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는다. 뻔한 스토리, 상투적인 문구들이 싫어서다. '꿈은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 '인내하라, 그 끝은 창대하리라', '소통을 통해 조직의 동맥경화를 뚫어내라' 등의 주요 래퍼토리를 듣고 있노라면 몸이 근질근질해진다. 민망해지기도 한다.
물론 인내, 창의, 소통, 겸손 등이 성공을 위한 미덕임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장려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는 좀 안맞는 것 같다. 굳이 시간 들여 돈 들여 이런 책을 읽어야 하나 싶기도 하다. 그냥 마음 속에 품고 살면 그만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물론 나 스스로 한 가지 미덕은 꼭 품고 살려고 노력한다. 바로 겸손이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사람은 겸손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후로는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꼭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살아오기는 했다. 어쩌면 어머니 덕분에 욕 많이 안먹으면서 잘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 주위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겸손을 미덕으로 꼽는다. 어머니는 손주에게까지 겸손하라고 한다. 나 역시 그렇게 말한다. 직장 동료, 후배들에게도 미덕을 전파한다. 겸손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단정하기도 한다. 암튼 그렇다.
다만, 모든 사람이 네 라고 할 때, 아니요 라고 하는 것에 끌리는 법이다. 엊그제 책을 읽다가 겸손하지 말라고 하는 내용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그만 심쿵해버렸다. 그래 책은 자고로 이런 이야기를 해줘야지. 겸손하라고 하는 교과서 이야기를 들으려고 내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아래는 그 내용의 일부이다. 마케팅 전문가 세스 고딘 Seth Godin 의 <이카루스 이야기> 라는 책의 일부이다.
이카루스의 아버지 다이달로스는 손재주가 비상하여 만들어내지 못하는 게 없는 발명가였다. 미노스 왕에게 의탁하던 시절, 반인반우의 모습을 한 미노타우로스를 가둬두기 위해 미로를 설계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후 그는 미노스의 뜻을 거역한 죄로 아들 이카루스와 함께 그 미로에 갇히게 된다. 그곳에서 다이달로스는 기발한 탈출 계획을 세웠다. 몸에 날개를 달기로 한 것이다. 두 사람은 깃털과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날아올라 미로를 쉽게 빠져나왔다. 날아오르기 전 다이달로스는 아들에게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하늘을 나는 마법에 도취된 이카루스는 그 말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점점 높이 올라갔다. 우리는 그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잘 안다. 밀랍이 녹아내렸고, 날개를 잃은 이카루스는 바다에 떨어져 죽음을 맞이했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이런 것이다. 왕의 뜻을 거역하지 말라. 아버지 말씀을 어기지 말라.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지 말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 자신에게 신의 능력이 있다고 자만하지 말라.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빠진 부분이 있다. 그것은 다이달로스가 이카루스에게 너무 높게는 물론, 너무 낮게도 날지 말라고 경고했다는 점이다. 수면에 너무 가까이 날다가는 날개가 젖어 물에 빠져 죽을 수 있으니까.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 신화에서 너무 낮게 날아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거나 소란을 피워서는 안 된다고 끊임없이 서로를 질책하도록 만들어놓았다. 산업주의자들은 자만을 일곱 가지 죄악 중 하나로 꼽으면서, 그보다 더 위험한 한 가지는 교묘하게 제거해버렸다. 바로, 너무 적은 것에 만족하는 겸손이다. 너무 높게 나는 것보다 너무 낮게 나는 것이 훨씬 더 위험할 수 있다. 왜냐하면 ‘안전하다’는 착각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낮은 기대와 소박한 꿈에 만족하고,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면서 안전하다는 느낌 속에 살아간다. 그러나 너무 낮게 날 때 우리는 우리 자신만이 아니라 우리에게 의존하고 도움을 받는 사람들까지 기만하게 된다. 잔뜩 겁을 집어먹은 채, 위험을 피하는 데만 급급해진다.
우리는 지금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높이 날 수 있는 세상을 맞이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낮게 날아야 한다는 유혹에 여전히 매여 있다. 우리가 나아갈 길은 무모한 어리석음도, 자기 생각이 없는 복종도 아니다. 한 사람의 인간이 되고, 마음껏 높이 날아오르는 것이다.
많은 직장인 혹은 학생들이 안전하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다. 소박한 꿈에 자신을 의탁하며 하루하루 자신의 능력보다 낮은 삶 속에서 만족하며 사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겸손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산다.
하지만 지나친 겸손도 위험할 수 있음을 작가는 이야기 해주고 있다. 겸손의 위험성이라니. 이런 통찰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참 부럽다. 자신의 틀 안에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 책에서 얻는 교훈이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