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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서민서패밀리 Aug 08. 2017

#2. 입지가 제일이다

여러 권의 부동산 책을 읽다 보니 몇 가지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가 "정부와 맞서지 마라"였다. (링크 참고)


이번에 설명할 두 번째는 "입지가 제일이다"이다.




입지가 가격을 결정한다.


내가 말하려는 핵심은 저 한 문장에 담겨있다. 우리가 매번 입지가 중요하다고 노래를 부르지만 뭐가 입지인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location location 노래를 부르지만 말이다. 


다만, 입지는 경제학적 개념이 아니다. 따라서 입지가 가격을 결정한다는 주장은 경제학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다. 따라서 증명을 위해 다음과 같이 주장을 변경해야 한다.


1. 수요가 입지를 만든다.

2. 입지를 만드는 수요가 가격을 결정한다.


결국 경제학적 개념인 수요개념을 끌어와서 가격 결정이론을 설명하려고 한다.




먼저, "1. 수요가 입지를 만든다."를 살펴보자.


입지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일까.


입지 立地
인간이 경제 활동을 하기 위하여 선택하는 장소


핵심은 선택 choice 이다. 누가 억지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다. 왜 그 많은 땅덩어리 중에서 그곳을 결정할까? 내가 그 땅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무엇 때문에 좋다고 판단하는가? 그건 사람마다 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직장에서 가까워서 좋다고 하고, 다른 사람은 지하철역 근처라서 좋다고 한다. 그리고 누구는 대학병원 근처라 좋아하고 또 다른 누구는 자식을 좋은 중학교에 보낼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정리하면, 입지를 위한 선택은 결국 개인의 선호와 판단의 문제가 된다. 개인의 선호와 판단을 경제학에서는 "수요 demand"라 한다. 결국 입지는 수요의 함수인 것이다. 달리 말해 수요가 입지를 만드는 것이다.




다음으로, "2. 입지를 만드는 수요가 가격을 결정한다."를 살펴보자.


수요는 개인의 선호와 판단을 의미한다. 이러한 수요를 그래프에 그려 합한 것이 수요곡선이 된다. 입지를 만드는 수요 역시 마찬가지이다. 개인의 장소 선택에 있어서의 다양한 선호와 판단을 반영한 것이다. 여기서 선호와 판단의 기준인 수요 결정요인은 다음 편에서 설명하겠다. 여기서는 어떻게 입지를 만드는 수요가 가격을 결정하는지를 경제학적으로 보여주겠다. 


사례로 설명하겠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에 있는 12층짜리 건물과 대전 중앙로역 9번 출구 근처에 있는 10층짜리 건물을 비교해보자.


먼저, 수요를 살펴보자. 


수요를 나타내는 구체적 지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매매 가격, 거래량 등이 있겠지만 매달 내는 임대료(월세)는 무엇보다 확실한 선택의 비용이므로 여기서는 임대료를 통해 수요를 살펴보기로 한다.


한국감정원의 상업용 부동산 임대료 통계를 살펴보자.(2017년 2분기 기준)


서울 강남역 인근 강남대로를 살펴보면 중대형 상가의 1평당 월세가 45만 8,000원 정도이다.

대전 중앙로역 인근 원도심을 살펴보면 중대형 상가의 1평당 월세가 4만 6,600원 정도이다.


거의 10배 차이다.


다음으로, 땅 값(공시지가)을 비교해보자.


서울 강남역 건물에는 은행, 병원, 학원, 식당 등이 들어서 있으며 1평당 공시지가2억 1,549만원 정도이다.

대전 중앙로역 건물에는 역시 은행과 병원, 학원 등이 들어서 있으며 1평당 공시지가2,450만원 정도이다.


거의 10배 차이다.


둘 다 똑같이 10배 차이가 난다. 이쯤 되면 전국의 빌딩 다 뒤져서 일부러 맞는 것을 골라놓은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것이다. 위 사례는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으로 알려진 곳(물론 최고 비싼땅은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부지이다)과 내가 자란 고향의 나름 중심업무지구의 비싼 땅을 비교해 본 것이다.


그래도 의심이 든다면 다른 곳을 찾아서 대입해보라. 아마도 비슷한 결과를 얻을 것이다. (꼭 배수가 같을 거라는 것이 아니다.) 사실 수치가 같다는 것이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수요가 크면 가격도 높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부동산은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에 따라 작동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시장원리가 현실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여주기 위해 구체적 사례를 든 것뿐이다.


서울 강남역 땅은 비싼 수요가 있기 때문에 땅 값이 비싼 것이고, 대전 중앙로역 땅은 그보다 싼 수요가 있기 때문에 땅 값이 싼 것이다. (물론 반대로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땅 값 비싸다고 임대료 무작정 높이기는 어렵기 때문에 수요가 가격을 견인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간단히 그래프로 설명해보자. 땅에 대한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을 위와 같이 그릴 수 있다. 수요는 일반적으로 가격에 따라 물량을 변화시킬 수 있므로 우하향하는 곡선으로 표현된다. 땅의 공급은 물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완전 비탄력적인 수직의 공급곡선을 갖는다. (강남역 앞 특정 구역의 부지는 대지권이 하나이므로 늘릴 수 없다.)


원래 강남역에 대한 수요를 수요0라고 하자. 그런데 사람들의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한다. (수요증가의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텐데 그 중 하나는 사업성이 높아서이다. 유동인구와 소비력을 생각하면 강남역의 사업성은 매우 높다) 그리고 이러한 강남역에 대한 수요 증가는 가격 상승을 결과하게 된다. (공급이 비탄력적이어서 가격 상승폭은 매우 크다)


과거 어느 시점에는 대전 중앙로역 인근 땅값과 강남역 땅값이 비슷하던 때(아님 적은 갭을 가지고 있었던 때라도)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강남역에 대한 수요의 지속적 증가가 반복되면서 강남역은 대전 중앙로역의 땅값에 10배가 되기에 이른 것이다.


두 건물 모두 해당 도시의 핵심에 위치해 있고, 역세권에다 노후되지 않은 건물이 올라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토지의 가격이 10배나 차이가 날까에 대한 설명이 이것으로 어느정도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수요의 차이이다. 강남역 건물에는 10배나 더 비싼 수요가 존재하고, 중앙로역 건물에는 그보다 싼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에 가격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다.


(물론 공급 측면도 중요한 가격 결정요인이다. 해당 부지는 변화가 어렵겠지만 근처가 대규모로 개발되어 비슷한 부지의 공급이 증가한다면 가격이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입지에 대한 논의에 포커스를 맞추기 위해 공급은 일정한 것으로 가정하였다.)




입지가 가격을 결정한다.


경제학적 개념인 수요를 이용하여 나름 증명해보였다. 누군가가 만약 입지가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당연한거지, 워 당연한 걸 설명해 라고 한다면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를 인용하여 이렇게 답하겠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가지 않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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