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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서민서패밀리 Nov 30. 2022

카타르 월드컵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1966년 영국 월드컵을 추억하며


우루과이와의 첫 경기는 우리가 꽤나 선전했다(0:0).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두 번째 상대인 가나를 잡고 16강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혹했고, 우리는 가나와의 경기에서 아쉽게 패하고(2:3) 말았다.  이제 남은 건 포르투갈과의 마지막 일전이다.


언론에서는 "경우의 수" 분석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내가 제대로 처음 본 94년 미국 월드컵 이래 우리나라는 한 번도 경우의 수를 따지지 않은 적이 없었다. 당연한 것이 예선 3경기 중 첫 두 경기에서 2승을 해야만 이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올 수 있는데 우리가 그정도의 실력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 아들 준서와 딸 민서가 내 나이가 되어 월드컵을 보고 있어도 여전히 "경우의 수"의 마력에서 벗어나 있지 못할 것이다.


암튼 16강의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건지려면 우리는 포르투갈을 이겨야 한다.


우리가 포르투갈을 월드컵에서 만난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우리의 조별예선 3차전 상대가 다름아닌 포르투갈이었다. 당시 상황은 우리가 유리했다. 우리는 1승 1무를 거두고 있어서 비기기만 해도 16강이었고, 포르투갈은 미국 대 폴란드 경기 상황에 따라 이기거나 비겨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2002년 당시 포르투갈팀에는 현재 한국 대표팀 감독인 파울로 벤투도 있었다


결과는 잘 알다시피 1:0 우리의 승리였다. (전반을 0:0으로 끝낸 뒤 폴란드가 미국을 2:0으로 이기고 있어서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진출하게 된 포르투갈이 우리 선수들에게 비기자는 신호를 보낸 것은 유명한 일화이기도 하다.) 포르투갈은 우리에게 패해 짐을 싸서 고국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 후로 20여년이 지났고, 이제 카타르 월드컵에서의 두 나라의 상황은 180도 역전되었다. 포르투갈은 2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었으며 우리는 무조건 승리한 후에 다른 경기 상황을 살펴야 한다. 20년 전 앙갚음이 남아 있는 당시 멤버들이라면 강하게 덤벼서 한국을 이겨야 한다고 할 지 모르겠으나, 앞으로 남은 본선 일정을 고려해야 하는 포르투갈 입장에서는 그렇게 세게 하지는 않을 듯 싶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월드컵에서 한 번 더 포르투갈을 상대한 적이 있었다. 다들 기억이 안나겠지만 분명히 있었다. 바로 1966년 영국 월드컵이다. 모두가 의아할 것이다. 우리는 그 때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도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슨 말일까.


여기서 “우리”의 범위를 한반도로 넓혀 생각하면 가능한 이야기다.


1966년 북한은 영국 월드컵에 출전해 8강 신화를 썼다. 당시 북한 대표팀의 명칭은 '천리마축구단'이었다. 평균신장이 162cm로 매우 작은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었다. 북한 대표팀은 첫 경기에서 소련에게 0:3으로 패하였지만 전 대회에서 3위를 거둔 칠레와 1:1로 비기며 16강 진출의 가능성을 높였다. 그리고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인 이탈리아 전에서 1:0으로 승리하며 16강에 진출하게 된다. (2002 한일월드컵 16강 이탈리아전 당시 관중들의 카드섹션 문구인 "AGAIN 1966"은 바로 여기서 나온 것이다.



1966 영국 월드컵은 영국이 우승한 유일한 월드컵이기도 한데, 우승후보 이탈리아를 북한이 꺾어줬으니 어쩌면 북한이 영국 우승의 1등 공신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암튼, 승승장구하던 북한이 8강전에서 만난 상대가 바로 포르투갈이었다. 한국이나 북한이나 중요한 순간에는 늘 포르투갈이 있었다.


북한은 8강전에서 전반 25분까지 3:0으로 앞서다가 이후 5골을 연거푸 먹어 3:5로 역전패하고 만다. 당시 4골을 넣어 승기를 가져온 이가 바로 포르투갈의 축구영웅 에우제비우(9골로 대회 득점왕)였다. 북한의 8강행은 아직까지 월드컵 최대의 이변 중 하나로 남아있으며, 한국이 2002년 월드컵 4위를 기록하기 전까지 아시아 국가의 월드컵 최고 성적이기도 했다.


이제 다시 내일 모레로 다가온 포르투갈전을 생각해보자.


2002년 우리는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포르투갈을 1:0으로 이겼고, 1966년 북한은 16강에서 전반 25분까지 3:0으로 이기고 있었다. 당시 북한의 명례현 감독은 인터뷰에서 "구라파(유럽) 선수들하고 할려면은 투지, 완력 첫째 이것이 있어야 되겠다"고 밝히기도 했고, 현재 한국대표팀 벤투 감독은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마지막 경기에서 우리 한계까지 모든 것을 쏟아내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손흥민, 김민재, 황희찬의 부상으로 전력이 많이 약화된 우리 대표팀이지만 투지와 열정으로 과감히 포르투갈에 맞서 우리의 상대전적 우세 상황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포르투갈과의 12월 2일 경기상황 종료 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 상대전적이 2승 무패로 되어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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