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이불개와 과즉물탄개
교수신문은 매년 한국 현실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2022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바로 이것이다.
"과이불개 過而不改"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
이는 논어 ‘위령공편’에 등장하는 말이다.
올해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었음에도 여전히 정치권은 갈등만 빚어내고 있고, 경제적으로는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의 3대 악재로 인하여 서민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 행정적으로는 이태원 참사 등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여러 재난들의 연속이었다. 아마도 이러한 어려운 현실을 표현하는 사자성어를 선정한게 아닌가 한다.
해방 이후 힘들지 않았던 때가 있었을까. 그럼에도 당면한 문제들 속에서 누구 하나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 현실이 원망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있을까.
논어 ‘위령공편’에서는 "과이불개"에 더해, 잘못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바로 고치는 것이 바로 군자의 자세라고 강조한다. 바로 "과즉물탄개 過卽勿憚改"다.
사람은 누구나 완전할 수 없다. 실수를 하고 그로 인해 잘못이 발생하는 건 당연하다. 군자는 그런 상황에서 잘못을 바로 잡는 사람이다. 잘못을 변명하거나 회피하는 사람은 군자의 자격이 없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의 허물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작지만 큰 차이가 군자를 만드는 것이다. 세종대왕이 군량미와 군수품을 담당하는 관청인 군자감이 붕괴되었을 때 문제를 덮지 않고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징계를 통해 이후 다른 참사를 방지한 것은 매우 유명한 일화이다.
1993년 삼성 재직 중이던 일본인 디자이너가 작성한 ‘후쿠다 보고서’가 이건희 회장에게 전달되었다. 소니와 파나소닉을 베끼기에 급급한 삼성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불량제품에 대해 무관심한 경영진에 대한 문제 지적도 포함되어 있었다. 삼성의 내부 문제로 가득한 보고서를 읽은 이건희 회장은 불같이 화를 냈다. 그리고 그 즉시 프랑크푸르트에 200여 명의 임원을 모아놓고 2주 동안 경영혁신에 대해 토론했다. 여기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그 유명한 프랑크푸르트 선언이 나왔다. 과즉물탄개를 바로 실천한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면,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내가 잘못을 할 수 있음을 먼저 인정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내 판단은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의 판단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서양의 존 스튜어트 밀 역시 <자유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간은 운명적으로 유한한 존재이다. 자신의 생각이 절대 옳다고 말해서는 안되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내 생각이 잘못 될 수 있음을 인정한다면 남의 생각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곧잘 이러한 자명한 진리를 외면한다."
아까 동양의 군자는 잘못을 즉시 바로잡는 사람이라 했다. 서양에서의 성인은 아마도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는 사람이라 할 것이다.
먼저 잘못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고, 그 후에 과이불개하지 않고 과즉물탄개 하는 것. 이것이 바로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잘못을 바로잡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다양하다. 겸손하게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