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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서민서패밀리 Jan 28. 2022

58. 한겨울 in 시카고


올해도 여지 없이 시카고에 추운 겨울이 왔다. 밖의 기온을 보니 영하 1도다. 그것 밖에 안되는데 뭐가 추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춥다, 왜냐하면..


그게 섭씨가 아니라 화씨이기 때문이다.


화씨를 섭씨로 바꾸는 공식은 다음과 같다.


(화씨 온도 - 32) X 5/9


따라서, 화씨 영하 1도는 섭씨로는 영하 18도 정도가 된다. 숫자만 들어도 춥다. 한반도에서는 개마고원 정도가 여기에 비벼볼 수 있을 것 같다. 되게 춥다.



예보를 보니 내일 준서가 등교할 시간에는 영하 23도 정도 될 것 같다. 그 정도면 솔직히 입김도 얼고 눈물도 언다. 만약 준서가 등교 전에 슬픈 일이 발생하면 집 나가기 전에 다 울고 나가야 한다. 밖에서 울면 눈 붙어서 안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레알이다.


추우면 보통 차를 타고 등교를 하는데 우리집은 집 옆에 차고가 있다. 따라서 집문을 열고 차고까지 가야한다. 그런데 이때 너무 천천히 가면 안된다. 오래 서 있으면 길에 신발 붙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진짜다.


준서 학교는 영하 10도 이하면 Recess(한국 점심시간에 노는 개념)를 안한다고 한다. 추워서라는데, 반대로 영하 9도에는 밖에서 논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요즘 책가방 외에 부츠, 스키팬츠, 방한장갑 등을 따로 챙겨간다. 영하 10도 이하가 되어 밖에 못나가면 아이들은 다 울상이 된다고 한다. 애들도 참 대단하다.



우리집 근처에 약간 높은 언덕이 있다. 동네 아이들이 눈 오면 눈썰매 타는 곳이다. 엊그제 눈이 많이 와서, 어제는 아내가 준서 데리고 그곳에 갔다. 그런데 준서 친구 엄마 둘이 집에서 삽을 가지고 오더니 아이들을 위해 출발대를 만들어주었다고 한다. 한참동안을 삽으로 눈을 직접 퍼서 말이다. 듣는 순간 그분들이 존경스러워졌다.


지난주 수요일에 학교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Nurse 라고 하더니 준서가 다쳤다고 했다. 가서 보니 눈꺼풀과 볼이 많아 긁혀 피가 꽤 흐른 상태였다. 친구들하고 빙판에서 놀다가 혼자 넘어졌다고 했다. 집에 와서 밴드 붙혀주고 쉬다가 다시 놀러 나갔다. 다음날에도 눈밭에 가서 또 놀았다. 얘도 참 대단하다.


나는 공강 시간에 학교 수영장에 간다. 오늘도 낮시간을 이용해 다녀왔는데, 샤워 후 머리를 완전히 안말린 상태로 밖에 나왔다. 그러고는 몇 걸음 안 걸었는데 머리가 이상했다. 만져보니 얼어있었다. 영화 가위손의 조니 뎁 머리 같았다. 숨고 싶었는데 숨을 곳이 없었다. 다음부터는 모자 쓰고 다녀야겠다.



지난주, 이번주에 눈이 계속 와서 집 주변이 온통 눈밭이다. 어제 저녁에는 준서와 둘이 나란히 눈밭에 누워있었다, 한참을. 여름에 한국 돌아가면, 시카고에서의 추운 겨울이 꽤 그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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