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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서민서패밀리 Dec 27. 2022

직장에서의 탈압박 전략


탈압박


요즘 꽤 많이 사용되는 용어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익숙할 테지만 그 외에 사람들에게는 좀 낯선 용어이다. 압박을 벗어나는 능력인가, 정도로 유추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맞다.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흔히 구기 스포츠에서 쓰이는 말로, 공을 소유한 상태에서 압박이 들어오는 수비수를 벗어나는 능력을 가리킬 때 쓰이는 말"


영어로 찾아보니 'press resistant' 정도로 쓰이는 듯하다. 압박에 저항하는. 


한국 선수 중에는 손흥민, 황인범, 이강인 등이 탈압박 능력치가 높아 보인다. 이 선수들은 상대 수비가 다가와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공을 간수하거나 다른 선수에게 패스하거나 슈팅을 할 수 있다. 여러 명이 둘러싸서 압박을 하더라도 그렇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전 손흥민 선수에서 황희찬 선수로 이어지는 패스를 보라. 손흥민 선수 앞에는 3명이 가로막고 있었고 뒤로는 4명이 뛰어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손흥민 선수는 여유 있게 패스에 성공했다. 이런 것이 대표적인 탈압박이다. 



그 와중에 수비 다리 사이로 패스하는 여유까지



빌드업


탈압박과 함께 짝을 이루는 것이 빌드업이다. 


빌드업은 말 그대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 올리는 것처럼 플레이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축구를 예로 들면, 빌드업 축구는 골키퍼에서부터 수비수, 미드필더, 공격수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플레이를 쌓아 나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패스와 드리블, 공간 움직임 등의 부드러운 연계가 필요하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벤투 감독이 보여준 것이 바로 빌드업 축구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단 한 번의 롱킥으로 연결하는 축구가 아닌 패스와 드리블로 차곡차곡 플레이를 쌓아 올리는 축구가 바로 벤투의 빌드업 축구였다. 지난 4년간 꾸준히 연습한 덕에 우리나라는 16강 진출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빌드업 축구의 장점은 많다. 하지만 상대팀이 이걸 그대로 두고 볼리 없다. 패스 돌리면서 플레이 쌓아 올리는 동안 상대팀 역시 빌드업을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몸싸움을 하고 태클을 하면서 공을 뺏으려고 압박할 것이다. 따라서 빌드업 축구를 위해서는 압박에서 벗어나는 능력, 탈압박이 반드시 필요하다. 탈압박이 빌드업 축구 완성의 전제가 되는 것이다.



이제 다른 영역을 바라보자. 탈압박과 빌드업이 주로 축구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지만, 다른 영역에 적용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잘 생각해 보자. 빌드업을 해야 하고, 주변 압박을 벗어나야 하는 것이 비단 축구뿐일까. 압박이 많은 직장 생활에도 탈압박 능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직장에서는 많은 부분이 경쟁이다. (경쟁이 필요 없는) 블루오션 직장은 사실상 없다. 대부분의 레드오션 직장에서는 한정된 재화(승진자리, 성과급, 프로젝트 완수 등)를 얻기 위해 언제나 주변과 경쟁해야만 한다. 그리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다른 경쟁자를 압박해야 하고 반대로 그들의 압박에서도 유연하게 벗어나야 한다. 직장생활은 압박과 탈압박의 연속이다.


직장에서는 팀이든 개인이든 성과를 내기 위해 일을 한다. 일은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고 여러 번의 빌드업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단계단계 꼼꼼히 쌓아갈수록 탄탄한 성과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조직 내 여러 경쟁구도는 빌드업 과정을 순순히 지켜보지 않는다. 상호 간 혹은 여러 그룹 간에 압박이 필연적으로 존재하게 된다. 그게 빌드업 초기 과정일 수도, 중간 과정일 수도 있다. 어쩌면 마무리 과정일 수도 있다. 따라서 빌드업 성공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탈압박이 필요하다. 


탈압박을 지속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전략이 필요할까. 침착함, 인내, 성실함 등등. 나는 <경쟁력 있는 조직을 만드는 변화관리> 라는 책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다음이 그 예이다. 


1. 그들은 자신의 목표에 대해 광고하지 않으며 섣불리 승리를 예견하지도 않는다. 

2. 그들의 목표는 급진적이지만 수단은 매우 일상적이다. 

3. 그들은 자신의 헌신에 대해서는 굳건하지만 수행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유연하다. 

4. 그들의 행동은 작을지 모르지만 바이러스처럼 빠르게 확산된다. 

5. 그들은 급속한 변화를 갈망하지만 인내심을 신뢰한다. 

6. 그들은 개별적으로 일하지만 사람들을 모으는 경우도 많다. 

7. 다른 사람들의 어젠다를 압박하는 대신 그들과 대화로 풀려고 한다. 

8. 그들은 강력한 적과 싸우기보다는 강력한 친구로 만든다. 

9. 그들은 일이 차질을 빚는 상황에 직면해도 계속해서 나아간다. 



혹자는 축구에서 인생을 배운다고 한다. 시작과 끝, 승자와 패자, 환희와 눈물 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인생과 축구가 닮아있기에 그럴 것이다. 빌드업과 탈압박 역시 축구를 통해 인생을 배우는 또 하나의 키워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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