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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서민서패밀리 Dec 19. 2022

사람들은 왜 투표를 하는가

사회경제이론과 합리적선택이론





만 18세가 되면 선거권을 가진다. 공직선거법(제15조)에 따라 대통령, 국회의원, 시도지사 등 선거에서 투표를 할 수 있다. 어른이 되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중에 하나가 바로 선거권이다. 한편으로는 뿌듯하기도 다른 한편으로는 귀찮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할까? 우리는 선거를 할 때마다 투표율을 집계한다. 선거인수 대비 투표수를 나눈 값이다. 20대 대통령 선거에는 77.08%였고, 19대 대통령 선거에는 77.23%였다. 20대 국회의원선거는 58%, 19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54.2%였다. 대선 기준으로는 3/4, 총선 기준으로는 반 정도가 투표에 참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성인이 되어 선거권을 얻게 되면 투표를 반드시 할 것 같은데 꽤 많은 사람들이 투표를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인간이 천성적으로 게을러서 일까, 아님 정치가 그냥 싫어서일까.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 Franklin D. Roosevelt 는 “자기 자신 이외에 그 누구도 미국 국민의 투표권을 빼앗은 적이 없다”라고 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투표를 포기하는 것일까.


최근 튀니지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의 투표율이 8.8%라고 한다. 88%가 아니다. 10%도 안 되는 참담한 투표율이다. 정치적 혼란 때문이라고는 하나 그걸 감안하더라도 충격적인 수치다. 2011년 '아랍의 봄' 봉기의 시작이자 중동에서의 민주화 성공사례로 불렸던 튀니지의 상황은 사람들의 투표참여 및 포기에 대한 다양한 논의의 필요성을 증가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투표를 하지 않는가. 아니, 왜 누구는 투표를 하고 누구는 하지 않는가.


투표는 일종의 의사 표현이다. 마음에 드는 후보에 대한 선호의 적극적 표시이다. 정당과 후보자, 선거관리위원회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유권자의 투표참여를 유도한다. 여러 조건과 환경, 과정, 동기 등이 결합되어 결정되기 때문에 단순히 하나의 모델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이론적으로 두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첫째는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투표 참여 가능성이 결정된다는 이론이고, 둘째는 인간이 합리적으로 투표 참여를 결정한다는 이론이다.


첫 번째 이론은 이렇다. 유권자의 소득, 교육 수준, 계층 등이 높을수록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선거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기회와 관심, 시간 등이 늘어남으로써 쉽게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Wolfinger and Rosenstone, 1980).


예를 들어, 소득이 높을수록 소위 “소득효과 income effect”가 발생한다. 더 많은 재화를 소비할 수 있고 더 많은 시간을 휴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소득효과가 크면 투표에 참여하는 것도 쉬워지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반대로 소득이 높을수록 소위 “대체효과 substitution effect”가 발생할 수도 있다. 내가 하는 일들의 가치가 높을 경우 다른 일을 하는 기회비용이 커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체효과가 크면 투표에 참여할 유인이 떨어진다. 연봉만 500억을 받는 마이클 조던 Michael Jordan 이 본인 집의 잔디를 직접 깎지 않는 이유와 비슷하다. 결국 첫 번째 이론은 소득효과가 대체효과보다 더 클 것이라는 가정 하에 성립되는 이론이다(소득 외에 교육, 계층 등도 같은 방식이다).


두 번째는 합리적 선택 이론 rational choice theory 이다. 앤서니 다운즈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의 견해인데, 투표를 그 효용과 비용을 고려한 고도의 계산적 행위로 바라보는 것이다(Downs, 1957; Riker & Ordeshook, 1968). 투표에 앞서 인간은 투표에 따른 편익 benefit과 비용 cost을 세심히 계산해 본 다음, 편익이 비용보다 클 때 투표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이를 수학적으로 풀면 다음과 같다.


R = pB - C + D

R : 투표로 얻는 최종 보상 reward

B :  지지후보가 승리함으로써 얻게 되는 혜택 benefit

p : 혜택 B를 얻을 확률 probability

C : 투표를 위해 지불하는 비용 cost

D : 시민적 의무 duty


복잡해 보이는 것 같지만 내용은 단순하다. 투표로 얻는 최종 보상 reward이 0보다 크면 투표를 하고 0보다 작으면 투표를 안 한다는 것인데, 0보다 크기 위해서는 확률 probability을 고려한 혜택 benefit과 시민적 의무 duty를 합한 값이 투표를 위해 지불하는 비용 cost보다 커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투표에 드는 비용보다 혜택이 커야 투표를 하러 간다는 것이다.


현실적 사례로 설명해보자.


먼저, 내 주위에 시민적 의무감이 제일 강한 한 사람을 떠올려보자. 길거리에 떨어진 쓰레기를 자발적으로 줍거나 어려운 사람을 위해 자원봉사를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 말이다. 그는 D가 무척 강한 사람일 것이다. 그는 투표를 위해 지불하는 비용 C가 제 아무리 크더라도 투표장으로 향할 것이다. 비용을 제한 보상 R이 여전히 0보다 클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도무지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 한 사람을 떠올려보자.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이 누군지 현재 무슨 정당이 있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 말이다. 그에게 있어 지지후보가 승리함으로써 얻게 되는 혜택 B는 0에 수렴할 것이다. 따라서 그에게 투표는 얻는 것 없이 비용만 드는 귀찮은 것으로 판단될 것이고 당연히 투표를 하지 않을 것이다.


또, 호주 국민을 생각해보자. 호주의 경우 법으로 투표를 강제하는 의무투표제 compulsory voting가 시행되고 있다. 투표를 하지 않을 경우, 20 호주달러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따라서 압도적으로 높은 비용 C을 마주하게 되는 호주 국민들은 거의 대부분이 투표장으로 향하게 된다. 호주의 투표율은 항상 90%를 상회한다.


끝으로, 평균적인 시민적 의무감과 정치에 대한 관심을 가진 일반적인 사람을 한 명 상정해보자. 그는 언제나 투표장에 가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본인이 지지하는 후보가 도무지 이길 가능성 p이 없어 보였다. 이 경우 p가 만약 거의 0에 수렴한다면 그는 혜택 B를 받을 가능성이 없을 것이고 따라서 그의 시민적 의무감 D가 비용 C보다 크지 않을 경우 그는 보상 R이 0보다 작게 되어 투표를 포기할 것이다.



앞의 튀니지 사례로 다시 돌아가 보자. 선거에서 투표율이 하락하는 현상은 비단 튀니지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이다. 30% 언저리를 밑도는 선거도 전 세계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정치 전문가들은 유권자들의 무관심, 정치에 대한 불신, 선거제도의 미비 등의 이유를 제기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현상과 관련한 다양한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다만, 이론적 배경을 가지고 현상을 더 세밀하게 분석한다면 보다 적실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투표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반드시 행하도록 강요하는 시절은 이미 지났다. 대한민국 국민의 주권과 결부해서 구슬르는 시대도 꽤 오래전이다. 유권자의 사회경제적 요소와 그들의 합리적 선택에 대한 고민들이 결합될 때 진정 좋은 정책들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 어쨌든 투표율 하락은 민주주의 위기와 결부되어 우리 삶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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