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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서민서패밀리 Jun 07. 2022

62. 대학원 졸업식 in 시카고대학교


2020년 8월 15일, 만 4세 준서와 태어난지 150일도 안된 갓난 아기 민서를 데리고 우리 가족은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 도착했다. 시카고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한 명도 없었다. 우리는 한인택시 두 대에 가져온 짐을 싣고 Wheaton 에 있는 살 집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외딴섬 같았다.


우리 가족의 당면과제는 하나였다. 내가 대학원을 무사히 졸업하는 것. 그것이 정부 지원으로 이곳에 온 내가 꼭 해내야 하는 것이었다. 나머지는 사실 부차적인 것이었다. 아이들을 키우고, 사람을 사귀고, 미국문화에 적응하는 것 등등.


하지만 2년을 지내고 보니 사실은 학교 졸업보다 나머지가 더 어려운 일이었다. 공부야 하던 것도 있고 시간을 투자하면 그만큼 아웃풋이 나오는 것이어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나머지는 시간과 함께 마음이 쓰이는 정말 어려운 것이었다.


먼저, 육아는 정말 힘들었다. 새벽에도 두 세 번씩 깨는 아이를 달래고 또 재우고 하루 종일 기저귀를 갈고 젖을 먹이고 하는 것은 보통의 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민서는 돌까지 분유 없이 완모를 하였기에 아내가 돌보는 데 더 많은 노력이 들어야 했다.


여기에 덧붙여, 준서도 돌봐야 했다. 오자마자 유치원kindergarten 에 바로 입학한 준서는 영어 1도 모른채로 한국인 하나 없는 정글에 들어가야만 했다. 그리고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부모, 아니 엄마에게 돌아갔다. 아내는 준서친구 엄마들과 친해지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했고 플레이데이트를 만들어내기 위해 또다시 노력해야만 했다.


사람을 사귀는 일도 쉽지 않았다. 영어가 완벽하지 않은 우리 가족은 미국인들에게 다가가는 것도 교감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또한 그들의 의도와 문화적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여러 보이지 않는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Text 메시지 하나 보내기 위해 아내와 나는 여러번 회의를 해야만 했고, 식사 초대에는 갈까 말까 어떻게 거절해야 할까를 수만번 고민해야 했다.


미국문화 적응도 쉽지 않았다. 생일파티 초대에서부터 선생님 선물까지 한국과는 극명하게 다른 문화에 우리는 고심을 거듭해야 했다. 그들의 말을 넘어,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기에는 우리가 미국에서 보낸 시간이 너무 짧았다. 글과는 너무 다른 미국문화는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넘기 힘든 벽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버티고 버티면서 우리는 살아남았다. 우리가 잘해서라기 보다는 감사하게도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언어적으로 부족하고 문화적으로 어긋나는 점도 있었겠지만 그것을 포용해주고 이해해주는 좋은 사람들이 주위에 너무 많았다. 그들은 우리에게 힘이 되어주었고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우리가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천천히 말해주었고 어려운 우리의 한글 이름도 최대한 비슷하게 발음해주었다. 식사에 초대하기도 모임에 끼워주기도 했고 말동무가 되어주기도 했다. 아내는 아내대로 나는 나대로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참 감사한 일이었다.


그리고 사실 이 모든 것 뒤에는 아내의 엄청난 노력이 있었다. 난 그저 쉬운 공부만 했을 뿐, 위에 적어놓은 부차적이지만 정말 어려운 일들은 온전히 아내가 해낸 것이었다. 갓난 아기인 민서를 돌보고 준서를 케어하고 학교에 적응시키고 엄마들을 사귀고 한 것은 온전히 아내 혼자 해낸 것이었다. 그것이 없었더라면 우리의 2년은 지금처럼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 시카고 대학교 졸업식 Convocation 이 있었다. 너무나도 멋진 졸업식 행사에 참석한 것은 나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내에게 감사의 졸업장을 주고 싶었다. 나는 2년간 힘든 일 마다하지 않고 웃으며 해낸 아내가 진정한 시카고 대학교 2022년 졸업자라고 생각한다.


당신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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