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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서민서패밀리 Mar 15. 2022

59. Lou Malnati's in 시카고



시카고를 대표하는 음식을 꼽는다면 단연코 딥디쉬 피자 deep-dish pizza 일 것이다. 깊은 그릇에 구워내는 피자인데 사실 이름만 들어서는 감이 오지 않는다. 나 역시 그랬다. 사진을 봐야 감이 온다.


Bartoli's [Official Photo]


보통 시카고 여행 오면 딥디쉬는 한 번씩 먹어본다. 천안에서 호두과자 먹는 느낌이랄까. 나 역시 그랬다. 시카고에 왔으니 딥디쉬는 먹어봐야지 해서 먹어봤고 사실 처음에는 큰 감동은 없었다. 아마도 그동안 먹어왔던 피자와 달랐기에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몇 번 먹다 보니 점점 맛있어졌다. 은근 중독적인 맛이랄까. 사실 피자 자체는 특별할 게 없다. 움푹한 파이팬 안에 크러스트를 두껍게 만든 후 모짜렐라 치즈와 토마토소스를 가득 넣어 오븐에 굽는게 전부다. 전통적인 피자라기보다는 파이 굽는 기술을 적용한 하이브리드 피자라고나 할까.


그런데 그 조화가 아주 좋다. 피자 도우에서는 잘 구워진 파이 맛을 느낄 수 있고 듬뿍 넣은 치즈와 토마토소스에서는 피자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걸 동시에 맛볼 수 있다는 점이 아마 시카고 딥디쉬 피자만의 매력이 아닐까.


치즈를 듬뿍듬뿍 넣었기에 피자를 덜어낼 때마다 주욱 늘어나는 치즈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시각적인 효과까지 더해줘 그 맛이 배가되는 것 같다. 사진만 봐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시카고 딥디쉬 피자는 뉴욕 피자와 오랜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무래도 뉴욕 피자는 얇고 시카고 피자는 두꺼워서 상반된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개인적인 선호는 도시 깍쟁이 같은 뉴욕 피자보다는 수더분한 시골 농부 같은 시카고 피자지만, 그건 취향 차이일 뿐 두 피자 모두 훌륭한 맛을 가지고 있다.


시카고에는 유명한 딥디쉬 피자 가게가 여러 군데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은 단연코 Lou Malnati's (이하 Lou)일 것이다. 각종 맛 순위에서 항상 1위를 차지하는 곳이다. 현재 시카고에만 58개 체인점을 가지고 있으며, 애리조나, 위스콘신, 인디애나 지역에도 지점이 있다.


이탈리아 태생인 Lou는 1971년 3월 17일, 시카고 링컨우드 지역에 1호점을 오픈하였다. 링컨우드 지역은 유대인이 많이 사는 지역이었는데, 이탈리아인이 유대인 많이 사는 지역에 그것도 St. Patrick's Day(아일랜드 기념일, 3월 17일)에 1호점을 개점하였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암튼 Lou는 뛰어난 피자 맛으로 시카고인들을 사로잡았고, 성공적으로 지점을 늘려 현재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2022년 3월 12일이었다. 그리고 그날은 시카고 시내에서 St. Patrick's Day 행사가 열리는 날이었다. 행사는 두 가지였는데, 퍼레이드와 미시간 강 초록색 물들이기였다.


성패트릭 데이 이벤트로 매년 진행되는 미시건 강 초록색 물들이기


미시간 강은 물론 거리에도 온통 초록색 물결이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초록으로 각자 포인트를 주면서 성 패트릭 데이를 만끽하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구경하느라 여기저기 걷다 보니 곧 출출해졌고 피자를 먹으러 Lou Malnati's로 향했다.



우리가 방문한 Lou Malnati's 는 매그니피센트 마일 초입에 위치한 지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우리는 무려 1시간 넘게 대기한 후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메뉴는 피자와 파스타, 샌드위치, 샐러드 정도였는데, 우리는 미디엄 클래식 피자와 치킨 파스타를 주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피자가 나왔다. 뜨거운 팬 안에 치즈도 듬뿍 토마토도 듬뿍 담겨있었다. 토핑과 치즈는 촉촉했지만 아래에 있는 크러스트가 바삭하게 구워져서 식감이 훌륭했다. 50년 역사가 괜히 만들어지는 게 아닌 듯했다.



  전만 해도 한국에서도 UNO 라는 곳에 가면 시카고 피자를 맛볼  있었다. 하지만 2017 말에 강남점이 폐점하면서  이상은 맛보기가 힘들어졌다. 아마도 기존 미국식 피자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딥디쉬가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아서인  같다. 아쉽다.


나중에 한 10년 후에 내가 시카고에 다시 들를 일이 있다면 도심에 있는 바에 앉아 딥디쉬 피자에 로컬 맥주를 마시며 예전에 여기   이거 많이 먹었었는데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럴 정도로 딥디쉬 피자는 시카고의 상징이자 맛이  듯하다. 있는 동안  많이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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