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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서민서패밀리 Aug 03. 2017

모든 선거가 다 평화롭지는 않다


구글 알리미를 통해 세계 여러 나라의 선거 관련 뉴스를 챙겨보고 있다. 언어의 한계 때문에 주로 영어권 국가에 제한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꽤 많은 국가들의 소식을 전달받을 수 있다.


각국 선거의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범주화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굳이 구분을 한다면 그 기준은 평화/폭력 정도가 될 것이다. 미국, 유럽과 같은 선진국들의 선거는 매우 평화롭다. 하지만 시선을 조금만 돌려보면 힘겹게 선거를 치르는 더 많은 국가들을 목격하게 된다.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가 그것이다.


여기 최근 사례 두 가지가 있다. 사례를 통해 평화적 선거에 대한 고민을 해보려 한다.



모든 선거가 평화롭지는 않다.


선거는 권력을 배분하는 절차이다. 따라서 권력을 가진 자와 가지기 위한 자간 심한 갈등이 내재되어 있다. 선진국은 이를 제도적으로 평화롭게 해결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한 나라들은 폭력으로 분출되는 것이다.


아래의 케냐와 베네수엘라의 사례는 후자의 대표적인 경우이다.


The photo from PANAM POST


1. [17. 7. 31] 케냐의 선거관리를 담당하는 케냐선거위원회(IEBC) 공무원이 피살되었다. (가디건 해당기사)


Fears of electoral violence in Kenya rose on Monday after colleagues of a senior Kenyan election official who was found dead said he had been tortured and murdered.
The body of Chris Msando, the head of information, communication and technology at the Independent Electoral and Boundaries Commission (IEBC), the main body overseeing the polls, was found on the outskirts of Nairobi on Saturday but news of his death was released 48 hours later.
The apparent murders come nine days before voters in the east African state will choose a new president, as well as lawmakers and local representatives.
Msando, who had a key role developing a new electronic ballot and voter registration systems at the IEBC, had been tortured before he died, election officials said.
Local media reported Msando told police he had received death threats before going missing last week.

지난 월요일(7월 31일) 케냐의 선거위원회 공무원이 피살된 채로 발견되었고 이후 케냐의 선거 폭력의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 그는 나이로비 외곽에서 발견되었는데 그의 죽음에 대한 뉴스는 48시간 후에 방송되었다.
케냐의 새로운 대통령(의회, 지방선거 포함)을 뽑는 선거를 9일 앞둔 시기에 일어난 일이다.
사망한 Msando는 새로운 전자 투표시스템과 유권자 등록 시스템 개발을 담당하는 중추적 역할을 하던 공무원이었다.
지역방송은 Msando가 지난주 실종되기 전 경찰에게 살해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2. [17. 7. 31]  베네수엘라는 제헌의원 선거일에 군대와 시민들의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 (CNN 해당기사)


Deadly clashes between protesters and police marred voting on Sunday, as Venezuelans cast ballots on a controversial measure that could mark a turning point for their country. The election will allow President Nicolás Maduro to replace Venezuela's current legislative body -- the National Assembly -- with a new institution called the Constituent Assembly that will have the power to rewrite the constitution.
The voting follows weeks of violent street protests in which many people have been killed or injured. On Sunday the death toll rose sharply with at least six people -- including two teenagers -- killed at protests and a National Guard officer also reported dead by the Attorney General's Office. The death toll from the unrest ongoing since early April is 125, according to a statement from the Venezuelan attorney general's office.

베네수엘라는 그들의 헌법을 새로이 제정할(현재의 마두로 대통령을 새로운 체제로 대체할 수도 있는) 제헌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를 치르고 있다. 이 선거는 그들 국가에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찰과 시위대는 여전히 강하게 대치하고 있다. 거리 시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었다. 지난 일요일에만 10대 청소년 2명을 포함한 최소 6명의 시위대와 경찰 1명이 사망하였다. 지난 4월 이후 총 125명이 사망하였다고 한다.


아마 몇몇 단어만 바꾸면 우리 70~80년대 뉴스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과거에 겪었던 독재가 현재 진행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국가들이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저렇게 어려운 시대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을까.


1948년 5월 10일 한국에 선거제도라는 것이 처음 도입되었다. 그 날을 기점으로 한국은 왕이 국민을 다스리던 왕정국가에서 국민이 스스로를 다스리는 민주국가로 변모하였다. 물론 제도적으로는 그랬다.


왕정국가에 적응하고 살아왔던 사람들에게 민주주의는 분명 낯선 것이었다. 국민을 다스릴 왕을 직접 내 손으로 뽑는다는 개념 자체가 신기했을 것이다. 오랜 복종에 시달리다 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한 민주주의가 익숙해지는데 무려 39년이 넘게 걸렸다. 그 세월 동안 긴 독재도 경험했고 군사반란도 경험했다. 거기에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1987년 민주화는 그 결과이다. 그로 인해 우리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 제도와 경험을 온전히 얻을 수 있었다. 이제 한국의 민주주의는 비가역적(irreversible) 현실이 되었다.


올해로 한국에 선거제도가 도입된 지 70년이 지났다. 19번의 대통령 선거와 20번의 국회의원선거를 치렀다. 지난 대선에서 보았듯이 이제 선거는 평화로운 국민들의 축제가 되어가고 있다. 모든 국민이 자신의 권리를 소중히 여긴다. 결과에 모두가 승복하며 승자에게 박수를 패자에게는 위로를 보내고 있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선거다.


이 모든 것이 오랜 세월 거리에 나와 목소리를 높이고 싸우며 희생되었던 선배들의 덕분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세계를 향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위 사례를 보며 느낀 바가 있다. 우리는 그들이 겪는 힘든 과정을 과거에 이미 다 겪었다. 그 결과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 평화적으로 선거를 잘 치르고 있다. 어쩌면 그들에게 우리는 미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역할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지난 민주주의 역사로부터 얻은 소중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 경험들은 동일한 과정을 겪고 있는 수많은 나라들에게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경험이 그들에게는 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안이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한국에는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라는 국제기구가 존재한다. 세계 100여 개국 이상이 가입한 국제기구이다. 세계민주주의 확산 및 정착을 위해 현재도 다양하게 노력하고 있다. 이 노력이 더 확장된다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국가들에게 희망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다.


세계화 시대 우리는 좀 더 시야를 넓혀야 한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세 번의 정권교체를 평화적으로 이룰 정도로 매우 성숙되었다. 이제 우리가 다른 나라를 도울 차례다. 평화롭지 않은 선거과정을 겪고 있는 많은 국가들이 독재에서 벗어나 민주국가로 전환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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