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완벽(perfect) 할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야구에서는 아주 가끔, 완벽한 게임이 나온다. 퍼펙트게임(perfect game)이라는 것인데, 한 투수가 한 경기에서 단 한 명의 타자도 1루에 출루시키지 않고 경기를 마무리하는 것을 말한다. 안타, 볼넷, 사구, 에러 없는 완벽한 경기라는 뜻에서 퍼펙트게임 칭호를 부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야구에서 퍼펙트게임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perfect)한 게임일까. 사실 이론적으로는 통상의 퍼펙트게임보다 "더 완벽한 게임"이 가능하다. 투수가 수비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모든 아웃카운트를 삼진으로만 잡는 게임이다. 27개(9이닝 3삼진)의 삼진으로 게임을 셧아웃하는 것이다. 물론 100년 역사의 메이저리그에서도 현실적으로 구현된 적은 없다.
이러한 이론적 논의가 나오는 이유는, 엄밀히 말해 투수 혼자 완벽한 경기를 완성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타자가 타격을 통해 인필드 또는 아웃필드로 타구를 보내면 수비수가 아웃을 시켜야 하는데 여기서 만약 수비실수가 나올 경우 에러로 기록되어 퍼펙트가 깨진다. 즉, 퍼펙트게임은 투수와 수비가 완벽한 활약을 같이 보여야 가능한 것이 된다. 결국 더 완벽한 게임을 위해서는 수비수 도움조차 필요없는 상황을 상정하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통상 퍼펙트게임도 완벽이라 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된다.
완벽을 추구하려는 노력은 수학에서도 있었다. 그리스 수학자 유클리드가 인류 최초로 점과 직선, 입체의 정의를 내린 이후 많은 학자들이 황금비율(golden ratio)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조개껍질, 꽃잎 등 자연에서 비롯된 1.61803398... 의 무리수는 곧 모나리자, 파르테논 신전 등 역사적인 예술품에서 차용되었고 현대에까지 황금비율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신용카드의 가로세로 비율 역시 황금비율을 따르고 있다. 인간이 가장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느끼는 비율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역시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자연계는 대부분 5:5의 대칭성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얼굴과 신체 역시 대칭을 이루고 있다. 만약 사람의 좌우가 5:5가 아닌 황금비율로 이루어져 있다면 그것을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보기 보다는 이상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아울러, 1.61803398...의 황금비율을 정확하게 맞추기도 어렵다. 르네상스의 조각상, 이집트의 피라미드도 정확히 저 비율을 이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1.7도 있고 1.5도 있지만 다 그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완벽에 대한 논의는 생물학에서도 있었다. 100년 전 러시아 생물학자인 이반 슈몰하우젠(Ivan Schmalhausen)은 안정선택이론(Stabilizing Selection theory)을 개발했는데, 하나의 종이 한 가지 점에서 완벽하게 진화되는 것이 다른 점에서는 좀 더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세상에 완벽한 종이 없는 이유이라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키 큰 나무는 더 많은 햇빛을 받겠지만 바람에 취약하다. 시베리아 허스키는 썰매를 끌기 위해 더 많은 근육이 필요하지만 얼음 위에 서기 위해서는 그만큼 가벼워야 한다. 저체중의 아기들은 열을 더 빨리 잃어 감염병에 더 취약하지만, 뚱뚱한 아기들은 출산이 어렵다. 자연은 언제나 완벽해지기 위해서 진화하지만 완벽을 위한 노력이 또 다른 부족함을 낳고 그 부족은 또 다른 진화를 요청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산업에서의 완벽을 통해 이야기를 마무리해보자.
모스코위츠는 1970년대에 사업을 시작했는데 그의 첫 고객은 펩시였다.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이 막 상용화된 그 무렵, 펩시는 다이어트펩시 한 캔에 넣을 감미료의 완벽한 양을 알고 싶어 했다. 8퍼센트 미만은 너무 밍밍했고 12퍼센트 이상은 너무 달았다. 연구에 들어간 모스코위츠는 8퍼센트부터 12퍼센트까지 0.25퍼센트씩 감미료 함량을 늘린 샘플들을 만든 다음 수백 명에게 시음하게 했다. 그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함량을 찾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조사 결과가 중구난방이라 도저히 유효한 패턴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어느날 식당에 앉아 곰곰이 생각에 잠겼던 모스코위츠는 문득 그 이유를 깨달았다. 애초에 질문 자체가 잘못됐던 것이다. 세상에 완벽한 다이어트 펩시는 없었다. 오직 완벽한 다이어트 펩시'들'이 있을 뿐이었다. 한마디로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맞추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인간은 언제나 완벽을 동경한다. 완벽을 고민하고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그냥 그 자체가, 그러한 과정이 완벽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참고자료 >
-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말콤 글래드웰
- The More Perfect You Are, the More Insecure You Become