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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서민서패밀리 Mar 16. 2022

대통령 선거일은 왜 3월 9일일까?


제5회 선거사진 공모전 대상


내 기억 속 대통령 선거일은 항상 겨울이었다. 후보들은 언제나 두꺼운 방한점퍼 차림이었다. 그들은 거리에서 하얀 입김 홀홀 내뱉으며 유세를 하곤 했다. 그 주위에는 언 손 호호 녹여가며 후보의 기호를 연호하는 선거운동원들이 있었다. 5년마다 12월이면 반복되던 풍경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문득 궁금해졌다. 추운 날 하던 대통령 선거운동은 어디로 간걸까? 지구 온난화 때문에 우리의 겨울이 더 이상 춥지 않기 때문인걸까? 물론 아니다. 그 이유는 대통령 선거일이 변경되어 이제는 더 이상 12월에 선거를 치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되었을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1987년 헌법개정으로 돌아가야 한다.


1987년 당시 대한민국은 민주화 열망으로 가득차 있었다. 군부독재의 4.13 호헌선언에 맞서 국민들은 6월 항쟁을 통해 민주화 열망을 표출하였다. 국민과 야당은 직선제 개헌을 거세게 요구하였고, 결국 민정당 노태우 대표가 6.29 선언을 통해 직선제 개헌에 합의하게 되었다. 당시 개정 헌법은 개헌 이후 최초 대통령 선거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부칙에서 규정하고 있었다.


헌법 부칙
제1조 이 헌법은 1988년 2월 25일부터 시행한다.
제2조 ①이 헌법에 의한 최초의 대통령선거는 이 헌법시행일 40일 전까지 실시한다.
②이 헌법에 의한 최초의 대통령의 임기는 이 헌법시행일로부터 개시한다.


이에 따라 제13대 대통령선거는 1987년 12월 16일 실시하게 되었다. 이 선거에서 민정당의 노태우 후보는 36.64% 득표율로 김영삼, 김대중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리고 1988년 2월 25일 대통령에 취임하였다.


그리고 5년 후 제14대 대통령선거는 헌법 본문에 따라 진행되었다.


헌법
제68조 ①대통령의 임기가 만료되는 때에는 임기만료 70일 내지 40일전에 후임자를 선거한다.


이에 따라 제14대 대통령선거는 임기만료 68일 전인 1992년 12월 18일에 실시하게 되었다. 이 선거에서 민주자유당의 김영삼 후보는 41.96% 득표율로 김대중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리고 1993년 2월 25일 대통령에 취임하였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직 선거법이 제정되기 전이어서 헌법 외에는 선거일 관련 규정이 없었다. 하지만 1994년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이 제정되며 선거일을 특정일로 미리 정한 '선거일 법정주의'가 도입되었다. 그리고 제15대 대통령 선거는 아래의 규정에 따라 진행되었다.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34조 (선거일) ①임기만료에 의한 선거의 선거일은 다음 각호와 같다.
1. 대통령선거는 그 임기만료일전 70일이후 첫번째 목요일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한 선거일이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민속절 또는 공휴일인 때와 선거일전일이나 그 다음날이 공휴일인 때에는 그 다음 주의 목요일로 한다.


이제부터는 계산이 필요하다. 김영삼 대통령 임기만료일은 1998년 2월 24일이었다. 따라서 그 임기만료일전 70일은 1997년 12월 16일이고, 그 후 첫번째 목요일은 12월 18일이 된다. 이에 따라 제15대 대통령선거는 1997년 12월 18일에 실시하게 되었다. 이 선거에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는 40.27% 득표율로 이회창, 이인제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리고 1998년 2월 25일 대통령에 취임하였다.


해당 선거법은 2004년 3월 까지 유지되다가 개정되었다.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데 규정은 다음과 같다. 선거일이 목요일에서 수요일로 변한 것이 전부다.


공직선거법
제34조(선거일) ①임기만료에 의한 선거의 선거일은 다음 각호와 같다.
1. 대통령선거는 그 임기만료일전 70일 이후 첫번째 수요일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한 선거일이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민속절 또는 공휴일인 때와 선거일전일이나 그 다음날이 공휴일인 때에는 그 다음주의 수요일로 한다.


따라서 민주화 이후 실시된 모든 대통령선거는 모두 12월에 치러졌다. 그런데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하면서 선거일이 달라졌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헌법
제68조 ②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


여기서부터 또 계산이 필요하다. 2017년 3월 10일 탄핵일을 기준으로 60일째 되는 날은 5월 9일이 된다. 따라서 그 전에 실시해야 하는데, 공직선거법 제35조 1항에 따르면 "선거일은 늦어도 선거일 전 50일까지 대통령 또는 대통령권한대행자가 공고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어 4월 29일 전에는 선거 실시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4월 29일부터 5월 9일 중 하루를 정해 대선을 실시해야 한다는 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입장이었다. 이에 갑작스레 치르는 조기 대선인 만큼 선거 준비기간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는 의견을 참고하여 탄핵선고 60일째 되는 날인 5월 9일에 제19대 대통령선거가 실시되었다. 따뜻한 5월에 실시된 선거라 '장미대선'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41.08% 득표율로 홍준표, 안철수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리고 대통령의 임기는 2017년 5월 10일 공직선거법 제14조 1항 단서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들이 전체회의를 열어 대통령 당선을 확인함으로써 곧바로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번 제20대 대통령선거는 왜 3월에 실시된걸까? 더이상 '장미대선'은 없는걸까?


여기서는 일반적인 대통령 선거이므로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른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만료일은 2022년 5월 9일이었다. 따라서 그 임기만료일전 70일은 2월 28일이고, 그 후 첫번째 수요일은 3월 2일이 된다. 하지만 공직선거법 제34조 2항은 공휴일과 그 전후 일에는 선거가 불가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삼일절 다음날인 3월 2일은 선거가 치러질 수 없어, 그 다음주 수요일인 3월 9일이 선거일로 결정되었다.


여기까지가 왜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이 3월 9일에 실시되었는지에 대한 답이 될 것 같다. 매번 12월에 했던 대통령선거를 5년 전에는 왜 5월에 했는지도, 그리고 지금은 또 왜 3월에 하는지도 이해가 되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하자면, 2004년까지 목요일에 실시하던 선거를 왜 수요일로 옮겼을까?


그것은 2003년 '주5일 근무제' 도입 때문이었다. 주5일제 시행으로 금요일 하루만 휴가내면 목, 금, 토, 일 4일 연휴로 쉴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되면 투표율이 저조해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국회가 공직선거법을 개정하여 수요일로 선거일을 바꾼 것이다.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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