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준서민서패밀리 Mar 20. 2022

60. YMCA 농구리그 in 시카고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기온이 영상을 회복했고 낮에는 10도를 넘는 날도 있다. 잔디밭에 초록싹이 오르고 나무에는 꽃망울이 맺혔다. 어느 시인의 시처럼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내 앞에 있는 듯 하다.


어제부로 겨울학기가 끝났고 이제 봄학기 마치면 졸업이다. 시작할 땐 어찌하나 싶었는데 하다보니 마치게 되었다. 생각보다 성적이 잘 나와서 공부할 팔자인가 싶지만 영어 페이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접으려 한다. 한국 가면 당분간 영어 묵언수행할 예정이다.


시카고는 겨울이 참 길다. 춥고 눈이 많이 오는데다 해도 짧다. 그래서 겨울다운 겨울을 보내기는 하는데 무척 심심하다. 특히 아이들은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에 더욱 따분해한다. 준서 역시 그랬다.


그러던차에 YMCA에서 하는 농구 리그를 발견하게 되었다. 아빠가 코치가 되어 평일에 연습하고 주말에 다른 팀과 경기를 갖는 것이 축구 리그와 비슷했다. 때마침 준서 학교 친구들도 많이 등록한다고 하여 우리도 덩달아 등록하게 되었다.


팀은 9명의 아이들로 구성되었다. 팀 이름은 Bucks였고 초록색 유니폼을 지급받았다. 처음에는 모든 아이들이 농구를 어색해했다. 드리블도 패스도 다들 처음이었다. 하지만 연습을 거듭할수록 점점 나아지기 시작하더니 3주가 지나자 드리블, 패스, 슈팅, 수비 등등 전반적인 농구센스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준서 역시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모여서 하는 공식연습에서도 열심히 했고, 집 차고 앞 농구골대에서 따로 슛 연습도 하면서 기량을 늘려갔다. 팔힘이 부족하여 나한테 따로 팔굽혀 펴기 PT를 받으면서 체력을 올리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림도 못 맞추던 슛이 어느날부터는 림을 맞추더니 2주 전 경기에서는 실제로 골을 넣기도 하였다. 보고 있던 우리 부부도 곁에서 같이 응원하던 친구 엄마아빠들도 모두가 상상하지 못했던 골이었다.


큰 박수와 환호가 나왔고, 우리 부부에게 많은 축하가 쏟아졌다. 쉬는 시간에는 심판이 준서에게 가서 첫 골 축하한다고 이야기해 주고, 아내한테 와서도 첫 골 넣은 아이 엄마 아니냐며 축하해 주기도 하였다. 다들 정이 참 많다.


우리 팀 코치는 준서 친구 Tessa 아빠인 Ryan 이었다. 늘 아이들 이름 불러주면서 파이팅을 불어넣어 주었는데 친근한 삼촌 같은 느낌이었다. 지난주 수요일에 무릎 수술을 했는데 한 주 쉬고 이번주 수요일에 다시 나와서 코칭을 하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덕분에 아이들은 코치와 함께 즐겁게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오늘 마지막 경기 끝나고 아이들은 예쁜 메달을 하나씩 받았다. 림을 통과하는 공이 새겨진 메달이었다. 코치가 직접 하나씩 걸어줬고, 준서 포함 모든 아이들이 뿌듯해했다. 나중에 준서에게 너 잘해서 메달 준 것 같아 했더니, 아니에요 다 주는 거에요, 라고 하여 많이 성장하였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경기 끝나고 시즌 종료 기념으로 준서 친구 부모들과 함께 동네 식당에 가서 브런치를 먹었다.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부모들은 부모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팬케이크와 샌드위치를 먹었다. 다들 행복해했고 즐거워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보낸 덕분에 이번 겨울은 좀 더 따뜻했던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59. Lou Malnati's in 시카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