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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서민서패밀리 Jan 21. 2022

57. 고든램지 버거 in 시카고



지난 주말 고든램지 버거 시카고점을 다녀왔다. 오랜만에 다운타운 가서 외식도 하고 싶었고, 고든 램지 버거 맛도 궁금하기도 했다. 최근에 한국 잠실점도 개점하였다고 하니 둘 간의 비교도 가능할 것 같았다. 암튼 겸사겸사였다.


고든램지 버거 시카고점은 시카고 다운타운에 위치하고 있다. 그렇다고 완전 핵심 상권에 있는 것은 아니고 매그니피센트 마일 Magnificent mile 에서 세 블록 정도 안쪽으로 들어와있다. 주소는 2 E Ontario St, Chicago, IL, 60611 이다.


개점은 지난달인 2021년 12월 17일에 했다. 런던, 라스베가스에 이은 전 세계 3번째 매장이라고 한다. 아직 개점 한 달 밖에 안됐으니 시카고점도 3호점인 한국만큼 매우 따끈따끈한 곳이다. 그러한 열기를 반영하듯 우리도 40여분의 웨이팅을 거쳐 입장할 수 있었다.




실내는 깔끔했다. 하이엔드 매장이 아닌 스트릿 매장이어서 그렇겠지만, 클래식하지 않고 심플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4인 탁자와 2인 탁자가 반반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바도 있었다. 테이크 아웃은 안되고 웨이트리스/웨이터가 와서 주문을 받아 서빙을 해주는 방식이었다.




메뉴는 크게 복잡하지 않았다. 버거 종류는 8가지 였다. 한국처럼 14만원짜리 비싼 버거는 없었고, 가격도 15달러에서 17달러로 비슷비슷했다. 채식부터 완전 육식까지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될 것 같았다. 우리는 헬스키친 버거, 백야드 버거, 팜하우스 버거와 어니언링, 스윗포테이토 프라이를 음료와 함께 주문했다.



(왼쪽부터) 다이어트 코크, 오레오 크림쉐이크, 구스 아일랜드 312


오레오 크림쉐이크는 달달해서 아이 입맛에 딱 맞았고, 시카고 로컬 맥주인 구스 아일랜드 312 는 내 입맛에 맞았다.



참고로, 구스 아일랜드 Goose Island Beer 는 1988년 시카고 링컨 파크에 위치한 한 펍 pub 에서 시작된 맥주이다. 그 근처에 진짜 구스 아일랜드라는 섬이 있는데 그 이름을 딴 맥주이다.


현재도 펍은 운영중이며, 고급 맥주라인의 경우 사전 예약하지 않으면 살 수 없을만큼 여전히 인기가 많다.


2011년에 거대 맥주기업인 Anheuser-Busch에 매각되었는데, 덕분인지 이제는 한국에서도 살 수 있는 맥주가 되었다. 페일애일 맛이 기가 막힌다.




나온 음료를 조금 먹고 나니 음식이 나왔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윗포테이토 프라이, 팜하우스 버거, 백야드 버거, 헬스키친 버거


음식은 맛있었다. 내가 먹은 헬스키친 버거의 경우, 아보카도와 치즈, 할라피뇨, 토마토의 맛이 패티와 잘 어우러져 깔끔한 맛을 내고 있었다. 아이가 먹은 팜하우스버거는 야채 없이 베이컨과 계란이 들어가 단백한 느낌이었고, 아내가 먹은 백야드 버거는 야채가 잘 어우러진 전통적인 미국 햄버거 느낌이었다. 암튼 다 맛있었다. 사진에는 없지만, 어니언링도 바삭하게 잘 구워내서 식감이 좋고 맛도 좋았다.


물론 미국 내에 햄버거 맛집이 워낙 많다. 따라서 여기가 베스트냐고 묻는다면 답을 망설일 것 같다. 인앤아웃, 파이브가이즈, 쉑쉑 등 프렌차이즈 버거들의 맛도 워낙 좋고, 동시에 여러 로컬 버거집의 맛들도 훌륭하기 때문이다.


마, 여기는 햄버거의 본고장 미국이다!!


하지만 고든램지 버거는 다른 미국 가게들이 갖지 못한 분위기와 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 번 정도 방문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과연 영국인 고든램지가 햄버거 본고장인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듯 하다.


이상 고든램지 버거 in 시카고 였습니다.






이렇게 마치려고 했는데, 검색해보니 최근 한국 고든램지 버거의 가격과 관련하여 논란이 있어 보였다. 이와 관련하여 조금만 더 살펴보고자 한다. 참고로, 저는 고든램지 버거와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입니다. (작가 주)




2주전 고든램지 버거 잠실점이 한국에 문을 열었다. 영국 출신의 스타 셰프 고든 램지의 아시아 첫 버거 매장이었기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의 이름 값보다 더 눈길을 끈 건 14만원짜리 1966 버거였다.


biz.newdaily.co.kr


바로 이 아이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고기는 웻에이징 wet aging 한우 채끝살(2+ 등급)을 썼고, 고기 사이에는 트러플 페코리노 치즈, 머쉬룸 라구가 채워져 있으며, 자체 개발한 소스와 12년산 발사믹 식초로 풍미를 더했다고 했다. 그래서 14만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자체적으로 시그니쳐 제품을 만들어서 비싼 가격으로 파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고 이에 대해서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판단해 줄 것으로 보인다. 고급 버거에 대한 수요가 많다면 생존할 것이고, 적다면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1966 버거의 경우 다른 나라에는 없는 메뉴여서 가격 비교가 불가능하다. 일단 패스.


다음은 대표메뉴인 헬스키친 버거이다. 이 버거의 미국 가격은 위에서 보았듯이 17달러(약 2만원)인데, 한국 가격은 3만1000원으로 책정되면서 논란이 있었다. 미국 가격 대비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비싸다는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물가지수가 필요할 듯 하다. 마침 우리는 이코노미스트가 발행하는 물가지수인 빅맥 지수 Big Mac Index 를 가지고 있다. (링크 참고) 빅맥지수는 각국의 빅맥 햄버거 가격 비교를 통해 각 나라의 물가 수준을 비교한 것이다.


미국(혹은 한국)에서 가게를 오픈하여 햄버거를 만들어 판매하는 과정은 맥도날드나 고든램지 버거나 대동소이 할 것이다. 인건비, 재료 공수 등의 과정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햄버거 재화로 지수를 만든 빅맥 지수가 한국과 미국의 헬스키친 버거 가격을 비교하는데 있어 매우 좋은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 번 계산 해보자.




2021년 6월 기준, 빅맥의 미국 가격은 5.65달러이고 한국 가격은 4,600원이다. 따라서 당시 달러환율 1,150.35원을 대입해보면 한국 원화 가치가 달러 대비 29.2% 낮게 책정되어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빅맥 가격은 맥도날드라는 단일 회사에서 원자재 및 서비스 가격을 포함해서 책정한 가격인 만큼 미국과 한국 가격의 차이는 오로지 환율의 Undervalue 때문으로 가정하는 것이다. (일물일가 원칙 및 구매력 평가설(PPP) 전제)


여기서 우리는 빅맥 지수에 따른 환율의 Undervalue 를 헬스키친 버거에도 적용하여 미국 가격 대비 한국 가격의 적정성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러 가정을 포함한 굉장히 단순한 논리이지만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계산 시작!


1. 고든램지의 헬스키친 버거의 경우, 미국 가격은 17달러이고, 한국 가격은 31,000원이다. 하지만 미국 가격은 세금(10%) 미포함 가격이니, 실제로는 17.7달러(시카고 기준)가 맞을 것이다.


2. 여기에 현재 달러환율 1,190원을 대입해보면, 미국 가격은 한화로 21,000원이 된다. (빅맥 지수 대입 전이지만 10,000원 가량이 비싸다)


3. 여기에 빅맥 지수에 따라 한국 헬스키친 버거 가격을 산정한다면, 29.2% Undervalue 를 반영하여 15,000원 정도가 될 것이다.


따라서 계산상으로는 현재 한국 가격인 31,000원이 비싸다고 생각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빅맥 지수 전에는 10,000원 정도, 빅맥 지수 적용 후에는 16,000원 정도 비싸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한국에 입점한 Shake Shack 버거의 경우 빅맥 지수 전 가격은 한국과 미국이 동일하다. (싱글 쉑 기준 미국 $5.69, 한국 6900원)


물론 이와 관련하여 한국 잠실점은 롯데타워 지하에 위치하여 시카고보다 비싼 렌트비용을 감당할지 모른다는 점(물론 계약서를 봐야 안다) 및 맥도날드와는 다른 여러 인상 요인(하이엔드 매장 등)이 있을 수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되지 못하였기에 "비싸다" 라고 단정은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맥 지수 전에) 절대적인 가격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버거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사람으로서는  아쉽기는 하다. 물론 그 성공 여부는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장이 결정하겠지만 말이다.


이상 끝.



고든램지 잠실점의 모습 / catchtab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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