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준서민서패밀리 Feb 03. 2023

'선거운동'의 법리

대법원 2016. 8. 26. 선고 2015도11812 판결을 중심으로


개인적인 공부용으로 작성한 내용입니다.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 공유합니다.




우리는 선거운동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선거 때마다 후보들은 어깨띠를 두르고 명함을 나눠주고 구호를 외치고 연설을 한다. 모두 다 선거운동이다. 행동을 기준으로 했을 때 선거운동이냐 아니냐는 대부분 명확하게 구별된다. 하지만 내심의 영역, 즉 후보자 본인이 당선되기 위한 행위인지 아니면 다른 특정 후보자를 낙선시키기 위한 행위인지 여부를 판가름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독심술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에게 그런 능력은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대법원은 2016년 판결을 통해 선거운동을 행위 주체 내부의 의사가 아니라 외부에 표시된 행위를 대상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중요한 법리를 밝혀주었다. 그리고 현재도 특정인의 행위를 선거운동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 기준으로 금과옥조처럼 쓰이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58조는 "선거운동"을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2016년 대법원 판례 전에는 선거운동의 법적 개념을 좀 넓게 해석하고 있었으나 동 판례 이후에는 명확하고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시 말해, 기존에 선거운동으로 보아 법에 적용을 받던 행위들이 이제는 선거운동 범위에서 벗어나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거운동의 자유 확대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이나, 법을 적용하고 해석하고 운용하는 입장에서는 좀 더 면밀하게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증가할 것이다.


이제 대법원에서 판시한 "선거운동"의 기준을 살펴보자.




대법원은 선거운동의 자유와 공정 및 기회균등을 꾀하고, 정치인의 통상적인 정치활동을 보장할 필요성, 죄형법정주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형벌법규의 엄격해석의 원칙, 공직선거법의 전체적인 체계에서 선거운동이 차지하는 위치 및 다른 개별적 금지규정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의 의미와 금지되는 선거운동의 범위는 아래와 같은 구체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선거운동의 의미와 범위는 아래의 기준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


‘선거운동’은 특정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 그리고 이에 해당하는지는 행위를 하는 주체 내부의 의사가 아니라 외부에 표시된 행위를 대상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를 풀어서 설명하면, [행위가 당시의 상황에서 객관적으로 보아 그와 같은 목적의사를 실현하려는 행위로 인정되지 않음에도] 행위자가 주관적으로 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거나, 결과적으로 행위가 단순히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거나 또는 당선이나 낙선을 도모하는 데 필요하거나 유리하다고 하여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주관적이 아닌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목적의사를 실현하려는 행위로 인정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대법원은, 선거 관련 국가기관이나 법률전문가의 관점에서 사후적·회고적인 방법이 아니라 일반인, 특히 선거인의 관점에서 행위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에 기초하여 판단하여야 하므로, 개별적 행위들의 유기적 관계를 치밀하게 분석하거나 법률적 의미와 효과에 치중하기보다는 문제 된 행위를 경험한 선거인이 행위 당시의 상황에서 그러한 목적의사가 있음을 알 수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했다.


다시 말해, 해당 행위를 경험한 일반인의 시각에서 그러한 선거운동의 목적의사를 인지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목적의사는 특정한 선거에 출마할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 대한 지지를 부탁하는 등의 명시적인 방법뿐만 아니라 당시의 객관적 사정에 비추어 선거인의 관점에서 특정 선거에서 당선이나 낙선을 도모하려는 목적의사를 쉽게 추단 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른 경우에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행위의 명목뿐만 아니라 행위의 태양, 즉 행위가 행하여지는 시기·장소·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특히, 공직선거법이 선거일과의 시간적 간격에 따라 특정한 행위에 대한 규율을 달리하고 있는 점과 문제가 된 행위가 이루어진 시기에 따라 동일한 행위라도 선거인의 관점에서는 선거와의 관련성이 달리 인식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행위를 한 시기가 선거일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명시적인 표현 없이도 다른 객관적 사정을 통하여 당해 선거에서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는 의사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으나, 선거가 실시되기 오래전에 행해져서 시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행위라면 단순히 선거와의 관련성을 추측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당해 선거에서의 당락을 도모하는 의사가 표시된 것으로 인정될 수는 없다고 보았다.




복잡한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은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이다.


이는 특정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 그리고 이에 해당하는지는 행위를 하는 주체 내부의 의사가 아니라 외부에 표시된 행위를 대상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문제 된 행위를 경험한 일반인이 행위 당시의 상황에서 그러한 목적의사가 있음을 인지할 수 있었는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이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행위를 한 시기가 선거일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명시적인 표현 없이도 다른 객관적 사정을 통하여 당해 선거에서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는 의사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정당 현수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