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하우스를 위한 변호
현재 우리 가족은 싱글 하우스에 살고 있다. 집 주위로 잔디가 조금 깔려있는 작은 단층집이다. 아마도 미국 교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집 중 하나일 것이다.
사실 이 동네에, 그리고 이 집에 오게 된 건 꽤 많은 우연이 겹쳐서다. 미국 출국 전, 어린 아기를 데려가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집을 미리 구해놓아야 할 필요가 있었고, 그러다 우연히 이 집 주인(미국인)의 한국인 며느리를 알게 되었다. 그 한국인 며느리가 미국인 남편과 함께 텍사스로 이사를 가야 해서 마침 집이 빌 예정이었고, 나는 집 주소와 내부 사진 몇 장을 본 상태에서 가계약을 했다. 그리고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 내리자마자 이 집으로 와 계약을 마무리하고 입주해서 현재까지 잘 살고 있다.
처음에 이 집(싱글 하우스)으로 올 때만 해도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잔디에서 축구도 하고 텃밭도 가꾸면 좋을 것 같다는 기대도 있었지만, 반대로 치안에 취약하지 않을까 관리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장점은 명확했다. 앞뒤 마당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층간, 벽간 소음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 한국 아파트에 살 때는 준서가 조금만 뛰어도 "뛰면 안 돼"가 입에 늘 붙어 있었는데 여기 와서는 그런 말을 해 본 적이 없다. 5~7세 아이 키워본 부모들은 이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알 것이다. 하나 더, 차고도 있고 집 주위로 공간도 넓어서 물건 보관, 차량 주차 등이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이 역시 매우 큰 행복이다.
물론 예상되는 단점도 있다. 먼저, 치안에 취약할 수 있다. 외부 출입문만 해도 세 군데이며 모두 열쇠 하나 겨우 잠그는 열악한 시건장치를 지니고 있다. 또한 살짝만 쳐도 깨질 것 같은 얇디얇은 창문은 무수히 많이 설치되어 있다. 따라서 도둑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따고 들어올 수 있어 보인다. 다음으로, 유지 관리이다. 아파트나 콘도 같은 곳은 전구 하나 나가도 관리실에서 알아서 다해주지만 하우스는 거주인이 모든 것을 다 알아서 해야 한다. 거기에 더해, 비 오고 날씨 좋으면 잔디가 쑥쑥 자라나고 가을에 바람 한 번 불면 낙엽이 쏟아져 내리는데 이를 치우는 것 역시 온전히 사는 사람의 몫이 된다. 눈은 몇 번 안치우면 허리까지 쌓인다. 따라서 손이 많이 가는 일을 꾸준히 해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따라서 싱글 하우스에 살지 말지를 결정하려면 위 장단점을 본인 기준에서 면밀히 비교해봐야 한다. 우리 가족의 경우, 위 단점들이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지지 않았기에 이 집(싱글 하우스)을 선택하였다. 물론 우리는 다 계획이 있었다.
먼저, 주택 자체가 치안에 취약한 것은 사실이다. 1930-40년대 건물에 쇠문, 이중창이 달려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동네를 괜찮은 곳으로 정하면 취약한 주택이 공격받을 가능성이 작아지게 된다. 특히 미국은 지역마다 절도, 강도 등 범죄통계를 공개하고 있어 사전에 범죄율 낮은 곳을 선택한다면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한 부분으로 보인다. 다행히 우리가 사는 Wheaton의 경우 모든 종류의 범죄율이 매우 낮은 편이다. 덧붙여 교외지역이 대부분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 도둑질하려고 굳이 이 멀리까지 오겠나 싶은 느낌적인 느낌도 있다. 그리고 설사 들어온다 하더라도 우리 집 세간살이를 감안할 때 눈물이 앞을 가려 본인 지갑을 놓고 가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암튼 살아보니 여러모로 치안은 크게 걱정되지 않았다.
다음으로, 유지 관리 문제도 사실 만만치 않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겁부터 나는 것도 너무나 당연하다. 그렇지만 이 문제는 일단 돈으로 해결 가능하다. 고장이든 관리든 업체에 돈 주고 맡기면 알아서 다해주기 때문이다. 만약 돈을 아끼고 싶다면, 우리 가족처럼 문도 살짝 닫고 창도 조심조심 여닫고 하면 된다. 바닥도 살금살금 기어 다니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장이 난다면 일단 내가 먼저 고쳐보면 된다. 요즘 유튜브에 검색하면 어려운 수리부터 자잘한 수리까지 안 나오는 게 없다. 부품도 인터넷에 다 판다. 그렇게 해서 내가 여기 와서 고친 게 냉장고 성에, 건조기 퓨즈, 창틀, 블라인드, 변기 등등이다. 닥치면 다 한다.
정리하면, 미국에서 싱글 하우스를 선택할지 고민하는 사람은 일단은 범죄율 낮은 지역으로 갈 수 있는지 여부와 유지 관리에 대한 본인만의 대안이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둘 다 긍정적이라면 싱글 하우스는 가족들을 위해 정말 좋은 선택이 될 것이지만 하나라도 물음표가 있다면 다른 주거형태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살아보니 너무 좋지만 그건 우리 가족에게만 해당하는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본인들 가족에 맞는
기준을 세워서 판단해보는데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ps. 한여름 잔디 다 깎고 그 앞에 앉아 맥주 한 잔 마시고 있으면 신선한 풀향기가 콧 속으로 밀려들어온다. 그게 좋다면 일단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