면 피자 한 판씩 쏘겠다"를 관련 부처 공무원들은 우리가 잘못하고 있구나 하는 질책으로 받아들이고 새 정책을 위해 고민을 거듭할 것이다.
8월에 발표되는 부동산 정책은 생각보다 강력할 수도 있고, 지난 6.19대책처럼 생각보다 약한 대책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가격상승 억제에 대한 신념이 강하다면 임기 내내 이를 물고 늘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떻게든 정부는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다. 정부는 생각보다 힘이 세기 때문이다. 대규모 개발사업을 통해 공급 확대도 가능하고 금리를 통해 수요 축소도 가능하다. 수급 조절을 위한 키를 모두 쥐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맞서지 마라'라는 격언을 새긴다면 당분간 부동산 시장에서 조금 떨어져 관망해야 한다. 지금 투자를 고민하고 있다면 한 두 달 혹은 내년 초까지 더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