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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서민서패밀리 Sep 22. 2022

복잡한 문제에는 복잡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rsc.ricardo.com



"까다로운 경제문제를 해결할 단순한 정책은 없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Friedrich Hayek 의 말이다. 그는 정부의 잘못된 계획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의 말을 빌려 다시 말하자면, 복잡한 문제에는 복잡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사람들의 문제 해결 도식은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을 위해 무턱대고 덤빈다. 왜일까? 아마도 문제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 불편하고 싫어서 일 것이다.


어느 날 아침 집 문 앞에 쓰레기봉투가 하나 놓여 있다고 하자. 우리 것이 아니라면,  당연히 짜증부터 올라올 것이다. 아침부터 쓰레기 불법투기라니. 당장 이 불편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 진다. 일단 시원하게 욕부터 박는다. 그래도 분이 안 풀린다. 옆집 이웃들에게 하소연하기도 한다. 더 나아간다면 경찰에 연락해서 동네 CCTV를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없다. 점점 답답해진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가 온다. 어머니다. 어제 말한 남는 옷가지를 봉투에 담아 우리 집 앞에 두고 왔다고 한다. 마침 봉투가 없어 쓰레기봉투에 담았다고 한다. 쓰레기봉투를 열어보니 잘 개어진 옷가지들이 가지런히 담겨 있었다. 아뿔싸.


물론 가상의 이야기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무턱대고 덤빈다. 문제 상황에서 뭐라도 하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그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 안되는지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말이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일이야 단순하게 즉각 즉각 처리하면 된다. 몸에 익숙한 반복적 일이라면 더더욱 생각 없이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복잡한 문제는 다르다. 문제가 복잡할수록 천천히 고민하면서 전체 숲이 어떻게 되어있나 살펴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게 당장은 시간이 들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전체 문제 해결 시간을 줄여줄 수 있다.


아까의 예로 다시 돌아가 보자.


아침에 문을 열었더니 쓰레기봉투가 하나 놓여 있다. 일반적인 상황은 당연히 아니다. 왜 여기 놓여 있을까. 일단 겉을 살펴본다. 특별히 이름이 쓰여있거나 메모가 붙어있지는 않다. 이제 어쩔 수 없이 내용물을 확인해봐야 한다. 매듭을 풀어 봉투 안을 살펴본다. 잘 개어진 옷가지들이 가지런히 담겨 있다. 쓰레기 같지는 않다. 왜 옷이 들어있을까. 문득 어제 어머니가 말한 것이 생각났다. 아, 어머니가 두고 가셨는데 봉투가 없으셨나 보구나. 전화를 건다. 어머니가 맞다. 문제 파악에 조금 시간은 들였지만 결과적으로 문제를 정확히 해결할 수 있었다.


사실 집 앞 쓰레기봉투 문제는 매우 쉬운 축에 속한다. 실제 사회문제, 경제문제는 매우 복잡하다. 문제는 꼬여있을 것이고 이해관계자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수혜자가 있는 만큼 필연적으로 손해 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해결이 난망한 문제 앞에서 여러 고민이 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우선 덤벼볼까 하는 유혹이 조금씩 생겨날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된다. 그것이 오히려 시간을 낭비하는 일일 수 있다. 복잡한 문제는 해결책도 복잡할 수밖에 없다. 단순하게 덤벼서는 안 된다. 문제에 앞서 잠시 생각에 잠긴다. 어떻게 엉켜져 있을지 실마리는 무엇일지 고민을 해야 한다. 문제의 범위를 정하고 해결을 위한 대안들을 하나하나 탐색해본다.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지면 빈 종이를 꺼내 차분히 계획을 세운다. 그러다 확신이 들면 그때부터 행동에 돌입한다. 그래도 늦지 않는다.


『한비자』에 나오는 구절 중에 “먼 곳의 물로 가까운 곳의 불을 끄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상적인 목적에 집착하기보다는 우리가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얼마나 합리적이고 얼마나 실현 가능한 것이냐를 먼저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까운 곳의 불도 무턱대고 끄기 시작하면 곤란하다. 전체를 조망하고 계획을 세워 불길을 잡아나가야 한다.


문제가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더 많은 시간을 준비에 들여야 한다. 선후본말(先後本末) 을 세심하게 잘 살펴봐야 한다. 단순하게 접근할수록 해결과는 더 멀어질 수 있다. 2차 방정식에는 2차 해결 공식이, 3차 방정식에는 3차 해결 공식이 각각 필요하다. 어설프게 1차 해결 공식으로 덤볐다가는 더 꼬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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