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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서민서패밀리 Feb 07. 2021

30. 스노우 in 시카고


시카고에도 한파가 찾아왔다. 오는 일주일이 올해 제일 추운 7일이 될 듯하다. 예보상 주간 최고기온은 영하 10도, 최저기온은 영하 24도다. 미시간 호수 찬바람까지 더해져서 체감은 북극 느낌이 물씬 날 듯하다. 아니다, 이 정도면 반대로 북극이 시카고 느낌 난다고 할 수도 있겠다.


요즘 아침에 눈뜨면 체크하는 것이 있다. 바로 밤새 내린 눈이다.


우선, 눈이 왔으면 일단 밖으로 나가야 한다. 나가서 통행로에 쌓인 눈을 치워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남쪽으로 20여 미터, 동쪽으로 10여 미터 인도를 접하고 있는데 사람들의 통행을 위해서는 이곳에 쌓인 눈을 치워야 한다. (다행히 서쪽과 북쪽은 다른 집과 접하고 있어 인도가 없다.)


물론 일리노이주의 경우 사람들이 다니는 통행로에 자연적으로 쌓인 눈에 대해서는 거주자에게 제거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는 않다. (Snow and Ice Removal Act) 하지만, 법이 그렇다 하더라도 누군가 걸어가다가 미끄러져 다치면 집주인(거주자) 대상으로 소송을 걸어올 것이 분명하기에 치우지 않고 버티기는 사실상 힘들다. 다행히도 동법은 일단 잘 치우지는 못해도 삽질을 조금이라도 해놓으면 면죄부를 주는 규정이 있다. 그래서 일단 약간이라도 건드려는 놔야 한다.


통행로 이외에도 치워야 할 곳은 많다. 우선은 집 문 앞에서 인도까지 가는 길에 쌓인 눈을 치워야 한다. 여기 눈은 한 번 올 때마다 발이 푹푹 빠지게 오기 때문에 문 앞을 치워놓지 않으면 준서가 무릎까지 눈에 빠지면서 학교를 가야 한다. 딱 한 번 그런 적이 있는데, 강원도 산골소년 등교 모습을 보는 듯했다. 준서야, 아빠가 잘 치울게.


차고 앞도 치워야 한다. 눈이 20센티 넘게 쌓이고 그대로 얼면 제아무리 SUV라도 지나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는 차 없으면 아무 데도 갈 수 없다. 따라서 살기 위해서라도 차고 앞은 꼭 치워야 한다. 이외에도 지붕 위에 쌓인 눈도 털어내야 하고 집 앞 데크와 뒷 데크에 쌓인 눈도 치워야 한다. 이거저거 치우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 이것이 바로 단독주택 라이프!


나는 약과다. 동네 사람들은 정말 열심히 치운다. 염화칼슘까지 뿌려가면서 깨끗하게 치운다. 그들은 자기 집 주위를 깨끗이 치우는 것을 당연한 의무로 생각하는 듯하다. 내가 치우려고 나가보면 항상 꼴찌다. 그들은 이미 다 치운 상태 거나 치우고 있는 중이다. 밤새 눈이 많이 내린 날에는 눈 치우는 기계 엔진 소리가 새벽부터 난다. 시민의식 정말 리스펙트다.


동네 안 도로는 주에서 차로 치워준다. 눈이 좀 쌓인다 하면 밤이든 낮이든 제설차가 출동한다. 지난주 위스콘신주에 갔을 때는 동네 안에 제법 큰 도로도 제설이 안되어 있어서 조금 놀랐는데 일리노이주는 제설 하나는 정말 기가 막히게 잘한다. 오늘도 오후부터 눈발이 좀 날렸는데 벌써 제설차 지나다니는 소리가 들린다. 감사하다.


요즘 눈이 자주 내린다. 집 밖 풍경에 눈이 없었을 때가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날 정도다. 따뜻한 코코아 한 잔 하면서 집 앞 잔디와 나무에 소복이 쌓인 하얀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평온해진다. 하지만 지금이 딱 좋은 것 같다. 여기서 더 내릴 필요는 없을 듯하다. 지금 쌓여 있는 눈만으로도 울라프 눈사람 100개는 더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하늘에 눈요정이 있다면, 이제 그만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진심이야.


ps. 아내와 내 스마트폰 사진첩은 온통 화이트다. 나중에 한국 돌아가면 또 이때가 그리워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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