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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서민서패밀리 Dec 22. 2022

좋은 정치의 어려움


사람들은 경쟁 속에서 살아간다.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시험 등수를 위해 경쟁하고, 취직을 위해서는 입사 후보자들과 경쟁해야 한다. 시험은 시험대로 면접은 면접대로 경쟁이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싸워서 승리해야만이 그 과실을 얻을 수 있다. 경쟁이 싫을 수는 있지만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을 얻는데 그것만큼 효과적인 길은 없다. 따라서 우리는 또다시 경쟁에 몰입하게 된다.


그런데 경쟁에 몰입하다 보면 잊게 되는 것이 있다. 내가 뭘 얻기 위해 경쟁하는 지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그 목표가 분명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면 점점 흐릿해진다. 그러면서 경쟁 그 자체에만 몰두하게 된다. 좋은 의도로 시작한 경쟁이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이기고자 하는 욕망으로 변하고 오로지 그 승리 자체만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선거는 어떨까. 처음 선거 문턱에 들어설 때에는 좋은 의도와 목표들이 넘쳐난다. 국가와 국민, 공익과 정의가 항상 앞에 나온다. 그리고 아마도 그때 생각은 그랬을 것이다. 국익에 기여하고 세상을 변화시켜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담대한 마음으로 비롯된 큰 포부 말이다. 정치를 오래 하면서 혹은 선거과정에 변하기는 하지만 초심은 누구나 좋은 의도를 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경쟁은 그러한 좋은 의도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마치 선의가 경쟁을 나약하게 만들어 내는 절대악이라도 되는 것 마냥 두드리고 때린다. 스스로는 아니라 할지라도 주위에서 당선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선의가 아닌 표계산이라고 지속적으로 속삭이는 듯하다. 결국 나약한 인간은 원래 목표를 잊은 채 혹은 잊어버린 채 경쟁에만 몰두하게 된다.  


이러한 경쟁의 정치 하에 좋은 정치는 살아남기 쉽지 않다. 표 계산에 유리한 행위들만이 살아남고 그 외에는 비효율의 굴레를 쓴 채로 사장되기 때문이다. 정의, 공익과 같은 이념들은 언제나 선거에 있어 비효율의 대상이 되고 이에 초심에서 점점 떨어져 나간다. 사람 자체가 변한다기보다 경쟁이 사람을 그렇게 변하게 만드는 것이다. 좋은 정치를 하기 어려운 이유다.


만약 어떤 사람이 이에 대항하여 버틴다고 가정해보자. 그는 표 계산, 자리 욕심 등 뻔한 것들을 제쳐두고 초심, 정의 등을 추구한다고 하자. 그 사람이 선거에서 이길 수, 아니 경쟁에서 버틸 수나 있을까. 그동안의 우리 선거과정을 되돌아 보면 답은 그리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이 정치 못하는 사람, 초보자 등의 낙인이 찍힌 채 불명예스럽게 퇴장을 하곤 했다. 현실 정치를 못한다는, 아니 정확히 말해서 경쟁을 효과적으로 못한다는 정말 현실적인 이유에서 말이다.  


누구 하나 정치에 대해 좋은 말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 혐오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자. 좋은 정치를 위해 착하고 좋은 정치인을 지지해본 적은 있는가. 다 거기서 거기라며 퉁친후에 경쟁에 능한 정치만을 잘하는 사람을 매번 지지하지는 않았는가. 어쩌면 그런 우리의 태도가 좋은 정치를 더 어렵게 한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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