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아프면 여러 가지가 신경 쓰인다. 이불을 잘 덮고 자는지, 밥은 잘 먹는지, 대소변은 잘 나오는지 등등. 평소 그냥 지나쳤던, 아니 정확히는 신경 쓰지 않았던 부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건강할 때는 당연시되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느껴지는 날, 그것이 오늘이다.
신경 쓴다고 아픈 것이 갑자기 낫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래도 살뜰히 돌보면 좀 빨리 나을까 해서 부산을 떤다. 하지만 아픈 아이는 밥 먹는 것도 노는 것도 신통치 않다. 며칠 전 열이 올라 병원에 갔었고 어제가 돼서야 의사가 폐렴 진단을 해주었다. 주말까지 푹 쉬면 괜찮아질 거란다. 폐렴이라는 단어가 무섭게 느껴진다.
잘 다니던 어린이집도 이틀째 결석이다.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하던걸 겨우겨우 적응시켜 놓았더니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아픈 것 덕분에 아이는 엄마랑 있는 시간이 늘어 내심 기쁜 모양이다. 물론 기침을 할 때마다 우는 건 어쩔 수 없다.
아이가 아프니 겹쳐지는 기억이 있다. 아내가 아이를 낳고 난 다음날 아파한 기억이다. 통상 자연분만은 분만 다음날 퇴원을 한다. 처음 아이를 낳았을 때는 마취 기운이 몸에 남아있어 통증이 거의 없는 듯했다. 표정도 밝았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날이었다.
아침에 일어난 아내가 아프다고 했다. 아마도 회음부 부위 수술로 인한 통증으로 보였다. 깨어나자마자 몹시 힘들어했다. 간호사를 불렀다.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마취가 풀려서 통증이 오는 거라고 알려주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이 완화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간호사가 떠난 뒤 나는 아내에게 눈 좀 붙이고 쉬라고 했다. 그런 내게 아내는 모유수유 시간이 다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신생아실까지 데려다 달라고 했다. 말릴 수 없었다. 아내는 아픈 몸을 이끌고 기어이 신생아실로 향했다. 엄마는 위대하다.
이후 돌아와서 아침을 먹었다. 좀 눕겠다고 했다. 그러고 몇 분 지났을까 너무 아프다고 했다. 아직 스스로 소변도 보지 못했다. 조금 있다 주치의가 찾아왔다. 계속 아프니 진료를 해보자고 했다. 아내를 부축해서 진료실로 향했다. 멀지 않은 진료실로 가는 것도 너무 힘들어 눈물을 흘렸다.
진료 결과 큰 이상은 없다고 했다. 다만 아기가 좀 커서 절단 부위가 조금 넓었고 이에 따라 통증이 큰 것이라고 했다. 다행이었다. 하지만 며칠은 더 아플 것 같았다.
병실로 가는 도중 복도에서 아내가 울었다.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아파.... 아파......"
우는데 정말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만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 마음은 무너져 내렸다. 누군가에게는 건강한 아들을 낳은 어미의 행복한 외침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당장 마주하는 고통은 너무나 컸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병실로 돌아와서 간호사의 도움으로 소변을 빼고 약을 먹었다. 그리고 곤히 잠이 들었다. 수유시간에 깨우라는 말과 함께.
하지만 그 날 수유시간에 나는 아내를 깨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